[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6회차(4) 2015년 9월 4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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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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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크)마스탕기는 바다표범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다표범 박물관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토요일은 정오에 열었다가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데
우리는 오후 5시 넘어 도착했다.
아이슬란드는 이런식이다.
자기들 사는 데랑 똑같겠지 절대 오산이다.
저녁식사 후 좀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동네구경을 나섰다.
어디 배 고치는 어부가 하나 있을까 해서
그러면 혹시 눈먼 생선이나 좀 건질까
생선은 살아서 싱싱하게 팔딱팔딱 튀어야 생선(生鮮)인데
잔뜩 말라붙은 건 뭐라 부르더라
종류가 장난이 아닌데 왜 이런 걸 걸어놨을까
바다표범 대신 욘석들이 우릴 반기더라는
어라.. 아구
혹시 개구리꺽정이로 부르는 돌시깨비 모르겠다.
바닥이 난 보드카 대신 맥주다.
개울물 졸졸 흐르는 곳에 차가우라고 아이슬란드 맥주
굴(Gull:황금이라는 뜻)을 묻어놓고
정말로 도둑이 없는 나라인지 시험 중이다.
앗따! 고놈들 낮짝 한번 볼만하구나
혐오식품이라고 누가 시비를 걸어도 할 말 없다
하지만 누가 뭐 네발 달린 짐승 대가리 뽄때 보구 먹남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에 야리꾸리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지린내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린내도 아니고 그럼 구린낸가
아니다. 지린/노린/구린내가 쌈치기를 하는
아니 묵찌빠를 하는 그런 냄새다
- 느그들이 양대가리 맛을 알어! (형님)
공동으로 쓰는 부엌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수십명이 넘는데
형님이 느물느물 웃는다.
유럽사람들은 참 대단하더라 아무도 싫은 기색을 보이는 사람을 못봤어.
기색이 다 뭐야 전혀 신경을 쓰지 한더라니까
여기가 미국이었다면 아마 끈 짧은 아그들은 지랄발광에 노발대발
별 희한한 물건들이 개고기 먹냐며 시비를 걸어왔을텐데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문화를 이해하는 정도와 수준의 차이를 피부로 느꼈다.
그러니 파리의 어느 식당 앞에는
'미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떠~억 하니 붙여놨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깻잎짱아치에
밥을 넣고 낮에 구운 양고기 두점에 마늘짱아치 얹으니
환상궁합이다.
바다표범이 유명하다는 이곳은
서쪽 피요르드에서 이 섬의 두번째 도시 아쿠에이리 중간 지점
다음날 아침
간밤에 스위스 할아버지가 보여준 수백장 사진들 중에 이 교회가 있었던가
야영장 뒤켠에 있는 아담한 교회가 밤새 바람막이를 해주었다.
나흘째 되니 북극의 바람소리는 이제 슈베르트의 자장가로 들린다.
스위스 할아버지가 뜨거운 물 채워서 끌어안고 자라며 빌려준 고무물통(유단포) 덕분이었나보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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