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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주년 특집(6)] 경제적 규모는 급성장, 법·제도적 시스템은 미성숙

이승훈 기자 승인 2018.11.01 11:56 | 최종 수정 2019.07.16 17:19 의견 0


비트코인으로 시작한 암호화폐의 역사는 이제 10년이 됐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브렉시트 표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소구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최근 2~3년의 일이다.

암호화폐의 경제적 규모 혹은 영향력을 코인 가격 대비 시장에 풀린 공급량을 곱한 시가 총액을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무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초 1BTC 9,000달러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었다.

상위 10대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 규모는 비트코인 1,500억 달러, 이더리움 950억 달러, 리플 350억 달러를 포함해 비트코인 캐시, 카르다노, 스텔라루멘, 네오, 라이트코인, 이오스, 넴 등을 합하면 약 3,500억 달러 내외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 총액은 약 4000억 달러 정도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팬테라 캐피탈의 CEO 댄 모어헤드는 암호화폐 시가 총액 규모가 언젠가는 40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암호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그로 인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암호화폐, 그리고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규제해야 하는지, 육성해야 하는지 법·제도적 이슈가 일어났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아직 명확한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자본 시장이 선진화 된 나라들은 암호화폐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자본 시장에 간섭이 심한 나라들은 암호화폐에 경직된 입장을 보인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나라들은 자본 시장이 선진화된 나라이니 암호화폐의 경제와 법·제도가 어떤 길을 따라 갈 것인지는 대략 짐작은 할 수 있다.

중앙 정부의 시장 간섭적인 통화와 재정 확대는 서민 경제에 해악을 줄 뿐이라고 보는 자유주의 경제학, 즉 시카고 학파 내지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은 암호화폐에 긍정적이다. 왜냐면 정부가 통화와 재정을 확대할 때 화폐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데 이 때 시장 참여자들은 법정 화폐를 버리고 암호화폐를 보유함으로써 자신이 보유한 화폐의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화폐 금융 재정 정책을 무력화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의 시장 간섭은 시장 경제와 민중에게 해악이 된다고 보는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이유다.

암호화폐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시장 간섭에 적극적이고 자본을 통제하려는 성향의 나라들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게 된다. 중국과 한국은 정부의 시장 간섭, 자본 통제가 심한 편이고 당연히 중국과 한국 같은 나라에서 암호화폐를 불법화 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작년 12월 시카고 선물 시장에 비트코인이 진입하면서 제도화의 단초를 보여준 바 있다. 지난 주 21일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앞으로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지칭키로 결정했다. 화폐는 아니지만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한 것이다. 또 FATF는 가상통화 취급업자(거래사이트) 뿐만 아니라 ICO 관련 금융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키로 했다. 이는 ICO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로써 암호화폐가 언젠가는 제도적으로, 국제적으로 화폐로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가 올해 초까지는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보고 폰지 사기의 일종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사기로 보는 입장은 철회됐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ICO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는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비법의 상황이다.

그러나 법제도적으로 경제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은 분명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블록체인기반 경제가 창출할 신경제, 신성장 동력을 위해서라도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당장 암호화폐가 법제도적으로 경제적으로 보다 더 안정되고 이용이 확산되려면 상장지수펀드 (ETF)에서 승인을 받아 대규모 자본 투자가 용이해져야 하며 ICO의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하고 선량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 이후의 일은 현재로서는 이슈를 거론할 계제가 아직 되지 못한다. 일단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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