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13회차(11) 2015년 9월 11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2.04 10:30 의견 0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우리가 그 밤에 뭘 했냐하면,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장! 깍뚝!
나중에 알고보니 비를 두장 들고 있었어.
에구, 육십 부족이 뭔지 몰랐던 순진한 형수님.


오로라는 밤하늘을 흐드러지게 수놓는데

밤이 새도록 도끼자루 썪는지 모르고

우리가 즐긴 건 다름아닌 고스톱 이였지요.


미국에선 "오로라"라고 하면 잘 이해를 못해요.


많은 사람들이노던 라이트 (Northern Light)라고 말하죠.
원래는 오로라 보레알리스 (aurora borealis)가 정확한 말이고요.


캠핑장에서 만난 루마니아 사람이 웹사이트를 가르쳐 주더라구요.

오로라 서비스 사이트는

저녁마다 그날밤 오로라 예상 지역과 확률을 표시해주지요.

aurora-service.eu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간밤에 하늘을 수놓던 오로라는

온데간데 없고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른다.


섬은 바트나요쿨, 거대한 빙하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배로 겨우 30분 거리인데 날씨가 전혀 다르다.


멕시코 만류의 영향일까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11,000년 전에 처음으로 여기에

화산섬이 생긴 이후 줄기차게 화산이 터졌다.


1973년 화산은 헤이마클레투르.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여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좋아했던 시.


- 뭔데


- 정현종 시인의 "섬".


- 아~ 그거!

딱 두줄이지.

나도 기억난다.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두줄 짜리라니까 나도 생각나는 시가 있어.


- 너에게 묻는다지


- 응.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형님!

저 섬이 딱 우리를 닮았네요.


- 무슨 소리야 섬이 장서방 네를 닮다니.


- 아시잖아요.

전 세상 누구보다 나를 구속하는

그 어떤 것도 거부하며 살아왔다는 걸.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형님, 여행에서 뭔가를 느껴도 소용없더라구요.

감동을 받았대도 그때 뿐.


- 그럼 된거지, 뭐.

더 필요한 게 있나


- 뭔가를 깨달았다면

그대로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야지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이런 거죠.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살다보면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항상 어떤 선택을 하게 되죠.


- 그야 그렇지.


- 선택의 갈림길에서 기다린다, 아니 돌아간다.

일단 포기하고 아주 다른 길을 간다.

아니면 앞에 버티고 있는 장애물을 깨부수고 무조건 돌진한다.

여러가지가 있죠.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저기 저 양들 좀 보세요.

한가로이 절벽에서 풀을 뜯고 있잖아요.


- 나도 아까부터 저놈들을 쳐다보구 있었어.

바람만 조금 불어도 몸 가누기가 쉽지 않을텐데.


- 저 양들이 하늘 높은 줄 알까요


- 그건 모르지.

내가 양이 아닌데 어떻게 알아

하늘을 모르는데 높은지 낮은지 알게 뭐야


- 양들에겐 풀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 그렇겠지.

여긴 늑대도 없으니 추울 때 따뜻한 공간만 있으면 되고.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