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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7)] 비밀경찰의 감시 아래서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2.02 09:00 의견 0

1917년 2월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붕괴된 후 차르 황실과 고위 정치가들의 비리와 국정농단을 조사하는 특별 적폐 조사위원회의 라스푸틴 담당 13조사부는 라스푸틴의 모든 공적, 사적 생활과 활동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라스푸틴은 소문과 같은 사악한 악마적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적으로 성적 특이점을 갖고 있었다는 소문이었지만 사실 특별한 것도 없었고, 그의 남근도 보통 남자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점도 없었다. 다만 그는 복부비만이 없었고,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갖고 있었다.

떠도는 소문처럼 황당한 사생활은 없었다. 황실에서 소외된 귀족들, 차르체제 반대세력, 혁명세력들이 한 목소리로 첫째는 라스푸틴과 황후를 한 묶음으로 겨냥하고, 그 다음 황후를 넘어 니콜라이 2세 황제, 최종적으로 제정 러시아를 공격해 무너뜨리기 위해 라스푸틴을 악마의 승려로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승려도 아니었다.

임시정부의 적폐 조사위원회는 라스푸틴의 친구, 황실, 친인척, 황실 경호대 요원, 정적, 은밀히 만났던 인사들, 매춘부들 등 모든 관련된 사람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차르 재임 중에도 라스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은 비밀경찰의 감시 아래 있었다. 비밀정보원은 그의 아파트 일층과 계단에서도 감시했고, 라스푸틴이 외출할 때는 비밀경찰의 자동차가 따라 붙었다.

귀족부인, 매춘부, 채권자, 청원자 등 모든 방문객의 이름과 방문시간, 떠난 시간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그가 식사했던 식당에서의 동향은 물론이고 파티 장면, 대신 방문 내역 정보도 모두 수집, 기록돼 있었다. 그가 황후에게 추천했던 공직 후보자들에 관한 내용도 비밀경찰 기록에 남겨져 있었다.

한 명의 매춘부에 대한 심문 조사에서는 그녀가 음악대학 졸업생으로 제국극장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라스푸틴의 도움을 받고자 라스푸틴에게 접근했으며, 라스푸틴이 “내 맘에 들면 내가 너를 위해 모든 걸 다 해 주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다른 매춘부는 이 무대 예술 지망생이 라스푸틴의 뜻에 따라주고 난 후 그는 그녀를 곧바로 상트페트르부르크에서 쫓아내었다고 진술했다.

라스푸틴은 부탁을 위해 방문했던 여성들과 간혹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며, 이 성적 관계도 누가 먼저 유혹했는가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태인 등 부자들에게 금전을 대가로 원하는 것을 알선해 주었던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드려났다. 라스푸틴은 성직자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의 모든 귀족이나 부자들처럼 매춘부들과 관계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조사결과에서 그는 일시적으로 모험적인 연애관계도 가졌던 바 있었지만, 복잡한 연애관계보다는 뒤끝이 없는 매춘부를 선호했다.

그러나 라스푸틴이 악마와 같은 짓을 하고 엄청난 비행을 저질렀다는 소문은 전부 날조된 것이었다. 당시 제정 러시아에서 귀족이나 부유한 남자들이 보통으로 저지르는 정도의 일탈은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모스크바 시장은 라스푸틴이 식당 야르(Jar)에서 ‘성적 광란’의 축제를 열었다고 공개 비난했으나 경찰 조서에는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밝혔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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