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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배우들의 합이 돋보이는 - 연극 '30일간의 야유회'

박앵무 기자 승인 2019.02.27 10:00 의견 0

▲ 연극 '30일간의 야유회' ⓒ 박앵무 기자

모범수 다섯 명과 사회에서 저명한 인사 다섯 명이 바다로 야유회를 떠났다가 우연히 폭풍을 만나 무인도의 30일간의 표류생활을 하게 되며 공동운명체가 된다. 그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되며, 어떤 생활의 변화를 일으킬까 사고는 또 어떻게 바뀌며 삶의 좌표를 찾아내게 될까 극은 끊임없는 풍자와 해학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문명에 찌든 사람들의 눈에 자연은 어떻게 관조되는 것일까 30일간의 야유회가 끝나고 구조선이 나타났을 때, 다시 위선의 옷을 입게 되는 인간의 비정함과 취약점을 폭로한다. 무인도라는 투명한 거울 속에 모든 현대인이 갖고 있는 치부와 모순이 비춰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개막한플레이규컴퍼니의 연극 <30일간의 야유회>는 故 이근삼 작가의 희곡이며 이전에도 여러 번 공연된 작품이다.

‘아름다운 극장은 혜화역에서 십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매표소부터 도로까지 늘어선 줄에 놀랐다. 입구의 맞은 편에 놓인 화환 두개가 눈에 띄었다. DSLR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과 곳곳에서 들리는 일본어가 콘서트 현장을 떠오르게 만들었는데, ‘김세용이라는 아이돌 멤버의 팬들이 찾아온 것 같았다.

적은 객석 수를 감안한다고 해도 첫 공연에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일 저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의 구성은 단순했다. 벽에 설치된 흰 각목과 무대에 놓인 블랙박스 몇 개가 전부였다. 좁은 무대에서 공간을 활용하는데 있어 입출구를 동굴로 쓴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연계에서 첫 공연은 예의상, ‘보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첫 공연인만큼 실수는 눈 감아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5분 정도 공연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첫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다.

무엇보다 13명이나 되는 배우들의 합이 눈에 띄었다. 공연 중간중간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있는데 큰 에너지를 다른 배우들이 서로 분산해서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사량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텀(term)이 없었다.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소극장이라는 환경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이 공연에는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소극장의 공간을 배우들의 합과 관객들의 웃음으로 가득 채웠던 ‘30일간의 야유회였다.

관객들의 웃음을 놓치지 않고 배우들이 대사를 치는 타이밍은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8역의 김진주 배우와고여사역의 김수현 배우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두 배우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빠른 시일내에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공연 기간이 짧은 것이 아쉽다. 2 26일부터 3 3일 사이에 대학로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 공연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최근대학로 연극이라는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작품은 지나치게 상업적인 관계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상업적인 공연으로 관객들을 이끌어야 하는 극단과 극장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관객이 앞으로 나아가는 만큼 공연도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드러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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