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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더하기] 레드 콤플렉스. 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을 일컫는 말. -연극 '고독한 목욕'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3.18 15:50 의견 0

▲ '고독한 목욕' 공연사진 ⓒ 국립극단

레드 콤플렉스. 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을 일컫는 말.

우리나라는 유독 공산주의에 적대적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성향에서 시작된 레드 콤플렉스는 이승만 정부 때부터 내걸은 반공이라는 슬로건 하에 성장했다. 지금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일컫는 ‘빨갱이’의 의미는 비단 공산주의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대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하는데도 사용됐다. 우리 사회에 레드컴플렉스가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극 <고독한 목욕> 역시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진 레드컴플렉스를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를 격정적인 기승전결로 표현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작품들처럼 주인공을 사건의 피해자로 설정하는 것이 아닌, 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자의 아들로 정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담아내고 공감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묘사하는데 집중했다. 배역 비중이 주인공인 아들을 중심으로 연출되었기에 일종의 모노드라마에 가깝다는 느낌도 받았다.

인혁당 사건으로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는다. 아버지의 고통,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아버지 잃은 고통에 힘들어 한다. 아들은 그 기억 안에 갇혀 목욕탕 안에서만 살게 된다. 육체 연령은 40대지만 성장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멈춰 중학생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연극의 중간 중간에 사이먼&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가 흘러나온다. 이 음악을 통해 주인공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는 단지 어떤 책들을 읽었을 뿐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금기시되던 때였다. 이념이 무엇인가 정권유지는 무엇인가 그로 인해 죄인이 된 사람들과 죄인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은 이내 일상의 소중함을 영유할 수 없던 인간의 고통으로 귀결된다.

극의 처음 부분은 인혁당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이어 단순한 레드 콤플렉스에 대한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극을 끝까지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며 마음이 더 무거워져 간다. 사고가 단순히 “인혁당 사건이 잘못됐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념의 이데올로기 안에 갇혀 있다. 이를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외에도 종교, 성, 지역문제 등 수많은 생각들이 이데올로기화 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희생자, 가해자, 방관자로 개입되고 있고, 이런 관계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연극 <고독한 목욕>은 사회 전체에 드리워진 새로운 형태의 레드 콤플렉스를 생각하게 만든다.

새롭게 시도하는 [공연더하기]는 지난 리뷰 기사인 <소란한 아픔 - 연극 '고독한 목욕'>에 이어지는 또 한 번의 리뷰입니다. <시사N라이프>는 좋은 작품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연극 팬 여러분과 독자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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