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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 목회자의 모습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16)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19 12:36 의견 0

모든 목회자가 그렇지는 않다

필자는 한국 대형교회에서 시무하시거나, 하셨던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감히 그분들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고백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 목사 이영훈 목사님이 참석하는 모임을 여러 번 준비했는데, 항상 일찍 오셔서 스텝들과 인사하면서 격려하셨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본인보다 연세가 있는 목사님들을 끝까지 배웅하고 가장 늦게 출발하셨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옮기면, 원로 목사님(조용기 목사) 이 새벽 5시쯤 교회에 나오시는 데 담임 목사님(이영훈 목사)은 새벽 4시에 나오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자정을 넘긴다고 한다(필자가 모임 준비를 위해 비서 목사님과 자주 통화를 했고, 종종 마주쳤는데 비서 목사님의 얼굴은 거의 쓰러져 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복음주의 3인방(하용조, 옥한흠, 홍정길) 중 홍정길 목사님을 종종 뵐 일이 있었는데, 일흔을 넘긴 연세에도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은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필자를 압도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일화는 남서울은혜교회에서 연합 예배를 준비하던 중에 여러 번 답사했는데, 필자를 안내해주셨던 목사님의 친절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런 대접은 받기 힘들 거로 생각한다. 부 목회자의 태도는 담임 목사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남서울은혜교회에서 받은 친절은 특급 호텔에서도 받기 힘든 친절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 당시 경동교회에서 시무하셨던 박종화 목사님께 설교 요청을 했다. 설교 시간은 10분 이내였다. 행사 시간이 다 돼서 행사장 입구에서 목사님을 기다리는 데(당연히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목사님과 비슷한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박종화 목사님이셨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신 것이다(예배는 아침 7시에 시작했다). 그리고 설교는 정확히 10분을 하셨다(설교자들의 시간 초과는 당연지사(當然之事)였는데, 박종화 목사님은 그렇지 않으셨다). 그리고 본인이 맡으신 역할에 대한 이해와 열정은 청년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목사님들을 통해서 사역에 있어서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성도들과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 받는 목사님들도 개개인의 모습을 보면, 비판받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분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고, 공인으로서 더 정직하고, 철저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위치가 목회자, 특히 대형교회의 목회자이기에 그 자리는‘독이 든 성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잘못한 일을 묵인하거나, 잘 못을 인정하지 않는 데 이해하거나 용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 대한민국의 많은 목회자가 정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누구보다 큰 신앙의 열정으로 모범을 보이려 애쓰는 데 일부 파렴치한 목사들 때문에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거대한 교회의 권력은 그 권력의 크기만큼이나 부패했다. 대형교회일수록 문제가 많고, 각종 소송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부패한 것과 별도로 ‘하나님의 종’이라는 위치는 수많은 성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비록 파벌이 심하고, 수많은 교파로 갈라져 있지만, 방향을 잘 설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국가나 사회에 충분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비판에 대한 변명, 그리고 현상 유지에 치우쳐서 새로운 시대에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경제적으로는 자원의 낭비이고 교회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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