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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않는창업] 자신만의 블루오션 찾아 4전5기에 도전하는 퍼펙트클린119 박재만 사장

- 코로나19로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
- 방역·소독업 부진에 하수구·배관청소·누수탐지업으로 확장해 극복

윤준식 기자 승인 2022.04.29 09:51 의견 0

지난 4월 15일, 2년 1개월만에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했던 숨통이 터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고 있다. 온 국민, 나아가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어려움이었다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 같았다.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은 매출부터 감소시켰으며, 언택트의 일상화는 비즈니스 지형마저 변화시켰다. 많은 점포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거나 휴업했으며, 배달과 같은 플랫폼비즈니스와 긱(geek)노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퍼펙트클린119> 박재만 사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7전8기형 인물이다.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이템을 바꿔 새로운 창업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 해왔던 방역·소독업을 일부 정리하고 하수구·배관청소와 누수탐지업에 도전중이다.

퍼펙트클린119 박재만 사장 (사진: 윤준식 기자)


박재만 사장이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사고 때문이었다. 원래 중공업 계통 회사의 근로자였으나 근무 중 사고를 당했고, 산재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1년 넘게 병원생활을 하다보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형편이 어렵고 자본도 없다보니 발로 뛰며 할 수 있는 일은 다 도전해 보았다. 공교롭게도 처음 도전했던 사업은 광고책자 사업이었다. 부산에 갔다가 야식집 광고책자를 발견하고는 그가 사는 울산에는 이런 광고책자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멋모르고 도전한 일이었는데 울산의 음식점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 후 울산 전역에 광고책자를 배포하는 일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으나 어느 순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타 지역의 광고업체가 울산으로 진입해왔는데, 시장진입을 위한 무료공세를 앞세우자 영업력이 약하고 경험이 부족한 박 사장이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쩔 도리가 없어 광고책자 사업을 중단하고 경비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여기서 만난 인연을 통해 방역 일을 배우게 되었고, 방역·소독업체를 시작하게 되었다.

막상 <다잡아153>이라는 업체명과 간판을 걸었으나 처음부터 일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거리에 현수막을 붙이며 홍보에 힘썼으나 가격문의만 오거나 최저가 딜만 들어와 낙심하기 일수였다. 그러나 서비스를 알리고 신뢰를 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울산 전역에서 출장요청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4~5년 동안 사업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차근차근 성과도 냈다. 작은 프랜차이즈 카페, 식당, 상가에서 정기적인 방역·소독 의뢰가 들어왔다.

동절기에는 상대적으로 방역·소독 의뢰가 줄다보니 비수기 타개책으로 청소업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업력이 쌓이고 업체가 알려지며 신뢰도가 높아지다 보니 관공서의 의뢰로 하게 되는 청소업무는 물론, 에어콘 청소와 같은 특수 청소업무들도 수주할 수 있었다.

차량 내 장비를 점검 중인 박재만 사장 (사진: 윤준식 기자)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어려운 시절을 헤치며 함께 힘써왔던 아내가 말기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통보를 받게 되었다. 아내를 간병하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다보니 반년 넘게 손에서 일을 놓게 되었다.

처음에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려 했지만, 구심점인 사장이 자리에 없으니 하나둘씩 일을 그만두고 빠져나가 버렸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료들은 다른 일자리를 잡아 돌아오기 어려운 상태고, 고정거래처였던 업체들은 다른 방역업체와 새롭게 거래를 트고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열심히 뛰기 시작했지만, 업친 데 덥쳤다고나 할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문을 닫는 카페, 식당, 상가가 늘어나며 신규 영업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과거 메르스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공분야의 영업을 기대해보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메르스 당시에는 공공기관에서 방역·소독 업무를 업체에게 위탁했기에 특수를 얻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달랐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개인 방역으로 전환했기 때문이었다.

가정집 대상의 업무도 과거와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유튜브를 검색하고 인터넷을 뒤지면 셀프방역, 셀프소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설명을 따라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전문 약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차량 내 장비를 점검 중인 박재만 사장 (사진: 윤준식 기자)


사실 실무를 담당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DIY 문화가 반갑지는 않다. 고객입장에서 재료비를 안다는 것은 원가가 공개됨을 의미한다. 문제는 서비스(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는 인색한 문화가 거래를 맺고 끊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경험, 차량과 장비의 감가상각비용을 인정받는 것이 어려워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풍토는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역전되기도 한다. 방역·소독 분야에서는 <세스코>를 업계 1위로 꼽고 있는데, TV광고까지 진행할 정도로 큰 업체로 일반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보니 서비스 요금 청구에 대한 저항이 적다. 그러나 동일한 업종의 개인사업자들은 고객의 최저가 딜 요청을 수시로 받고 있으며, 하자보증 차원에서 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수금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렇게 변화된 트렌드와 비즈니스 현실 속에 박재만 사장은 사업 아이템 변경을 결심하게 된다. 낯선 듯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익숙한 분야의 비즈니스로 전환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로 하수구·배관청소업이다.

이 분야는 이전에 방역·소독업을 하면서 병행했던 청소업무에서도 하던 작업이었다. 방역·소독업무를 하다보면 해충이 드나드는 통로이자 번식이 가능한 공간인 하수구를 청소하고 약품을 투입해야만 했다. 청소업무를 하면서도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하수구 청소 작업을 하곤 했다.

즉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고도화된 교육·훈련과 전문장비를 갖추는 것을 통해 고객이 높은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탐색해낸 것이다. 막힌 하수구를 뚫고 배관청소를 하면서 냄새제거와 방역·소독 일도 병행할 수 있고, 나아가 장비를 좀 더 갖추면 누수탐지와 방수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현대자동차>의 사회공헌 활동인 ‘창업지원 기프트카’ 응모 선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필요한 차량을 준비할 수 있었고, 새로운 장비들도 갖춰 고객의 출장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 윤준식 기자)


무엇보다 배관은 건물과 운명을 함께하는 설비다. 건물을 허물기 전까지는 형성된 구조 그대로 사용해야만 한다. 하수구는 그 특성상 침전물이 쌓이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이 침전물 때문에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일반인이 배관구조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배관을 점검하고 뚫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박재만 사장에게는 레드오션 안에 숨겨진 자신만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일을 위해 필요한 차량과 장비확충이 시급했다. 우선 전에 하던 일보다 전문적인 장비가 더 많이 필요했고, 장비들을 차량에 싣지 않고서는 출장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수구를 뚫는 장비 중에는 무게도 많이 나가고 부피도 커, 차에 실은 채 주택 앞에 세워두고 작업해야 하는 것도 있다.

문제는 자금인데, 아내를 간병하며 주택 보증금까지 빼서 써버린 상태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재기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보니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간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지역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의 교육을 지원받곤 했는데, 그 복지관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사회공헌 활동인 ‘창업지원 기프트카’에 응모할 수 있었다. 대학을 다니는 딸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지원서 속에 그간 해왔던 일들을 토대로 새롭게 펼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그 결과 승합차와 함께 창업자금 지원을 통해 차량과 장비를 확충할 수 있었다.

퍼펙트클린119 박재만 사장 (사진: 윤준식 기자)


올해 초부터 <퍼펙트클린119>라는 새로운 상호를 내걸고 울산과 인접도시를 대상으로 새롭게 영업에 들어갔다. 개업과 함께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이걸 보고 고객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영업이 활성화되었다 볼 수는 없지만, 시작치곤 순조롭다.

막힌 하수구로 답답한데 와서 뚫어주니 심리적 만족감이 높아서일까? 작업할 때 옆에 서서 지켜보다 막힌 하수구가 뚫려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주머니에서 음료수를 꺼내 건네주는 고객의 행동과 표정을 볼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 박재만 사장. 당분간은 수익에 욕심내지 않고 장비에 재투자하는게 목표다. 좋은 장비를 보유할수록 난이도 높은 작업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고 고객만족도를 높여 수익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달려온 박재만 사장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개인의 고통, 경험부족에서 온 실패, 아내를 잃으며 가정에 닥친 어려움, 불가항력적인 불황... 벌써 4전5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그의 얼굴에 미소가 있고,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넘어지면 다시 서고, 또 넘어지면 다시 서면서 누구보다 높은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물러서지 않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 속에서 다시 한 번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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