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라는 키워드를 던지면 언뜻 생각나는 것은 바이킹과 축구의 즐라탄이다. 하지만 의외로 북유럽의 영화 강국이라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작품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할리우드 영화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영화가 해외에서 찬사를 받듯이 스웨덴의 영화도 해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가에서 작가로 변신한 요나스 요나손의 허무맹랑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소설의 엄청난 성공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이며, 당연히 영화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역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역사적인 인물들을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시키면서 그들을 희화화하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다소 심하게 왜곡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라는 허구성 안에서 생각한다면 그냥 웃고 즐기기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하고 싶다.
단, 스웨덴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인 로버트 구스타프손의 인종차별(사미인)에 대한 구설을 영화와 섞어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 컷)
◇사고뭉치는 젊어서나, 늙어서나 변하지 않는다
100세 생일에 양로원을 탈출하는 알란 칼손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는 알란의 모습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 같지만, 사실 영화의 진짜 내용은 알란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이다.
다소 무모한 인물인 알란이 생각 없이 살다가 스페인의 독재자인 프랑코 장군과 우정을 쌓고, 핵폭탄의 비밀을 풀며 미국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의 친구가 되고, 다시금 러시아로 건너가 스탈린의 화를 돋우어 수용소로 갔다가 여러 여정 끝에 이중 스파이까지 되었던 그의 과거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현실 안에서 우연히 돈을 훔쳐 도망을 다니면서도 태연하기만 한 행동은 과거의 이력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내용은 모두가 허구이지만, 역사적인 사실들은 진실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짜 이야기라는 충분한 인식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 컷)
◇후회하지 마라. 인생은 현실만 바라보고 가다 보면 행운이 온다
코미디 영화에 많은 교훈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만, 이 영화는 한 가지 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 살 필요가 없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행운이 온다는 것이다.
솔직히 영화의 내용과 이 교훈에 대한 접점이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그 최선이라는 것이 범죄와 관련이 되어있고, 너무 황당한 우연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교훈적이기도 하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도 어쩌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지만, 당첨되는 사람들은 매주 몇 명씩이나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비현실적인 행운이기에 영화에서 보여주는 황당한 이야기에 웃음을 지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 컷)
◇스웨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엿보다
독재자들에 대한 친근함이나 비극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이 웃기는 것을 넘어서 굉장히 과격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묘사를 통해서 반대급부의 인상을 남기는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스페인의 프랑코 장군이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에게 기본적으로 친근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모택동과 김일성에 대해서도 친근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묘미다. 다만, 스탈린을 묘사한 장면만큼은 그의 성격이나 행동을 비난하듯이 그리고 있는데 역사의 연관성에 의거해서 그만큼 스웨덴 사람의 시각에서 러시아 스탈린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반증으로 읽을 수 있다.
가끔은 허무맹랑한 활극이 현란한 SF 물을 보는 것보다 재미있을 때가 있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만 알고 있다면 이 영화는 상당한 재미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속편까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감독 : 플렉스 할그렌
출연 : 로버트 구스타프손, 이와 위클란더
원작 : 요나스 요나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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