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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산책] 청양 장곡사 괘불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5.29 11:49 | 최종 수정 2023.05.29 11:50 의견 0

우리나라에서 괘불이란 큰 법회나 의식이 열릴 때 법당 앞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괘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조선 후기 주변국의 침략과 기근 등으로 죽은 영혼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였던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중앙박물관은 2006년부터 사찰에서 소장중인 괘불을 특별공개하는 전시활동을 진행중인데, 올해가 18회째(부처의 뜰)이며, 청양 장곡사 괘불을 전시중이다. ‘긴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장곡사(長谷寺)는 그 이름과 같이 깊은 계곡 안에 위치하고 있다. 크기로 보기에도 높이 약 9미터(8.958미터), 폭 6미터(5.85미터)의 대형불화로 삼베 17폭을 이어 만든 것이다.

국보인 장곡사 괘불은 1673년 승려와 신도 등 83명의 시주와 후원으로 조성되었다. 철학(哲學) 등 5명의 승려 장인이 함께 그렸다. 화면의 중앙에는 거대한 본존불이 화려한 보관을 쓰고 서 있으며, 본존불 좌우로는 부처, 보살, 사천왕 등 총 39위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본존은 미륵존불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붉은색의 네모칸에 노란색 안료로 명호를 적었기 때문이다. 그림만으로 알기 어려운 존상을 알 수 있는 진귀한 유물이기도 하다.

중앙의 본존불 옆에는 ‘미륵존불’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현재 기록으로 본존불이 미륵불임을 알 수 있는 괘불은 장곡사 괘불과 부여 무량사 괘불(1627년)의 단 2점뿐으로, 매우 드문 미륵불 괘불의 예다.


아래 부분에는 그림에 관한 기록이 이 있다. ’1673년 5월 칠갑산 장곡사 대웅전 마당에서 열린 영산대회(靈山大會)에 걸기 위한 괘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시기와 사찰의 이름 뿐 아니라 ‘영산대회’라는 의식의 명칭, 그리고 구체적인 행사의 장소까지 적었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둘레를 장식하고 있는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梵字)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범자는 불교의 신비로운 주문인 진언(眞言)으로, 불상이나 불화를 완성할 때에 암기하는 것이다. 장곡사 괘불은 화면 둘레에 범자를 장식한 조선시대 괘불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일본에서 ‘카케보도케(かけぼとけ(懸仏・掛仏))’라 함은 동판 혹은 철판 등에 불상을 표현해서 기둥 혹은 벽면에 걸고 예배한 것을 일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로 가마쿠라, 무로마치 시대에 유행하였다. 또한 ‘가케지쿠’라고 하는 것은 법당 내부에 건다.

특히 부처님이 돌아가신 2월에 매년 열리는 '열반회' 행사에서는 부처님과의 이별 모습을 담은 '열반도'를 내걸고 의식을 거행한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이날을 참고하여 그 가르침을 잘 이어받아 자신과 자신 주변의 모든 평화와 번영, 안녕을 기원한 것이다.

일본 사가시 코우덴지의 대열반도. 에도시대 중(1706)에 만들어진 괘불로 세로 15.2m, 가로 6.1m로 일본 최대를 자랑한다.

1673년 5월 장곡사 뜰에 괘불이 걸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지 꼭 350년이 되었다. 중앙박물관 부처의 뜰에서 모두가 평안과 휴식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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