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속담에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臍下三寸に人格なし)라는 말이 있다. 배꼽 아래 사생활은 관대하다는 일본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윗부분에 나오는 인물이 정치인 미키 부키치(三木武吉)다. 법조인 출신으로 흩어진 보수세력을 규합하여 현재의 자민당을 창당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그의 유명한 일화가 첩에 관한 발언이다.
1952년 선거 연설 중 상대방이 미키의 첩이 4명이나 된다는 험담을 하자, 미키는 자신의 첩은 4명이 아니라 5명이라면서 “5가 4로 계산되면 초등학교 1학년도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큰 정치인이란 여러 명의 여성이 싸우거나 질투하지 못하도록 조종할 수 있게 능숙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인물은 배우 이시다 쥰이치(石田純一)인데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그의 “불륜은 문화다”(不倫は文化だ)라는 말 또한 유명하다.
이처럼 일본에서의 불륜 소동은 과거 뿐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이며, 국회의원이 심야에 차에서 키스를 했다는 등의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주간지의 테마다. 보통 당사자들은 문제가 불거지면 한동안 자숙하다가 어느샌가 다시 부활해 국회에서 큰소리로 발언하는 장면으로 방송을 탄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일본의 최대 광고회사인 쟈니즈 사무소의 창업자 겸 사장인 고 쟈니 기타가와가 1962년 쟈니즈 결성을 전후로 최소 478명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방송과 언론을 장식하였다. 수십 년 동안, 수백 명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방송은 무엇을 했나는 의구심마저 들지만, 그의 사후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것도 흥미롭다.
이 문제가 지상파와 언론을 타게 된 계기는 3월 7일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특집 『J-POP의 포식자(Predator:The Secret Scandal of J-Pop)』라는 보도로부터 출발한다. 이어 전 쟈니즈 출신 ‘카우안 오카모토’가 도쿄의 일본 외국 특파원 협회에서 “자신이 쟈니 기타가와로부터 15세부터 약 15회에 걸쳐 성폭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일본 방송과 언론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쟈니 기타가와는 지난 2019년 사망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성폭력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1988년 기타 고치가 『히카리 겐지에(光GENJIへ)』라는 책을 통해 15세 때 쟈니 기타가와와 성적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으며, 1989년 나카타니 료도 『쟈니즈의 역습(ジャニーズの逆襲)』이라는 책에서 11세 때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다. 이어서 히라모토(1996년), 토요카와(1997년) 등도 폭로했고, 1999년 <주간문춘>도 14주 연속으로 특집을 구성하여 보도했으나, 오히려 쟈니즈 측은 <주간문춘>을 고소했다.
결과적으로 2003년 도쿄 고재의 판결은 주간문춘의 보도 “소년들이 거역하면 무대 위치가 바뀌거나 데뷔할 수 없게 되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희롱 행위를 했다”는 내용에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등 사실상 성폭력의 부분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도 기야마 쇼고는 『스마프에게-그리고 모든 쟈니즈 탤런트에게(SMAPへ―そして、すべてのジャニーズタレントへ)』라는 책에서 “나는 쟈니 기타가와의 애인이었다”는 내용으로 책을 출판했고, 내용 중에는 쟈니 기타가와가 작은 미성년 남성을 좋아했으며, 그 때문에 성장을 멈추기 위해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주사의 공포를 느껴 그는 데뷔 직전 도망갔다고 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폭로에도 불구하고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은 계속되었는데, 이는 일본의 제도와 법에 기인한다. 가장 큰 원인은 ①1907년 만들어진 강간죄라는 죄명을 2017년까지 사용하였고, 여성만이 강간의 대상이었다. 즉, 소년 등이 받은 성적 피해는 강간죄에 해당하지 않았다. 또한 ②2017년 이후에는 성별의 구분이 없어지고 ‘강간죄’라는 명칭도 ‘강제성교등죄’로 바뀌었지만 폭행 혹은 협박 등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법이 성립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③성동의(性同意)의 판단기준을 13세로 보고 폭행 혹은 협박이 없으면 ‘강제성교등죄’는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쟈니 기타가와의 성행위는 성범죄 형법에 있어서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며, 주로 13세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있다. (中田敦彦のYouTube大学, 쟈니스와 아동 학대, 中田敦彦のYouTube大学, 2023. 4. 23.)
또한 쟈니즈 사무소라는 거대한 광고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보도를 할 수 없는 일본 국내의 ‘터부시되는 문제’도 있다. 특히 최고재판소 결정 이후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이 계속된 것도 일본 사회의 어둠을 보여주는데, “중요한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비록 대상자가 힘을 가졌든 간에 보도할 것은 보도해야 한다. 강자를 생각해주면서 약자의 피해가 확산되었다는 것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변호사 기타무라 요이치(喜田村洋一)의 주장(오토 요시히로 상지대학 교수, 보도특집, 2023.6.17.)조차도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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