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농림수산대신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용어인 ‘처리수’ 대신 ‘오염수’라고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어민과 수산업계는 물론 언론과 국민들부터 지탄을 받았고, 이를 두고 사과하는 사건이 있었다. 주무담당 대신(장관)이 오염수라고 표현한 것을 용인하지 못하는 일본 국내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8월 19∽20일 실시)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일본 수산물에 대한 ‘후효 히가이’(風評被害)를 막는 정부의 노력을 물었더니 ‘충분하지 않다’가 75%(충분하다 14%)로 앵무새처럼 “현지 혹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중한 설명과 정보발신을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에 대한 국민 불신이 팽배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는 오염수(처리수) 해양방출 결정 이후 관련 설명회를 1,500회 이상 실시하였고, 특히 후쿠시마 어업 관계자에 대해서는 수백 회 실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정부가 이해를 얻는 것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자이고, 설명회도 관계자들 중심이었다.
일반 국민과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TV CM과 신문 WEB 광고를 통해 설명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일방적인 것으로서 어업관계자에 대해 해 온 것과 같은 대화의 기회는 극히 한정적이며 정부의 설명은 충분하게 확산되지 못했다는 평가(NHK, 2023.8.22.)와 중복된다.
이와 같은 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망언 제조기라고도 알려진 아소 타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가 중국의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 중단조치를 두고 “분명히 정치(적) 이야기”라며 중국의 반응을 비판하면서,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수출 체제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ANN, 9.4)했다.
또한 우리에게는 자민당 내 진보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중의원 의원도 “효과적인 공평한 대항조치를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을 힘들게 하는 방법으로의 대항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자민당내 강경파와 진보파 정치인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대항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기시다 총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니카이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친서를 부탁할 계획(テレ東BIZ, 8.30)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가까스로 성사된 일본과 중국 간의 고위급회담이 결렬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지금 기시다 총리는 정권지지율이 위험수준이고, 이를 회복하려면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한편 흥미롭게도 람 이매뉴얼 주일 미대사도 후쿠시마를 방문하여 후쿠시마현 회를 먹고, 시장을 방문해서는 “이런 말을 하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시 주석이 중국 생선에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면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 원전 부근에서 잡힌 생선을 먹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땐 내가 한 턱 내겠다”고 중국을 자극하는 한편, 후쿠시마 주민들을 위로하는 고도의 정치행위를 벌였다. 최근의 미일 밀월관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같은 일본 반응과 달리 8월 29일 중국 국영 CCTV에서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사고의 은폐 등 수단으로 전 세계에 핵 오염수 방출이 안전 무해하다는 거짓을 확산시키려고 한다”라고 방송하는 등 중국에서의 반발이 SNS 혹은 유튜브 등을 통해 혐오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웨이보에는 일본을 적대시하는 글이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 국내 전화번호를 여러 개 적은 글이 올라와 “일본 번호를 발견하고, 누구든지 전화해. 단호히 항의하자”라고 호소하면서 일본에서의 잇따른 스팸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충칭시 남성이 일본 참의원에 전화해 왜 핵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했느냐고 묻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는 8만 건이 넘는 찬사가 쏟아졌다. 또한 중국 내에 있는 일본인들의 자녀가 등하교 중에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속에 중국에서 일본인 학교가 투석 등의 표적이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일본 외무성은 해외 안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체류시의 주의사항을 환기시켰다.
이같은 중국의 반응을 두고 일본은 중국 당국이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은 곧 삭제되지만 일본에 대한 공격적 게시물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을 거점으로 가짜 정보에 맞서고 있는 데이터 분석업체 <로지컬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올 1월 이후 처리수 방출을 표적으로 한 가짜 정보 활동을 결탁해 벌이고 있다고 주장(BBC, 9.4)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반응이 일본뿐 아니라 다수의 해외국가로부터 발신되자 중국 정부도 국내 파급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언론의 사설에 의하면 “①여러 방향에서 경각심을 갖고 일본 측에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②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놓고 '중국 고립론'을 조장하는 오해를 경계해야 한다. ③중국 사회에서 극단적인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중국)는 남에게 꼬투리를 잡히거나 이용당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환구시보, 8.30)을 했다.
이런 주장을 통해 지금 중국의 반일 데모와 행동이 지난 2012년 센카쿠 국유화 때처럼 대규모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로 해석되는데, 왜냐면 지금 산적한 중국 국내 경제문제와 함께 반일 데모가 반정부 데모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방류를 두고 중국과 일본 양국 정치인 혹은 언론은 국민들의 반일, 반중 감정을 부추기면서, 이것이 확산되지 않도록 적당하게 조절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언하자면, 이같은 혐오의 구조에는 정치인들 혹은 미디어 및 언론이 선동과 동조하면서 상황에 따라 혐오의 불을 지피거나 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이같은 양국간의 혐오의 구조는 한번 불이 확산되면 한순간에 양국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할 뿐 아니라, 이들의 선동과 동조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