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영역을 얘기하는 자리에 비영리 민간단체 사람을 불렀는데,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면서 앉아 있어요."

유미호 센터장의 솔직한 고백으로 발표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의 35년 환경운동 경험은 ESG 생태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퍼즐 조각이었다.

■ 85학번이 걸어온 길

연세대 85학번인 유 센터장은 1991년부터 기독교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2018년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을 만들기 전까지 27년간, 그리고 살림을 만든 후 7년간, 총 34년을 환경 현장에서 보낸 셈이다.

"기독교라고 하면 교회, 학교, 복지관 등 여러 시설이 있는데, 모두의 거점은 지역사회예요. 믿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 모두가 함께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과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교회의 물리적 공간이었다. 서울시 차원에서 보면 먹거리 부분을 제외한 탄소중립 전략에서 건물 부분이 70%를 차지한다. 교회 건물도 예외가 아니다.

■ 자가진단에서 시작하는 변화

살림에서는 전국을 순회하며 교회 탄소중립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가진단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그에 준해서 자기 목표를 세우게 하고, 실천 전략을 직접 짜보게 하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여전히 자기만족적인 목표와 전략을 갖고 있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동대문구청과 지역 교회, 살림이 MOU를 체결해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유 센터장이 강조하는 것은 감정까지 포괄하는 교육이다. "기후우울이나 기후절망감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고, 여전히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이들도 있어요. 다 이유가 있거든요. 그 감정까지, 마음까지 함께 신뢰하고 지지하는 가운데 대화할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 그린워싱의 유혹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형식적인 ESG다. "코로나19로 뭔가 해야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그냥 무늬만으로, 기업에서 말하는 그린워싱 정도로 교회들이나 믿는 이들이 하면 어떡하나 싶어요."

이런 우려 때문에 그는 실질적인 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환경운동을 35년째 하는데, 사실 여러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운데 그냥 정성적 측면에서 만족하며 가거든요. 비영리 민간단체도 실제 측정 가능한 환경적 성과들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 재정구조의 딜레마; 비영리의 새로운 모델

35년 환경운동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재정이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고, 그때그때 사업 지원금을 요청하거나 공모사업으로 천만 원, 2천만 원 하면서 이 정도 되는 보고서를 내야 하는 상황을 매번 반복하고 있어요."

그는 단순한 지원이 아닌 성장 기반 마련을 원한다. "민간단체가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못하는 부분의 역할을 하니,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몫을 당당하게 메워주면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비영리가 영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문제 해결에는 비영리 민간단체도 필요하고 영리 기업도 필요해요. 각자 제 자리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봐야 맞고요."

대신 그가 제시하는 것은 파트너십이다. "단순한 후원만 의지하지 않고 어느 정도 수익성을 내면서 갈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파트너십이 참 많이 필요해요."

실제로 그가 본 성공 사례가 있다. "한 교회는 투자 전문가가 있어서 한 해에 심사를 해서 5천만 원 정도 지원하고, 지원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후에 전문가를 연결해서 멘토링까지 하는 걸 봤어요."

■ 시간과의 경주

"시간은 얼마 없는데..." 유 센터장이 자주 언급하는 표현이다. 기후위기라는 시급성 앞에서 그는 조바심을 감추지 않는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간다면 충분히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영리든 비영리든, 모두가 함께 성장하려는 가치 없이는 지금의 문명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해요."

35년 환경운동가의 간절함이 ESG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 '함께'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ESG의 시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