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신문이 지난 10월 14~15일 실시한 전국전화여론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29%로 조사돼, 지난 9월 조사 결과인 37%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기시다 내각으로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내각 불지지율 역시 60%(지난 53%)로, 2012년 말 자민당이 집권한 이후 불지지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나온 내각지지율도 요미우리 34%, 마이니치 25%, 교도통신 32.3% 등 최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10.16일 총리관저에서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룰 수 없는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아사히 디지털 10.16.)
이렇게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가능한 카드는 다 썼다. ①가장 핵심조치라고 할 수 있는 내각 개조를 지난 9월 13일 단행하였다. ‘변화를 힘으로 만드는 내각’(変化を力にする内閣)을 표방하면서 “경제․사회․외교 및 안보 등 3개를 정책의 축으로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 내각을 기용했다”고 밝히며 19명 중 5명을 여성 각료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대신 26명과 28명의 정무관에는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등 보여주기에만 급급해 지지율 회복에는 큰 도움이 안되었다.
②통상적으로 외교활동을 벌이게 되면 지지율도 상승하는데 이번 유엔연설의 경우는 달랐다. 국민들은 중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움직임을 국제여론을 통해 해결하기를 기대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기대를 져버렸다. ③이어서 10월 13일 구 통일교(세계 평화통일 가정 연합)에 대한 문부과학성이 도쿄지방재판소에 해산명령을 청구하였고, ④총리 자신이 직접 5개의 핵심 경제대책을 발표했지만, ‘안경 쓴 세금인상(총리)’(増税メガネ)라는 별명만 얻으며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조롱의 목소리만 높였다.
⑤국내불안이 이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혐오분위기를 조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마저도 먹히지 않았고, ⑥마지막으로 최후의 극약처방인 야당의 부대표(국민 민주당)인 야다 와카코를 총리보좌관(임금․고용담당)으로 임명한 후, 기시다 총리와 함께 물가 점검 차원에서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까지 시도하였지만 이 또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의 노력으로 요미우리 여론조사의 결과처럼 기시다 내각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소문피해대책(51%), 외교․안전보장(43%)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각지지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경제대책은 기대할수 없다(73%), 임금 상승에 대한 실감도 느낄수 없다(75%)고 하는 등 눈에 띄는 경제대책을 발휘하지 않는 한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지지율 하락보다 가장 기시다 정권을 위협하는 움직임은 강경보수 세력들의 이탈 조짐이다. 아베 전 총리시절에는 거의 아베 전 총리의 최일선 나팔수 역할을 하던 햐쿠타 나오키(百田尚樹)가 ‘일본보수당’을 창당하였다. 2차대전 때 제로센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원의 제로(永遠の0) 작가인 햐쿠타 나오키는 위안부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녀상 전시를 반대했던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과 함께 일본보수당의 공동대표를 하면서 일본의 극우 보수세력을 결집하고자 했다.
생전에 아베 전 총리는 다타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자민당 총재 후보로 출마했을 때 그녀를 지원한 적이 있는데, 그의 사망으로 구심점이 없어진 상태에서도 10월 3일 자민당 총재 후보 선언을 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대신도 햐쿠타 나오키와 같은 극우 정치인들과 함께 연대하여 기시다 총리와 그의 진보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를 견제하며 정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민당 내에서 100명의 정치인을 가진 아베파의 다음 세력(55명)인 아소파를 가진 아소타로는 ①지난 8월 8일 타이완에서 중국을 겨냥해 “싸울 각오” 발언을 한데 이어 ②자민당과 연립정당을 맺고 있는 공명당의 대표를 비롯한 간부들을 지칭해 ‘암’이라고 표현하였고, ③“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후 대개는 죽거나 체포당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정치적 몸집 불리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정계 은퇴 시기를 봐야 할 83세의 아소도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2022년 참의원 선거 후 ‘황금의 3년’이라며 앞으로 3년간 안정적 정국운영이 예상되었지만,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부뿐 아니라 야당과의 대결 구도 등 내외부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10월 22일에는 고치․도쿠시마현 참의원 의원 보궐선거와 나가사키 4구 중의원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 결과가 기시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과 총선전략을 좌우하며, 여당이 승리할 경우에는 연내 국회 해산론이 힘을 받겠지만 만일 실패할 경우에는 총리로서의 국정운영은 힘이 빠질 것이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치”(明日は必ず 今日よりよくなると信じられる政治)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그의 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