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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붕어빵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1.05 18:24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해 넓고 얇은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겨울철 간식하면 생각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자연재료를 활용한 군고구마, 군밤, 밀가루를 주재료로 찐 것으로는 호빵, 만두, 밀가루 재료를 구운 것으로는 호떡, 오방떡, 국화빵, 풀빵, 붕어빵, 잉어빵 등이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찹쌀떡과 메밀묵 생각을 많이 하시겠지만, 여전히 MZ세대들에게도 인기있는 건 붕어빵입니다. 오늘은 붕어빵의 고현학입니다.

(픽사베이 제공)


1. 붕세권을 넘어 생긴, ‘대동붕어빵여지도’?

그런데 요즘 이런 간식거리들이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위생문제도 있고, 노점영업에 대한 단속 문제도 있고,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다보니 그렇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붕세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붕세권이란, 역세권, 슬세권처럼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붕어빵 가게가 인접해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붕어빵을 찾아 헤매다 지친 네티즌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이죠?

가까운 붕어빵 가게를 찾아주는 앱도 나왔고요... 각자가 알고 있는 붕어빵 가게의 정보를 오픈맵 시스템으로 집적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대동붕어빵여지도’인데요... 조선 말 김정호 선생이 직접 산 넘고 물 건너 그렸던 대동여지도에서 이름을 따온 겁니다. 서울을 비롯 전국 8도 카테고리로 나눠 붕어빵 가게 위치를 표시했고, 개점시간, 폐점시간, 맛과 종류, 카드결제 여부까지 세세한 정보를 축적했습니다. 정보가 계속 축적되면서 지금은 확장판인 ‘대동풀빵여지도’로 변신했습니다.

2. 붕어빵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자!

이름이 붕어빵이다보니 한국에 처음 와서 붕어빵을 먹어보게 된 외국인들은 혹시 붕어가 들었나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요. 원래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 속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데, 지금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먹는 재미도 더 커졌습니다. 한때 팥붕파와 슈붕파로 나눠지며 어떤 게 더 맛있나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제 이런 논쟁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만두붕, 피자붕, 미니붕, 크림치즈붕에 이어 모짜렐라 붕어빵, 김치붕어빵, 초코붕어빵, 완두붕어빵 등이 나오며 붕어빵의 세대교체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MZ세대 청년 사장님들이 붕어빵의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있어서고요. SNS 입소문 덕에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붕어빵 맛집도 있다고 합니다.

3. 붕어빵의 유래가 궁금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붕어빵의 유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겨울철 인기 간식들 중 호빵, 군고구마도 일본으로부터 유래되었고, 찹쌀떡, 메밀묵이 겨울철 야식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도 일제강점기부터입니다. 아마도 이때부터 근대도시들이 형성되며 인구밀집이 이루어졌고,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저녁시간의 여가 문화 등이 형성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붕어빵의 기원은 일본의 타이야키입니다. 타이야키의 타이는 우리말로 ‘도미’를 말하고요. ‘야키’는 불로 익힌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불고기를 일본에서는 ‘야키니쿠’라고 한다는 점을 응용하시면 될 듯합니다.

4. 타이야키는 어떻게 개발됐나?

이 타이야키, 즉 도미빵은 19세기 도교에서 처음으로 판매가 되었는데... 도미가 워낙 비싼 생선이라 서민들이 먹을 수 없다 보니, 도미 모양의 빵을 만들어 그걸 먹는 걸로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조리 방법을 개발하게 된 게 재밌는데... 18세기에 서양 문물이 급격하게 들어오면서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와플이 유행했다고 해요. 당시 일본에서는 호빵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호빵은 어느 스님이 만두소 대신 팥소를 넣어 개발했다는 설이 있는데 그게 일본에서 히트를 쳤던 거죠. 즉 와플의 틀과 호빵의 팥소 이 2가지가 결합되어 타이야키가 탄생한 겁니다.

이게 1930년대 즈음 우리나라에 상륙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도미보다 붕어가 더 친숙하다보니 붕어빵이라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붕어빵과 타이야키, 도미빵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빵입니다.

5. 대한민국의 창의적인 붕어빵 어떻게 탄생했나?

붕어빵과 도미빵을 비교하면 도미빵의 크기가 더 크고 바삭합니다. 사실 붕어빵은 타이야키를 그대로 본 딴 게 아니라서입니다. 도미빵이 들어오던 당시 풀빵도 함께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이건 호떡과 더불어 중국에서 전래한 간식이라고 해요. 이 풀빵과 도미빵이 결합해 붕어빵으로 재탄생한 겁니다. 어찌보면 원조 퓨전간식이 아닐까 싶어요.

따져보면 붕어빵 역사 100년인데요... 이미 이런 전통이 있기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세대교체를 거듭하며 사랑받는 간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 그럼, 잉어빵은 뭐냐?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

황금잉어빵이라고, 붕어빵 친척뻘인 빵이 등장했지요.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를 놓고 논쟁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재밌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붕어빵의 입모양은 '붕'이고 잉어빵의 입은 '잉'이라는 건데요.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만 사용하지만, 잉어빵은 기름과 버터, 찹쌀가루 등을 추가로 넣어 쫀득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팥소를 넣는 부위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붕어빵의 경우에는 팥소를 몸통에만, 잉어빵의 경우에는 꼬리까지 가득 채우는 점이 다르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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