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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개방성, 그리고 교회(1)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99)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12.09 14:50 의견 0

‘열린 마음’이라는 표현을 교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모임 시작하기 전에 늘 기도하는 제목 중 하나가 ‘참석자들이 열린 마음을 갖게 해주십시오.’이다. 이런 기도를 통해서 교인들끼리의 마음은 얼마나 열리는지 모르겠지만(오히려 역설적으로 마음이 닫혀 있기에 항상 여는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교회 문은 열려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최근에는 교회들이 지역 사회에 공간을 개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주차장을 예배 시간 외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반대로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무더위 기간에 교회 로비를 쉼터로 활용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개방하는 교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관리가 어렵다는 것인데, 그 덕분에 한 주 내내 사용되지 못하고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공간이 한국 교회에는 상당히 많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방성이다. 개방성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투명성이다. 과거와 같은 밀실 협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수많은 정보가 지천으로 깔려서 역설적으로 ‘정보 다이어트’를 말하는 책도 있다. 그러나 정보가 범람한다고 해서 투명한 것은 아니다.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발표하는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수준과 비교하면 투명성 지수는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순위는 국가·사회적인 불투명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개방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로 개인 정보 누출로 인한 악용을 염려한다. 특히, 몇 년 전 금융권에서의 고객 신상누출은 우리 사회의 개인 정보보안에 대한 포비아(phobia)를 급증시켰다. 온 국민의 개인 정보가 금융권의 정보보안이 장치의 취약성으로 인해 외부로 유출되었고, 배상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돼 해당 금융권은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혁명 시대에 사회는 더 개방될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되고, 진화해서 만물인터넷(IoE) 시대가 되면, 개인의 정보는 어쩔 수 없이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혹은 상업적으로든 활용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우리의 일상은 노출되고, 정보화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수많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다. 지금도 모바일로, pc로 수많은 상업 정보가 전달된다. 대부분은 스팸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그 가치를 높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교인은 사회인이다. 그래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많은 개인 정보가 공개된다. 그리고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교회 보안 시스템을 고려하면, 쉽게 해킹당할 수 있다. 대부분 교회가 해킹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작고 재적인원도 적지만, 개(介) 교회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혹은 노회 단위로, 혹은 교파별로 분류하게 되면, 수십만 명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아니면, 이미 유출됐는데도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신상정보를 판매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성도들의 정보누출에 따른 배상은 누가 질 것인가? 교회는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부정적인 설교를 매주 할 것이다.

“우리 교회가 해킹돼 많은 성도의 신상정보가 누출됐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이 분명히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악용될 경우 그 피해는 인간이 받습니다. 오히려 과거 시대가 더 안전하고 행복했던 시대였습니다. 이번에 정보누출 된 사례를 보면서 교회에서는 더 성경 중심, 인간 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상 설교지만,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교회는 보안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 교회도 보안 책임자는 없다. 그러니 마음먹고 해킹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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