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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18)] 단원 김홍도의 작품①

행려풍속도8폭 - 노상송사(路上訟事), 기방쟁웅(妓房爭雄)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5.10 12:18 의견 0

이번 회부터 김홍도 풍속도 중에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행려풍속도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란 선비가 세속을 유람하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장면을 소재로 한 풍속화입니다. 산천을 유람하는 관찰자 입장에서 여러 풍속을 직접 둘러보며 취재하듯 그린 것으로, 마치 작가가 화면 안에 들어가 실제 생활상을 둘러보고 있는 듯합니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는 병풍으로 두 작품이 있는데, 하나는 국립중앙 박물관에 있고 하나는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 있습니다. 1901년 루이마랭이 여행하면서 서울에 머물렀을 당시 구입한 것으로, 그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가 사후인 1962년에 그의 부인이 고인의 이름으로 기메박물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기메박물관에 있는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는 김홍도의 젊은 시절 작품으로 인물과 배경 풍경의 묘사가 매우 정밀하고 치밀합니다. 또한 화려한 색보다는 담채로 배경과 어울리게 채색한 그림입니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를 모사한 필자의 작품을 통해 이 작품에 숨을 뜻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노상송사(路上訟事)

▲ <노상송사>의 모사도 ⓒ 박태숙 작가


이 그림 제목은 노상송사(路上訟事) 또는 취중송사(醉中訟事)라고도 합니다. 관리의 행차에 길을 막고 길 위에서 바로 송사를 하는 풍경입니다.

고을원님은 술 꽤나 들이켠 몰골입니다. 가마 옆에 기생이 동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들놀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송사를 만난 듯합니다. 송사한 두 사람이 엎드려 옥신각신하고 있고 원님을 수행하던 서리가 땅바닥에 엎드려 대신 글로 적고 있습니다.

해를 가리는 일산 아래의 가마 위에 느긋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지긋이 내려다보는 원님의 표정과 무거운 가마를 계속 매고 서있는 햇빛에 얼굴을 그을린 불만 가득한 가마꾼의 표정이 대조적입니다. 이 상황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는 수행포졸 둘과 도도하게 긴 담뱃대를 들고 서있는 기녀, 각자의 짐을 들고 있는 백성들이 모습이 각각 특징 있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시골 원님 행차에 10명도 넘는 인원이 따라나섰으니 당시 원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만합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관리행차 시에 글을 쓸 줄 모르는 일반 백성이 행차를 막고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일이 가끔 발생한 듯합니다.

¶ 기방쟁웅(妓房爭雄)

▲ <기방쟁웅>의 모사도 ⓒ 박태숙 작가


집안과 밖의 풍경을 모두 보여주는 특이한 시선처리와 함께 양반들의 유흥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유유한 초승달이 앞마당을 비추고 밤안개가 짙게 드리운 늦은 시간입니다. 대청마루 위에 있는 한 기생이 부채를 든 한 양반에게 긴 곰방대를 건네고 있습니다. 옆에 흰 갓을 쓴 사람은 지금 상중인데 기방에 와 있는 것입니다.

왼쪽 기둥을 잡고 서있는 양반은 엽전이 두둑한 쌈지가 보이도록 서 있습니다. 마당에 서있는 어린 양반은 장죽에 초롱을 달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데, 4명의 남자들의 시선이 모두 행랑에 앉아있는 기생을 향하고 있습니다. 열려있는 방 안의 이불과 두 개의 요강이 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대문 밖은 시끄럽습니다. 취객 둘이 시비가 붙었고, 한 취객은 멱살이 잡힌 채 끌려가고 있다. 소란을 잠재우고 싶은 다른 기생이 단속을 나온 군졸의 허리띠를 잡아당기며 무어라 말하고 있습니다. 군졸의 한 손은 옷자락 안으로 무언가를 넣고 있는데 문제 삼고 싶어하지 않는 표정입니다. 기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대문은 깨져있고,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노파가 조용히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검둥개가 마구 짖어대고 있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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