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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칼럼] 2015년, 첫날에 쓰는 참회록

시사-N 승인 2015.01.05 17:55 의견 0
2015년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소망한 것은 아니지만 새해의 첫 날은 어김없이 내 앞에 서있다.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15년의 첫날이 2014년의 마지막 날과 크게 다를 리가 없지만, 사람들은 세월을 나누고 매듭을 묶어 작년과 올해로 구분한다.

 

무미건조하게 관성대로 흘러가는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새해 첫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고 고마운 날이다.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해의 시작을 기뻐하고 부푼 꿈을 꾸며 새날을 계획한다. 새해 첫날에 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계획을 준비해야 하겠지만 오늘은 참회록을 먼저 써야겠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에 대한 계획은 무의미하고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새로운 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새벽에 참회의 글을 쓰려고 하니 시인 윤동주가 떠오른다.윤동주는 20대 초반에 참회록이라는 시를 통해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라고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라고 고백하며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어간다.

 

또 굴종과 야만의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윤동주는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이 살기위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다. 나는 윤동주를 생각할 때마다 부끄러움이 앞선다. 시인은 20대 초반에 이 같은 참회록을 썼는데, 나는 두 배나 많은 삶을 살았으면서도 이토록 무딜 수가 있단 말인가만일 1년에 단 한번이라도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참 이중적인 사람이다. 겉과 속이 많이 다르다. 정의를 말하면서도 나 자신은 정의롭지 못하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이중잣대를 그토록 경멸하면서도 나 자신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한다. 예수께서 지적하신 ‘남의 눈의 티끌을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자’가 바로 ‘나’ 이다.

 

또 나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옛말에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수는 물에 새겨라” 는 말이 있는데, 나는 거꾸로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겨왔다.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은혜를 받고도 작은 서운함만을 기억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다.

 

또 나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다. 말과 계획이 앞서고 충분한 노력과 수고가 뒤따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노력한 것보다 더 큰 열매를 바라는 욕심쟁이다. 나는 또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먼저 사과하라. 좀 더 정직하라.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내면의 소리, 양심의 소리에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애써 못 들은 척 외면해 버리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런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고 손해를 입었다. 삶에 대한 진지함과 치열함도 턱없이 부족했다.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 윤동주에게 중년의 김상기가 한없이 부끄럽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그동안 나 때문에 손해보고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이처럼 부족한 나를 용납하고 품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2015년, 새해에는 정말 잘 살아야겠다!좀 더 치열하게,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겸손하게, 좀 더 유쾌하게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칼럼니스트 김상기 / 익산 희망정치시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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