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인 초대석(2)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논어(論語)>의 ‘자로(子路)’ 편에 나오는 에피소드도 그러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묻는다.
“마을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 공자는 “아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는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한다.“마을 사람 중에 착한 사람은 좋아하고, 나쁜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공자의 대답을 좀 단순하게 받아들이자면, 누구에게나 좋은 소리만 듣는 사람 또는 싫은 소리만 듣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한쪽에서는 좋은 소리 다른 쪽에서는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개인의 특성을 떠나서 직업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지지자들에게는 좋은 소리, 반대편에게는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좋은 소리와 싫은 소리의 대조가 선명할수록 좋은 정치인이란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조경태 의원은 그런 대조가 매우 선명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여느 정치인과 다른 점이 있다. 그에 대한 싫은 소리가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주주인 친노 성향의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에게서 주로 나오는 반면 그에 대한 좋은 소리는 주로 당의 비주류 심지어 상대 정당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서도 나온다는 점이 그것이다.
문제는 공자가 말한, ‘마을 사람 중에서 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쁜 사람’이 누구인지 분간하는 일일 것이다. 조경태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왜 조경태를 비판하는지 그리고 조경태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열열하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 인터뷰는 그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진행했다.
인터뷰를 가진 것은 지난 1월 26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에서 조경태 의원의 컷오프 탈락이 확정된 이후였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컷오프 탈락에 대한 감상에서 시작됐다.
- 컷오프 탈락으로 느끼시는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컷오프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뿐입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정치 사례를 모두 검토해봤습니다. 전혀 없더군요. 국회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결과를 봐도 예비경선을 하는 나라는 전혀 없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의 새누리당도 컷오프를 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만 컷오프라는 기이한 제도를 시행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컷오프 제도는계파들의 칸막이 역할
간단히 말해서 이 제도가 계파들의 칸막이 역할, 계파주의를 부채질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계파주의 청산을 주장하지만 그 말이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컷오프 제도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자신의 말처럼 정말 계파주의를 청산하려면 컷오프 제도를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구요.
5명이 출전한 당대표 선거에서 미리 두 명을 추려낸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전당대회의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말이 안 되죠. 당대표 출마자가 혹시 10명이 넘는다면 몰라도 겨우 다섯 명에서 두 명 탈락시킨다 노무현 대통령 돌풍의 출발점이었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전당대회 역시 7명 후보 누구도 도중에 탈락시키지 않았습니다. 당시 컷오프를 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아마 4~5등 정도 순위로 탈락하고, 정권 재창출도 물건너갔을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02년의 성공사례를 기억하고, 그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 분석해서 우리의 자산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계파가 없었습니다. 지지하는 의원도 없었습니다.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먼저 노무현을 지지했던 천정배 의원도 실제로 움직인 것은 광주 경선의 승리 이후였습니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드라마틱한 승리를 만들어내고 연말 대선에서 승리했어요.
2002년의 그 교훈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 당이 감동의 전당대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겁니다.제가 컷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여론조사는 12% 정도로 후보 5명 가운데 2위였습니다. 제가 이 문제로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문 위원장은 일부 계파의 눈치를 보면서 개혁의지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컷오프 제도에 대해서 느끼는 불만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만, 의원님에 대해서는 평소 새정치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에 가야 할 정치인'이라는 식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이 컷오프 탈락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백번 양보해서 컷오프를 한다고 해도 선거인단 378명을 공정하게 구성했어야죠. 청년과 여성, 노인 등 대표성을 지닌 집단의 비율을 공정하게 맞춰서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권리당원 30만 명 가운데 사회집단과 지역별로 비율을 배분하고 무작위로 선거인단을 추출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계파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인단은 철저하게 계파 타협의 산물이었습니다.
이것 자체가 매우 불공정한 경선 규칙이고,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력입니다. 참여정부 이후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계파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식으로 하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컷오프 통과 못한다”는 비아냥이 나오겠습니까 그만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 기득권이 강고하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누가 새누리당으로 가야 하는가
저는 여권의 텃밭인 부산에서만 국회의원에 5번 도전했습니다. 이것 자체가 현재 야당 세력에 기여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출마 자체를 포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국회의원 직을 포기하고 패배할 경우 정계를 은퇴한다고 선언하면서 필승의 의지를 보였지만 문재인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치 감각입니다.
저에게 새누리당으로 가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과연 누가 새누리당스러운가 과연 누가 새누리당을 이롭게 하는가 과연 누가 새누리당으로 가야 하는가-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이후 당이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문재인 대표나 박지원 대표 누가 되건 국민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인물들입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면서 과거 동교동계 분들과도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된 요구가 “과거 정통야당의 뿌리를 베어버려서는 안된다. 살리는 방향으로 노력해달라”는 것이더군요. 제가 부산에서 20년 동안 야당으로 활동해온 경력을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박지원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 내부에서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은 아무래도 줄어들겠지요. 통합의 움직임이 생길 수 있구요. 하지만 문재인 대표라면 당의 혼란이 걱정입니다. 통합이냐 분열이냐 하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2, 제3의 정동영이 나오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동영 전 정관이 탈당한 것은 이 당에서 할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 아닙니까 패권화된 계파주의가 낳은 결과라고 봐야죠.정통 야당에서 멀어지는 모습 반성해야
저는 정동영 전 의원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봐요. 한화갑 한광옥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들이 상대편에게 투항한 것이지만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우리 당이 정통 야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 당이 반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구조가 된 것 아닌지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조경태를 컷오프에서 탈락시킨 것도 마찬가지에요.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한 일부 계파의 횡포입니다.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반성할 줄 모르는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겁니다. 문재인 의원이야말로 총선과 대선 패배의 주역 아닙니까 4월 보궐선거도 걱정입니다. 이 선거는 야당 입장에서 잘해야 본전이거든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과 친노 세력이 당의 전면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시선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합니다.
- 전당대회 이후의 정치일정은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 차분하게 여러 가지 정치적 구상을 정리하고 휴식하는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정치적 행보나 성과, 돌아볼 지점 등을 중간 점검도 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중동(정중동)의 시기인 셈이지요.
코앞에 닥쳐온 내년 총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남지역은 새누리당의 기득권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저로서는 6번째 도전인데 반드시 4선 고지에 올라야 합니다. 모든 선거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준비해왔지만 이번에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각오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문재인 의원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원래 문재인 의원이 총선 승리를 위해 나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내년 총선에도 출마해야죠.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부산의 1석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지역균형을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요소입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특정 지역의 정치판을 독점하는 구도는 깨트려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는 여야가 대승적 측면에서 공조할 필요도 있어요.
문재인 의원 지역구를 비례대표 배재정 의원이 이어받는다고 합니다만, 사상구민에게 주는 영향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권에 도전한 분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그렇다면 정정당당해야 합니다. 말로만 친노를 내세우면 뭐합니까 노무현이 그렇게 얄팍하게 행동했나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종로구를 버리고 힘든 부산을 찾아가서 출마했던 노무현 아닙니까 노무현의 친구이자 후계자라는 분이 하는 행동은 노무현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간다면 말이 됩니까
오늘의 조경태가 있게 된 것도 당시 노무현의 도전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저는 우리나라 정통 야당의 맥이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노무현에서 다시 조경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현실 정치의 한계와 질곡에 도전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는 노선이나 가치관, 그것을 구현할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저는 국민을 향해, 국민과 함께 간다는 원칙을 지켜갈 것입니다. 저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또 많은 당원들이 저를 응원하신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얼마 전 광주 강연에는 무려 1,200명이 참석하셨습니다. 새정치연합 정치인이 한 광주 강연으로는 최고 기록입니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 당원들 사이에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무척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여의도 분들은 실감하지 못합니다. 우리 당의 평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이 조경태 편이라는 것, 이것이 저의 무기입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오픈 프라이머리로 100% 전당원 투표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30만 명, 100만 명 당원의 뜻을 직접 묻는 겁니다. 이걸 수용하라고 문재인 의원과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요구했더니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거부하더군요. 당원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당의 대표가 된다 웃기는 얘기입니다. 결국 패거리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겁니다.
¶ 당원 평가 두려워하는 사람이 당대표라니
저는 앞으로 평당원의 지지를 발판으로 당의 혁신과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한반도포럼 등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모임이 전국에서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전주와 광주, 전남 등의 이런 지지 모임에는 당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정치에서는 계파 이기주의에 의해 제 위상이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이런 밑바닥 지지자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당내에서는 특별한 선거가 없습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서 차곡차곡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 실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새정치연합은 통합의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하모니, 조화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패권화된 계파의 이익이 아니라 소수와 비주류도 끌어안고 가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 대권 도전을 명시적으로 밝히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으로 롤모델 또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박정희 대통령은 공과 과가 모두 확실한 분입니다. 당시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 같은 역할은 분명히 필요했습니다. 다만 경제성장이 대표적인 공이라고 한다면, 인권탄압이나 반민주적인 정치 행태 등은 과의 측면이라고 봐야죠.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도전한 버림의 정치를 하신 분입니다. 이것이 국민들의 감동을 불러왔던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권 이후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했습니다. 판교 김포 등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인허가를 가장 많이 내준 정권이었습니다. 거기서 풀린 돈이 모두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됐어요.또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 가운데 대학등록금을 가장 많이 올렸습니다. 교육 정책을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었습니다. 서민이 서민 대통령을 뽑았는데, 서민을 위한 민생에는 역행하는 정책이 많았다고 봐야죠.
¶ 서민대통령 노무현의 서민 보호 역행김대중 대통령이야말로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 노력하시고,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위대한 지침을 세우시고 현실화하신 분입니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로 민주 정권을 창출하신 것도 큰 공로지만 그 정권을 성공적으로 이양하셨다는 점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이셨습니다. 갖은 정치적 탄압을 받으면서도 정치 보복을 하지 않으셨다는 점, IMF 외환위기의 극복, 대한민국의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라는 점 등은 앞으로 누가 집권하더라도 크게 기려야 할 공로일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통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신 분이에요. 이런 점에서 일부 야당 인사들이 착각하는 점을 하나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북관계에 대한 태도가 그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대북관계 4대 원칙의 첫번째가 튼튼한 안보였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이러한 대원칙을 잊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으면 국민의 자격이 없고, 당연히 정치인의 자격도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미제의 식민지로 표현하고, 북한을 강성대국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비호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정치인은 결국 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통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 가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실 계획이십니까
=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이 상황을 먼저 인식하면서 생활과 정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합의 정치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동서 갈등, 남북 분단, 세대간 분열, 계층간 갈등 등을 통합하고 치유하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70~80년대는 배고픈 사회였지만 2015년 현재는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음에도 국민들의 분노 지수는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한마디로 ‘분노 사회’가 된 것이죠.
저는 이런 불만족 사회, 행복하지 못한 사회를 바꾸어 조화로운 하모니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미래가 불안해도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 있으면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따뜻한 자본주의’가 저의 정치적 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가치를 실현하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권한과 자원을 분산하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가치의 실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청년 일자리 창출과 노인 빈곤 해결해야
저는 또 청년 일자리 창출과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해 OECD 국가 중 최고입니다.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소할 정책, 아름다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재벌이라는 용어가 사라져야 합니다. 전세계에서 재벌이라는 의미의 용어가 쓰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입니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이 단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인 경제 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됐지만 이제 이러한 외형에 걸맞는 삶의 행복지수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요구와 정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절실합니다. 가진 자가 베푸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노인 빈곤층에 대한 배려는 현실적으로 국가의 책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노인 빈곤층이 생긴 뒤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노인 빈곤층이 지금보다 적게 발생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노인 빈곤 퇴치기금을 조성하는 범국민 운동,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금, 노인이 노인을 돕도록 하는 시스템, 절반이 절반을 돕는 사회적 상생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도 은퇴하시고 평생 저축한 돈으로 아프리카의 우물 파기를 지원하겠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에도 힘든 분들이 많으니 우선 그분들을 돕는 게 어떨까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문제는 정부가 다 알아서 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은 결코 풍족한 편이 아닙니다. 민간 분야의 기증 활성화가 이 문제 해결에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아닌 대안정당 또는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신당 창당 움직임은 결국 새정치연합의 위기와 직결돼 있습니다. 특정 계파가 패권화된 독식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새정치연합에 정치적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입니다. 지금 야당이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청년과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균형 발전 등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북 정읍의 경우 1995년 인구가 30만 명이었는데 최근에는 11만 명,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균형 발전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입니다. 전세값 상승 문제도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서울 등 수도권과 특정 지역에 인구와 자원이 몰리는 불균형 발전에서 기인하는 문제입니다. 이밖에 한반도 평화공존 등 안전에 대한 요구 등에서도 야당은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야당은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 여당을 헐뜯는 것에서만 존재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을 ‘반대를 위한 당’으로 인식합니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수권을 위한 정당이어야 해요.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치는 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뜻에 반대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70%가 넘어도 밀어붙입니다. 당내의 소수 강경세력에게 끌려가는 겁니다. 이러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 청와대 보면 ‘한숨’, 새정련 보면 ‘열숨’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의원 130석이 넘는 야당이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외형으로는 어마어마한 존재인 겁니다. 그런데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반토막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새누리당도 답이 없지만 새정치연합은 더 한심해 보이는 것이죠. 정치인과 정당은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정당이어야 미래가 있습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로 “청와대를 보면 ‘한숨’이 나오는데, 새정치연합을 보면 ‘열숨’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정부 여당이나 청와대 탓을 하기보다 ‘내 탓이오’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그 책임을 짊어지는 그런 정당이어야 합니다.
- 국회의원 다선이 될수록 정치자금 수요는 늘어나는데 오히려 지지자들의 지원도 줄어들고 요구만 많아진다고 하더군요. 3선의원으로서 정치자금이 적지 않게 들어갈텐데 정치자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십니까
= 제 정치자금은 기본적으로 개미군단에 의지하는 형태입니다. 정확하게 규모를 말할 수는 없지만 매월 10만원씩 후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 저의 장래 가능성을 보고 십시일반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자금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씀씀이가 적은 정치를 하는 편입니다. 발로 뛰는 정치를 하고, 특히 계파를 두지 않기 때문에 큰 돈이 들지 않습니다.
계파는 정치적 야심이 큰 정치인들에게는 큰 유혹일 수 있지만 저는 계파 없이도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계파 줄서기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강요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새정치, 돈 안드는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법안과 정책의 개발로 승부를 본다면 그렇게 큰 돈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호남에 대한 증오나 학살 선동 등 혐오발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역 문제 해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혐오 발언을 제재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작업을 지원할 뜻이 있습니다. 저는 지역주의를 없애는 데 청춘을 바친 사람입니다. 부산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살아오면서 온갖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호남 아니냐에서부터 빨갱이 소리는 예사였죠. 새누리당으로 옮기라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은 저에게 “당을 옮기면 안되느냐”는 충고를 합니다. 저를 생각해서 해주시는 얘기이기 때문에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 “호남 혐오 발언 법적 대응장치 필요”
다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지점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집권하려면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이걸 잊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국민들보다 잘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국민들을 가르치려 하면 실패합니다.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3선에 이른 중견 정치인으로서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 또는 장점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 20대에 정치를 시작한 분 가운데 성공한 사례가 드뭅니다. 부모님이 정치인이거나 아니면 재벌의 자제인 경우가 많죠. 좋은 환경에서 출발하다보니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치열함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일찍 정치를 시작한 사람 가운데 비교적 스스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온 케이스 같습니다. 제 보좌관 중에서도 저의 정치적 역정을 보면서 함께 일하겠다고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현실 정치에서 성공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꿈이 있는 젊은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과감하게 생각하고 꿈을 펼쳐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그래서인지 청년유권자연맹이 선정한 ‘청년 멘토’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당의 청년혁신비례대표 1등으로 선정된 청년이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 청년이 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았을 때 참석해주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얘기도 듣곤 합니다.
♠ 약 력
1968 년 1월 10일생,부산대학교 토목공학대학 (86학번),부산대학교 토목공학박사,제16대 대통령 선거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어민전국총연합 다대어민회 최초의 명예어민,제17대 국회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운영위원(2008 - 2012),한일민주의원포럼 회원(2009 - 현재),제18 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간사,민주당 서민생활특별위원회 위원(자영업중소기업 대책분과, 2010 - 2011),제19대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위원(2012 - 2013),민주당 상향식 공천제도 혁신위원회 위원장(2013 - 2014),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2014 현재),2007, 2011, 2012년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선정 우수국회의원,민주당 선정 '2012, 2013년 국감우수의원' 2년 연속 수상,2014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 수상
♠ 저 서
<조경태의 누드정치(2003)>, <조경태, 세상과의 소통(2009)>, <지역주의는 없다(2011)>, <원칙있는 승리(2012)>, <소박한 정치 세상을 꿈꾸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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