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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천정배 '호남 홀로서기' 선택

주동식 객원편집위원 승인 2015.03.12 15:56 의견 0
정동영 국민모임 창당준비위 인재영입위원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모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과 다른 길을 가기로 선언하고 독자 행보에 들어갔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즉 새정련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 새정련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새정련과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결의 등이 그것이다.

 

정동영 위원장은 지난 3일 전주에서 열린 ‘국민모임 신당지지 전북 105인 선언’ 이후 전북 도의회에서 ‘전북도민이 묻고 정동영이 답하다’는 주제의 토크콘서트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신당의 정책방향과 창당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세금혁명당, 장그래당, 평화체제당 만들겠다"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을 미묘하게 만드는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하여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것은 안 된다”며 “남북대화 정착으로 긴장을 완화하면 사드를 배치해야 할 이유도 없어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며 새정련의 역할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북의회를 방문한 정동영 국민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장그래당, 세금혁명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북의회를 방문한 정동영 국민신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장그래당, 세금혁명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모임 신당의 성격에 대해 정 위원장은 ‘불평등 해소당, 세금 혁명당, 장그래당, 평화체제당’ 등으로 규정하고, “6.25전쟁 당시 사회적으로 평평해졌던 우리나라가 현재는 미국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조세 정의가 필요하지만 관료집단의 반대로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벌의 재산은 쌓여가지만 중산층은 붕괴되고 빈곤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을 인용, “우리나라 개인소득자 3100만명 가운데 중위 소득자의 소득이 1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1700만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850만명이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인 140만원에 불과하다”며 심각한 상황에 이른 소득불평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덧붙여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전북 지방도 자기 몫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며 계급 문제 우선론이라고 볼 수 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민모임 신당의 출범이 야권의 분열로 이어져 정부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전북 지역의 경우 국민모임 신당의 후보가 나온다 해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권 분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하고 “전국적으로도 박근혜정권에 대한 심판여론이 60%를 넘기 때문에 국민모임 신당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야권 분열론이야말로 국민모임 신당에 대한 새정련의 유일한 방어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정배 위원장 등 유력 정치인들의 국민모임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정치인보다 문화·예술·시민단체·노동운동 등 분야 인사들의 참여가 많다”고 밝혔다. 4.29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았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서 “국민모임 신당을 빽없고 돈없는 서민과 청년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의미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게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천정배 전 장관은 지난 7일 광주를 방문한 ‘선명 야당 재건을 위한 민주시민모임’ 대표들을 만나 중요한 정치 현안과 관심사에 대해 즉석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천 전 장관은 이번 보궐선거에 당선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복당할 가능성에 대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천 전 장관은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소속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다음 당선 이후 원래 소속 정당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이번 나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도 '새정련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전략공천 없애고 경선으로만 후보를 뽑는다고 한 것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천 전 정관은 “지난해 7월 재보선의 경우 사실 새정치연합이 나를 의도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 맞다”고 전제하고 “이번에는 내가 원할 경우 매우 좋은 조건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전 장관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야당 세력의 재편, 야당 세력의 교체이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며 “호남 정치의 복원과 함께 전국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야당의 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이 내 목표이기 때문에 당선된 이후에라도 새정치연합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천 전 장관은 또 “당선되어 국회에 들어갈 경우 심각한 호남 혐오 발언에 대한 법적 제재 장치의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문제를 인종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호남 정치인으로서, 호남의 낙후와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양심과 의사표현의 자유와 모순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선돼도 복당 안하고 야당 교체 작업에 나선다"

 

국민모임 신당과의 협력 또는 선거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야권을 변화시키겠다는 데 동의하는 세력이나 인사들과는 얼마든지 힘을 합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천정배 전 장관이 선명야당 재건을 요구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이 선명야당 재건을 요구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동영 위원장과 천정배 전 장관의 정치적 선택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과 다른 길을 가는 호남의 정치적 홀로서기를 추구하고, 그러한 방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 대한 호남의 전통적 지지를 자산으로 삼아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을 행사해온 문재인 새정련 대표를 포함한 당내 친노세력에게 일종의 선전포고 내지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친노세력과의 동거를 통해 정치적 존재를 인정받아온 호남 지역 및 호남 출신 새정련 정치인들에게도 정-천의 독자행보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게 된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과 정치인 일부가 극렬한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천정배 전 장관의 선택을 비난한 것도 이들이 느끼는 위협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천정배 전 장관이 출마할 예정인 광주 서구을의 한 주민은 “정동영이나 천정배처럼 민주당 분당의 주역이자 참여정부의 핵심이었던 사람들이 결국 친노세력과 갈라선 것을 보면서 정치적 변화를 실감한다”며 “호남 정치판이 흔들리는 것은 결국 새정련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동영과 천정배 두 호남 출신 거물 정치인의 '친노와 갈라서기'가 현실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분당과 참여정부 국정 운영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최근의 행보가 전형적인 떠돌이 정치 역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맞느냐와 별개로 호남에서 불어오기 시작한 정치적 변화의 파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보는 정치권 인사가 많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천 전 장관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두 사람의 정치적 행로는 이제 새정치연합을 장악한 친노세력과 완전 결별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두 사람이 친노세력과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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