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동영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관악을 출마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거 정동영이 죽는 길입니다. 당선되기도 쉽지 않거니와, 당선된다 해도 결국 얻는 것은 소탐대실하는 정치인, 눈앞의 이익을 위해 큰 것을 버리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뿐입니다.
정동영은 어차피 이번에 관악을에서 당선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는 이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주지역에서 깃발을 들고 호남 정치의 맹주라는 상징성을 찾아와야 할 겁니다. 그것 외에 정동영이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데 기껏 1년짜리 국회의원 한번 더 해보기 위해서 온갖 위험과 부담을 감수한다 글쎄요...
광주서을에서 천정배, 서울 관악을에서 정동영이 당선되면 새정치연합을 한꺼번에 뒤흔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입니다.
설혹 천정배, 정동영이 모두 당선된다 해도 새정련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순식간에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쉽게 움직일 것 같습니까
반면 광주에서 천정배 한 사람만 당선되어도 새정련의 호남 기득권은 근본적인 의문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호남 지역구 또는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새정련 간판으로 나섰을 때의 당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는 겁니다. 거기에서 정동영 한 사람이 더 당선되느냐 마느냐는 영향은 주겠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닙니다.
여러 신당 추진 세력 가운데 국민모임이 가장 대중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누가 뭐래도 저는 정동영이라는 정치인이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동영을 지지하건 반대하건 그는 국민모임신당 참여 인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과 인지도, 득표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동영을 좀더 아끼고 크게 쓸 궁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민모임신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정동영의 관악을 출마를 끝까지 강행한다면 정동영을 한번 쓰고 버리는 카드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그렇잖아도 국민모임신당 주축 인물들이 정동영에 그닥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는 많이 나옵니다. 노빠 색채가 강한 정의당과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만남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죠.
정동영을 아끼는 분들 가운데서도 정동영의 출마를 강력하게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거, 정동영을 죽이는 길입니다.
국민모임신당에서야 정동영을 통한 컨벤션 효과는 이미 충분히 거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함께가면 부담만 커진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정동영이 관악을에 출마해서 당선되면 좋고, 낙선하면 그보다 훨씬 더 좋다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꽃놀이 패라는 것이죠. 이거 너무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건가요
정동영이 그동안 고생하며 쌓은 내공과 경륜이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걱정이 됩니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의 성장을 어떻게든 가로막고 저격하는 노무현 이래 노빠들의 패악질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입니다.
정 관악을 선거에 관심이 있다면 참신한 신인을 내보내고 정동영이 정말 팔 걷어붙이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모습이 직접 출마하는 것보다 몇십 몇백배 더 정동영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 신인의 당선 여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국민모임신당에서 맡은 역할도 인재영입위원장이지 않나요 인물이 없다구요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것저것 따지면 마음에 드는 인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것도 이제 막 새로 만든 정당에서요. 가능성 있는 신인을 키워내는 능력도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격 요건입니다.
천정배 진영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정동영이 치명상을 입고 낙마하면 내년 총선에서 천-정이 힘을 합쳐 휘두를 수 있는 무기의 파괴력은 거의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 새정치연합은 다시 살아나고 결국 천정배도 입지가 극히 좁아지게 됩니다. 이거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중한 판단과 선택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