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성경은 보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19)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24 16:28 | 최종 수정 2019.07.08 17:27 의견 0

성경은 보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예수는 신약에서 가난한 자, 병든 자 등의 친구로 등장하고 어린이와 여성의 지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혁명적 언행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창조주를 인정하고 각 개인의 역할이 다름을 인정했다. 이후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했고, 바울도 위정자의 권세를 존중하라 하면서 당시 제도 전복과 관련한 정치적 혁명사상을 말하지는 않았다.

물론, 혁명적인 관점에서 성경을 분석하면 충분히 근거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은 신앙, 도덕적 혁신은 주장했지만 체제 전복적인 사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라 자처하는 세력이 교회를 적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 혁명 시 혁명에 참여한 민중은 교회를 파괴했으며, 공산주의 혁명도 기독교를 배척했다. 특히, 마르크스는 종교는‘인민의 아편’이라 하면서 기독교를 적대시했는데, 실제로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수많은 종교 박해가 자행됐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가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전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버크는 ‘발전적 변화’를 말하면서 변화를 인정했다. 보수 정신은 기본적으로 세상은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되었으며, 그래서 다양한 토론을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한 다는 것을 전제한다. 또한, 인간의 절대 이성을 인정하지 않기에 실패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동체적 모색을 통한 세계 질서 유지를 선호한다.

보수주의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버크의 사상을 토대로 따져보면 현재 한국에서 언급하는 보수주의와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성경은 보수와 진보의 긴장이다!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수는 ‘빨갱이 이데올로기’로 무장했고, 가상의 적을 세워서 세력을 확장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그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보수 논쟁이 한창이다. ‘진정한 보수’를 말하면서 지난 대선 때 바른정당이 출현했고, 대선 이후 다른 정당과 통합해서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 아쉽게도 ‘진짜 보수’논쟁이 끝나기도 전에 바른정당이 사라진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에는 진정한 진보가 없고, 보수만 있다는 말과 주장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북한이 존재하고 있어서 진정한 진보세력이 살아 숨쉬기 힘든 정치적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의 씨앗을 뿌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는 보수도 진보도 없는 듯하다. 한국 교회가 보수의 상징이라고 자처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온전한 보수 정신은 없고, 세상과 담쌓은 경계를 만들어 스스로 거룩한 척하는 고독한 ‘성’이 됐을 뿐이다.

성경에는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고 한 것을 고려한다면, 교회는 보수나 진보가 돼서는 안 된다. 창조 질서를 존중하면서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여 돌봄을 실행해야 하고, 하나님 아래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인정해야 한다.

사무엘서에서는 사사 시대가 끝날 무렵 사무엘에게 우리에게도 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하나님께 통치자를 달라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왕을 요청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그 부당함을 언급했지만, 일단 그 인정하고 나서는 그 제도를 존중하셨다. 기독교는 불신자들이 말하는 기득권 세력을 비호하는 의미의 보수도 아니며, 하나님의 섭리를 알파와 오메가의 역사적 진보로 이해하여, 발전과 변화를 중심으로 여기는 진보도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정신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긴장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보수적이지 않았다

한국 기독교의 시작은 보수적이지 않았다. 철통같아 보였던 쇄국방패 벽이 뚫리자마자, 밀물처럼 들어온 서구 문물은 새로운 사상이었고, 발전된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수천 년 동안 통치 사상이자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유교에 대한 새로운 관념의 도전이었다. 국가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지만, 철저하게 신분질서를 유지시켜온 조선에 만민평등을 주장하는 기독교는 보수가 아니라, 강렬한 진보의 물결로 생각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하나님 아래 모든 사람의 평등을 말하면서도 신분질서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평등을 말하기도 하고, 신분질서를 옹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에게 순종하는 종을 말하지만, 주인도 종에게 선을 베풀라고 강조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순과 같은 상황이 계속 열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는 성경을 잘 모르는 진보라고 자처하는 집단으로부터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수구세력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포기하고 그저 권력층에 기생해서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 그러나 한 측면만 강조할 때 교회는 성경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