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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엄마의 학창시절을 엿보다 - 뮤지컬 '젊음의 행진'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4.20 22:25 의견 0
“날 떠나지 마아~♪ 가는 널 볼 수가 없어~♬”낯 익은 멜로디가 귀를 강타한다.

 

각각의 노래가 시작될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어깨를 들썩거리고,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전국노래자랑이 되어 버린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커튼콜이 시작될 때는 배우들과 관객이 모두 일어나 하나가 되며 흠뻑 노래에 빠져든다. 춤을 추기도 하고 점프하기도 하며 그 노래가 유행하던 당시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8090시대를 보여주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계속해서 공연되는 이유다. 자극적인 내용과 소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세대 구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시절 가요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시의 청춘기를 떠올릴 수 있고, 그 시대의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겨운 멜로디를 즐길 수 있다.
'영심아 넌 나의 내일이야!' 영심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왕경태

(PMC프러덕션 제공)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배금택 원작의 인기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이었던 <영심이>의 주인공 영심이와 경태를 차용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천방지축 사고뭉치에다 호기심 소녀였던 영심이와 그런 영심이만을 짝사랑하는 왕경태가 서른여섯에 우연하게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이다. 공연기획자가 된 영심이는 전기안전점검을 나온 왕경태와 우연히 조우한다.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사고 때문에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영심이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왕경태. 그렇게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극은 아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위에 8090세대의 청춘시절을 같이 담아냈다. 종이학, 학교시험, 젊은 남자 교생선생님, 콜라텍, 별이 빛나는 밤에, 장학퀴즈 등 당시 문화를 대표하는 코드를 같이 담아내며 지금의 40~50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뮤지컬을 구성하고 있는 곡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봤을 만한 곡이다. 터보, 지누션, 박진영... 관객들은 이미 들어본 곡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뮤지컬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통해 학창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PMC프러덕션 제공)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이다. 아무리 훌륭한 구성이라 해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이 있어야 비로소 극이 빛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개그우먼 출신의 신보라는 천방지축 영심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김지철 역시 30대가 되어서도 풋풋한 사랑을 이어가는 왕경태 역을 보여에 몰입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의 앙상블이 극을 부드럽게 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거기에 매력적인 조연 상남 역의 전민준도 대단하다. 첫 등장부터 반짝이 가루를 흩날리며 단발머리를 찰랑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시선강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남자지만 도도한 여성의 모습을 보이며 주인공들의 바닐라 아이스크림같이 달달한 사랑이야기 위에 톡톡 튀는 사탕가루를 뿌린 느낌을 자아냈다.

 

장학퀴즈에 출연한 영심이. 뮤지컬 곳곳에서 추억의 키워드들을 찾을 수 있다.

(PMC프러덕션 제공)

 

5월 27일이 마지막 공연으로 예정된 <젊음의 행진>은 어느덧 절반 이상의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곧 다가올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의 공연 나들이를 계획하는 자녀들에게는 부모님과 문화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공연관람 후 충무아트센터 인근에 있는 신당동 즉석 떡볶이를 함께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께 잃어버린 학창시절도 선물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늘 든든하고 커다란 나무같은 존재였던 부모님이 어느 새 고등학생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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