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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려진 공간을 카페로 재생시키다, 부산 <젬스톤> 이창렬 대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총합이 담긴 <젬스톤>만의 공간철학
폐조선소 부지에 조성되는 <젬스톤 거제점>은 민간주도 도시재생의 사례가 될 터

윤준식 기자 승인 2020.05.08 09:59 | 최종 수정 2020.05.08 17:42 의견 0
<젬스톤 영도점>에서 만난 이창렬 대표. 짧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새로운 카페비즈니스의 개척자가 가진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비로컬 제공)

▶<젬스톤>이라는 브랜드의 시작과 개척 과정이 궁금하다

☞이창렬 대표: 카페 사업의 시작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카페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딱 2%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잘 되는 카페들을 분석한다고 전국의 카페를 1년간 탐방했다. 고객이 카페를 향하는 길 속에 어떤 감성이 숨어 있는지, 멀리서 보이는 카페 건물 외관의 디자인이 주는 느낌은 어떤지, 주차장은 얼마나 쾌적한지, SNS 팔로워가 많은 매장들은 카페 내부에 어떤 포토존을 만들었기 때문인지 분석했다.

1년의 탐방을 마친 후 내린 결론은 새로운 카페 트렌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 개인 브랜드가 이끌 것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젬스톤>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젬스톤>은 ‘원석’이라는 뜻인데,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브랜드에 담았다. 또 <젬스톤> 브랜드에서 함께 일할 사람도 원석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모여 보석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그렇게 해서 2017년 오픈한 <젬스톤> 영도점이 첫 지점이다. 영도점은 원래 폐쇄된 스포츠센터가 있던 자리였다. 수영장까지 포함한 거대한 규모의 시설이다 보니 이후의 활용이 마땅치 않아 14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이 수영장을 카페로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 영도점의 성공 후, 송정에 운영하고 있던 프랜차이즈 카페 두 개도 계약만료에 맞춰 <젬스톤> 브랜드로 변신시켰다. <젬스톤 송정점>과 <젬스톤B>로 바꾸었는데, 리뉴얼 이후 매출이 3배가 올랐다. 이번 4월 24일에는 <젬스톤 사하점>을 오픈했고 창원점과 거제점 오픈도 준비중이다. 2021년에는 수도권으로도 진출할 생각이다.

"아니! 수영장 바닥에 카페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활용은 오픈 초기 카페투어족의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 효과를 갖고 있다. <젬스톤 영도점>은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카페 입구에서 수영장까지 들어오는 로비를 좁혀놨다. 수영장이 있던 공간까지 와서 "우와~~!"하는 탄성이 나올 수 있도록 연출했다는 후문. 이외에도 넓은 공간을 이용해 바리스타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으며, 카페투어족이 뜸해진 개점 3년차에 즈음해 새로운 공간실험을 진행중이다. 눈에 띄지 않는 숨겨진 공간들을 활용해 제빵시설을 늘려 각 지점의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하고, 세미나실을 조성해 교육사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비로컬 제공)

▶화제가 되고 있는 <젬스톤> 매장들은 거대하다는 게 특징적이다. <젬스톤>이 표방하는 브랜드 콘셉트는 무엇인가?

☞이창렬 대표: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전략 포인트를 둔 점이 매장의 크기다. 매장이 크면 공간규모가 가져오는 경제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이는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깨닫게 되면서 구체화되었다.

카페를 찾는 주고객은 2030세대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는데 현실적인 비즈니스를 감당하는 나 자신이 50대라 2030세대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공감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2030세대를 노린다고 딴엔 포토존을 아주 예쁘게 꾸며두었는데도, 구석의 콘크리트 배경이 멋지다고 거기서 셀카를 찍고 인스타에 올리더라. 그들에게는 경험이 곧 문화고 트렌드가 되는데 서로의 생각과 경험이 너무 달라서 세대의 다름을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요즘 강소 매장을 오픈하는 대표들도 젊은 친구들이라 나만의 경쟁력은 뭘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 ‘자본’이었다. 젊은 친구들의 감성과 트렌드를 빨리 따라갈 수 없는 대신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였다. 

예를 들면 주차장 사이즈도 고객을 유인하는 조건이 된다. 요즘 출시되는 승용차는 동급승용차라 하더라도 과거보다 외형이 커지는 추세다. 옛날 건축법에 맞춰 만들어진 주차장은 신형 승용차가 주차하기에는 좁은 곳들이 많아 ‘문 콕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주차장에서 불편함을 한 번 느낀 고객은 재방문하지 않는다. 더 깊게본다면 주차장 구획의 사이즈는 어떤 차종을 가진 고객이 우리 카페에 올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작용한다.

주차장과 매장이 크고 넓으면 내방하는 고객들의 거주반경도 넓어진다. 우리나라 카페투어를 취미로 하는 인구가 150만 명 넘게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은 여가를 활용해 전국의 카페를 여행하는데 넓은 주차장이야말로 이런 카페투어족의 접근에 유리하다. 그래서 주차장을 넉넉하게, 공간도 크게, 테이블 간격도 넓게 배치해 <젬스톤>의 강점으로 가져가야겠다고 방향성을 잡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ndziIj5nGac

또 SNS에서 유명한 카페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이슈가 될 만한 주제를 갖고 있었다. 그런 이슈가 있다면, 주차장이 없더라도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된다. 하지만 이슈만으로는 오랜 시간 카페가 버티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에 상상력을 발휘한 공간 디자인으로 이슈를 선점했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변화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카페운영은 운영대로 해 나가면서 지역의 카페 생태계에 맞춰 공간을 바꿔 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젬스톤>의 특징은 각 지점마다 공간디자인의 콘셉트가 다르다는 점이다. 

영도점 같은 경우는 600평 정도 되는데 주차장이 부족한 대신 카페의 내부에 다양한 장소를 만들었다. 한 공간은 열람실처럼 만들어서 인접한 지역의 학생들이 찾아와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강연장도 만들었는데 카페 창업에 관한 강의를 시작으로 강의콘텐츠도 운영해 나가려고 한다. 또 넓은 공간을 트렌드에 맞게 다양하게 이용할 계획이다. 커피랩도 하고 커피 대회도 열고, 내부에 로스팅 공장이나 빵 공장도 만들어 사업을 다각화해볼까 한다. 

주차장이 없던 사하점은 건물 1층을 틔워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2층만을 카페로 조성해도 200평의 공간은 확보되기 때문에 주차 편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15,000평에 달하는 거제점은 테마파크처럼 꾸며갈 생각이다.

<스타벅스>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데 <젬스톤>은 딱 떠올렸을 때 하나의 이미지로 상상되지 않기를 바랐다. 브랜드는 하나지만 지점은 각 도시와 지역의 환경에 맞게 디자인하는 거다. 고객들이 <젬스톤>의 각 지점을 투어 하듯이 즐겼으면 한다. 앞으로 개설될 지점들도 그 지역의 트렌드에 발맞추며 끊임없이 진화할 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q-beBJD5wdw

▶이번 여름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는 15,000평 규모의거제점은 폐쇄된 조선소 어마어마한 부지 위에 조성된다. 테마파크로 꾸미겠다고 하셨는데 이는 도시재생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이창렬 대표: “도시재생을 위해서 카페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도시재생에 비즈니스를 접목한다기보다 비즈니스에 도시재생을 접목한다고 보면 된다. 요즘 흔히 말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정부 예산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예산을 받으려면 심사에 통과될 법한 내용까지만 생각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끊기면 그 사업도 죽어버리곤 하더라. <젬스톤>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해내고 싶어서 우리 힘으로 도전했다. 

거제점은 원래 조선소 부지다. 이 부지에 골리앗 크레인 2기가 남아있었데 이걸 활용해서 뭔가 해보려한다. 폐조선소 활용의 좋은 사례를 만들면서 기존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콘셉트를 폐공장으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곳에 도시적인 것도 넣어서 신·구가 어우러지는 걸 만들 수 없을까 했다. 

그런 이유로 카페는 신축 건물을 따로 지어 조성할 계획이다. 카페 아래쪽으로는 숙소나 타운하우스, 근린생활시설, 식당 등을 운영하려고 한다. 놀이시설 기구도 생각 중인데, 골리앗 크레인을 활용한다면 집라인(zipline) 설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폐공장은 공연이나 행사도 하는 문화예술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 조선소 부지인데 현대적 미적 감각이 있는 건물도 있고 폐공장도 있고, 맥주 축제와 공연, 플리마켓이 있는 복합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결론적으로 거제에 <젬스톤 타운>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기존에 조성한 카페들은 <젬스톤 타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F4ucMqkDU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젬스톤>은 버려진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창렬 대표: 얼핏 <젬스톤>이 카페 사업처럼 보이지만, 나는 부동산 사업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카페 매출을 올릴까를 고민하기 보다 사람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장소의 부가가치를 높일까를 고민했다. 지금까지 만든 모든 <젬스톤> 지점들은 누구나 “여기에 카페가 들어온다고?”라는 의문을 가질만한 건물들이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영도점만 해도 폐쇄된 수영장에 카페가 생길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하점도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건물이었는데, 역으로 1층 건물을 주차장으로 바꿔 만들었다. 이렇게 상상력을 동원해 디자인을 하고 거기에 콘텐츠와 스토리를 입혀, 결국에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본 이득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가맹사업을 하지 않고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우리의 철학이 그대로 모든 지점에 연결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빠른 성장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탄탄한 성장을 원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이창렬 대표: 우선 외형적으로는 1,000억원 자산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젬스톤 F&B, 젬스톤 제조업, 젬스톤 자산운용 등 그룹의 형태로 만들고 싶다. 물론 최종 목표는 IPO다. 이후에는 일선에서 물러나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부동산 기반의 창업 테크닉과 자금운용 등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탁월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방법을 몰라 비즈니스에 애로를 겪고 있더라. 내 경험에서 나온 방법들을 공유해서 그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게 기성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재: 윤준식 기자
*정리: 이연지 기자
*자료협조: 젬스톤 임현석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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