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최은상의 정책소고] 일본의 2차 무역 보복에 관한 소고

최은상 서초혁신리더포럼 대표 승인 2019.08.05 12:35 | 최종 수정 2019.08.05 13:09 의견 0
지난 8월 2일 열린 임시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깊은 유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높은 강도의 담화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1. 개요: 8월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2019년 8월 2일에 일본정부는 2004년 이후 15년간 유지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에서 적용배제 결정을 내렸다. 8월말부터는 1194개 품목이 수출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정부가 이를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1194개 중에서 159개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국내 사용량이 소량이거나, 일본 외의 나라에서 수입대체가 가능한 것들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고 당장에 국산화나 일본외의 나라에서 수입대체가 어려운 품목은 159개라는 의미이다. 정부는 이들 159개 품목을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하였다.

이들 159개 품목은 화학제품이 40여개, 자동차관련탄소섬유, 공작기계, 반도체소재 등이고, 전 산업에 걸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따른 산업별 영향과 관련, 대부분 업종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부 품목의 생산 차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장 `패닉`에 빠질 상황은 아니라고” 1차 분석을 내놓았다. 이 표현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 수출국가를 새롭게 분류한 한일 양국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일본정부가 8월 2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결정을 하면서 아예 화이트리스트라는 용어를 버리고 모든 국가를 A, B, C, D군으로 분류하여 기존의 화이트리스트국가를 A군으로, 비화이트리스트 국가를 C군으로, 북한 등 무기금수국가를 D군으로 분류하고, 한국만을 위하여 B군을 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는데, 4대 국제수출통제에 모두 가입한 29개국을 `가`군으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를 `나`군으로 분류하고, 일본은 4대국제수출통제에 모두 가입한 나라이지만, 별도로 “다” 군을 새로 만들어 분류하기로 하였다. 한일 양국이 서로를 지구촌 모든 나라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나라로 분류하여 수출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 일본의 2차 보복을 역사적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이번 일본의 2차 보복조치로 인해 한국의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도달해 있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자제운동도 극적으로 고조되어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을 규탄하는 데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그 동안 이루지 못하던 경제적 극일을 완성하려고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체공급처 확보, WTO제소 준비, 수십 가지의 맞춤형 밀착대응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국난에 준하는 이번 위기를 대한민국의 혁신적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과 노사민정의 대타협으로 각종 첨단제조업의 공장이 세워질 수 있는 법적, 사회적, 노사정 차원의 선결조건들을 해결해 주어야한다. 국난극복차원에서 제 이익단체들을 설득하고 경제전쟁에서 일본을 이기기 위하여 합리적인 대타협을 빠르게 이끌어 내야한다.

광주형, 구미형 일자리를 수십 개를 조성하여 첨단소재부품 장비 산업에 국내자본이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중소기업-대기업간의 수직적 수평적 협력체계를 확고히 하여, 동반성장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와 국민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를 달성해야한다. 극일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수십 년간의 사회적 적체 덩어리들을 한꺼번에 해소시킬 수 있다.  수년 후에라도 극일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경제의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할 수 있다.

4. 2차보복과 GSOMIA

일본은 “박근혜정부 때 설립한 “화해와치유재단”을 문재인 정부가 해산시켰고, 강제징용자 위자료 판결 이후 한국정부가 7개월간 일본정부의 협상 제안을 모두 거절해온“걸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로 내세운다. 반면 한국은 일본이 역사문제를 무역보복으로 연계시키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킨 것 자체를 일본에 대한 신뢰상실의 이유로 내세운다.

한일 두 나라가 서로에 대한 신뢰상실을 주장하므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된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가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반면, 미국은 당초에 GSOMIA를 미국이 주도하여 체결시켰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역사, 경제문제로 안보협력의 틀이 손상시키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역보복은 감행하면서도 상호신뢰를 토대로 하는 GSOMIA는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용백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GSOMIA는 실효성이 없어서 폐기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였지만, 서훈 국정원장은 GSOMIA는 실효성 외에 상징성이 큰 사안이라 폐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일본과의 경제전쟁의 와중에도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하여 안심하지 못하고 충분한 대응을 유지해야 하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 7월 24일에 독도 상공에서 실시된 중국-러시아의 연합공군훈련은  한일 간의 벌어진 틈새에서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된 것이어서 동북아의 안보체계가 흔들린다는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원래는 일본은, 8월 2일에 화이트리스트 제외결정을 하고 3주후 인 8월 23일부터 수출규제를 발동하려 했는데, 한국이 GSOMIA 중단통보를 8월 24일까지 하게 되어 있어, 일본은 8월 27일부터 수출규제를 개시하기로 수일 연기하였다는 점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먼저 실행하면 한국이 더욱 분노하여 GSOMIA를 더욱 확실히 중단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먼저 GSOMIA를 폐기하면 일본은 보다 편한 마음으로 수출규제를 개시할 수 있다. 일본이 교묘하게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고 수출규제 실행일자를 8월 27일로 연기하였다. 그러나 한국이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GSOMIA를 유지하면, 수일 후에 일본이 ‘자제하는 한국’을 보면서 수출규제를 실행하는 데는 정치적 부담도 따르고,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면목이 안 서게 되어 일본도 수출규제를 연기 내지는 취소할 구실로 삼을 수도 있다.

5. 결어: 목표를 단순화-경제극복에 우선 순위 둬야...

일본의 2차 보복이라는 위기를 대한민국은 도약을 위한 역사적인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미 다가온 위기만으로도 일부 국민들은, 위자료 문제를 한일 간의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확전시켰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강제징용자 위자료 판결에서 시작된 한일 간의 갈등이 점점 비화되어 이제는 동북아의 안보체계가 흔들리는 지경으로 사태가 커지고 있다.

한일 간의 안보협력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과는 별도로, 위자료 판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되어 안보에 대한 성찰과는 무관하게 GSOMIA를 폐기해버리면, 이는 동북아 안보의 한 축을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먼 조치가 될 것이다.

현재 그 목소리는 반일감정과 일사불란한 대응의 필요성에 압도당하고 있지만, 극일조치가 성공적이지 못하거나 GSOMIA가 폐기되어 대한민국의 안보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중도층까지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반대로 돌아설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판을 안보판으로 비화시키지 아니하고 경제에서 일본을 극복한다는 단일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진력하여 성공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최은상 / 서초혁신리더포럼 공동대표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