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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뭇매를 맞을 각오로 꺼낸 교회세습 근절대책

칼럼니스트 이민우 승인 2019.08.22 11:49 | 최종 수정 2019.08.22 11:50 의견 0

한국 교회의 세습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있다. 내가 만난 목회자들은 세습을 반대하고 있지만, 세습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뭇매 맞을 각오를 하며 말을 꺼내는 거지만 난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선, 교회는 목사만이 최고 지도자로서 성도에게 영혼의 꼴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목사가 세상에서 분리되어 교회당만 지키는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만인제사장'의 생각을 바탕으로 모든 성도가 세상에서 똑같이 일하며 살다가(목사 포함) 교회 안에서 성경에 대한 신학적 전문성이 있는 교육이라는 한 부분만 담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목사의 기능만 강조하면 된다.

각 개인이 스스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서야지, 무슨 이유로 목사가 그토록 필요하단 말인가? 하나님은 우리 각자가 하나님과 언약의 파트너로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길 원하셨지 성도가 목사에게 기대어 목사가 시키는대로만 하면서 살도록 하신게 아니다.

정말 하나님과의 중재자가 필요하다면, 예수님이 우리의 중재자이시지 목사가 중재자는 아니다. 성경은 모두가 읽을 수 있다. 중세처럼 누군가의 해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이러한 인식이 버려지지 않는 한 세습의 중요성은 합리화되고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삼환 목사의 세습동이 김하나를 사람들이 우러러 보지 않고 교회당의 제일 허름한 맨 밑바닥에 앉게 한다면?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말씀을 전하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만 설교를 하라고 한다면? 교회에서 별로 할일이 없을테니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 숨어있지 말고 세상 속에서 자비량 하시라고 한다면? 할게 없다면 노가다라도 하고, 자식들은 교회가 책임질 수 없으니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 과연 목회자가 세습의 자리를 선택하겠는가?

그 자리가 권위 있어보이고, 부와 명예를 받을 수 있는 자리이고, '영적'이라는 말을 붙이면 모두 만렙아이템으로 변해 모든 사람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십자가 코스프레' 까지 하면서 세습하려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 자리의 힘을 끌어 내려야 한다. 그게 '만인제사장'의 정신 아니었나?

둘째는, 교회에 대한 인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세습은 영원할 것이다. 교회는 세상 속에 세워지는 것이며, 성도들의 만남은 간헐적으로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에 굳이 목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세습이라는게 존재할까?

그 간헐적 만남에서 출발한 공동체를 세우는 것은 모두의 몫이기 때문에 목사 혼자의 일은 아니라고 말하며 목사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공동체가 많아진다면 과연 세습을 그토록 열망하게 될까?

세상 모든 교회가 '내가 속한 동네를 위한' 30명 정도의 작은교회를 늘 추구하여, 모인 헌금을 목사의 사례비로 주는 것보다 이웃에게 흘려보내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숙함을 가지게 된다면 과연 그토록 편법을 써가며 세습을 하려고 들까?

한국교회는 언제 성숙해질까? 언제까지 목사를 신봉하면서, 세습의 굴레를 벋어날 수 있을까? 목사의 권위는 언제쯤 짓밟힐 정도로 낮아지게 될까? 교회는 언제쯤 우리가 사는 동네를 생각하는 집단이 될까? 언제가 되어야 30명 정도의 작은교회를 '그것도 교회냐?' 라고 비아냥 거리는 게 아니라, 30명도 엄청난 인간관계의 노력이 필요한 곳임을 인정하는 성숙함에 이르게 될까?

목사인 내가, 먼저 짓밟혀 봐야 한다. 그리고 많이 많이 성도들을 세상 속으로, 속으로, 속으로, 보내야 한다. 한국교회에 이러한 구조가 도래한다면 세습이란 정말 십자가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민우 / 세상의벗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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