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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미생(1)] 이민우 목사(上) "저항하지 못하는 이 시대 청년 루터들"

윤준식 기자 승인 2017.08.08 00:15 의견 0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지 500년이 지났다. 이후 지난 500년간 서구세계는 엄청난 격변을 거치며 세계사의 주류가 되었고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발전을 이룩했다. 한편,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전파된 기독교는 대한민국의 주류종교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하지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리고 싶은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의 자부심과는 달리, 대한민국 기독교는 유사 이래로 가장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종교개혁을 통해 등장하게 된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종교개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특별기획 ‘전도사 미생’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청년 루터라 할 수 있는 젊은 목회자들과의 연속 인터뷰로 기획되었다. 그 첫 순서로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이하 ’개고생‘)’ 커뮤니티의 매니저인 이민우 목사를 만나 그가 깨달아 알고 있는 종교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신학대학교 교정에서 후배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중인 이민우 목사 <p class=(이민우 목사 페이스북)" width="550" height="367" /> 서울신학대학교 교정에서 후배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중인 이민우 목사 (이민우 목사 페이스북)

 

¶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개혁이라고 하면 ‘오직 은혜’, ‘오직 성경’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혜’, ‘성경’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는 오히려 ‘오직’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종교개혁을 이야기함에 있어 마틴 루터의 시대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1517년 10월 31일, 마틴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시기는 당시 르네상스를 지나 교황이 권위를 갖는 시기였다. 이 시대를 살았던 마틴 루터는 평등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글을 모르고 병들고 가난한 자는 모두 자유롭게 설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직’이라는 단어는 복음이 교리를 통해 자신을 정당화 시키려는 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뜻했다.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강조했다. 권위에 눌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에게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동일한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음을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를 찾기 이전에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 평등했던 그 가치로 회귀해야한다. 루터는 평등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좁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시대의 좁은 길, 권위 저항하는 길을 걸었다.

 

‘오직’이라는 단어는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더 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야 한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시밭길을 걷는 대신 부귀영화를 누리는 길을 걷는다. 이것은 종교개혁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종교개혁의 본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 시대에 저항하지 못하는 한국의 젊은 루터들

 

현재의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개독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치없게 여겨지고 있다. 사회적 삶 속에서 어느새 권위주의적으로 변해버린 기독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표현이라고 본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의 미래가 될 젊은 목사, 전도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2017년의 청년 루터들은 루터의 정신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매커니즘에 매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인된 성직자로 인정받는 일련의 과정들과 관련이 있다.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학위과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일종의 도제과정인 전도사 기간의 경력도 중요하다. 전도사로 활동하는 동안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교회의 조직체계에 잘 순응해야 한다. 만일 교회 조직에 순응하지 못하고 저항하면 결과적으로 목사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무했던 교회의 담임목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 내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직면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려 하거나 함부로 반대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구조적인 상황이 저항할 수 없는, 저항하지 않는 청년 루터를 양산하고 있다. 담임목사에게 순종하고 조직에 순응하는 것이 목회자의 미덕이 되어 버렸다. 한편으론 이런 시스템에 순응할 수 없는 저항정신을 가진 자들은 자연도태된다. 결국 오늘날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동력을 잃은 것은 저항하지 않는 자들만 남겼기에 저항정신이 소멸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 개.고.생 커뮤니티의 시작 - 새로운 저항정신을 제시하다

 

특이한 이름의 모임인 ‘개.고.생(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는 현재 목사 2명, 평신도 3명의 운영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다.

 

전부터 나(이민우 목사)는 기존 교회체제에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과 평등한 공동체 목회를 하는 것을 바래왔다. 교회 내 직분이라는 명분으로 높고 낮은 관계로 만나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평등한 관계로서의 교회를 꿈꿔왔다. 어쩌면 종교개혁 정신을 담은 목회를 꿈꿔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례비를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회자들이 교회에서 사례비, 판공비, 자녀 양육비 등 경제적인 혜택을 받게 되면서 개혁의 소리, 복음의 정신을 말하는 대신 헌금을 내는 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형태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만나 모임을 갖게 되자, 이런 생각을 하는 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헌금에 의존하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과 소신있는 목회활동, 이 두 가지를 지원해주는 허브역할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개.고.생’ 커뮤니티를 시작하게 되었다.

 

‘개.고.생’ 커뮤니티는 성도들의 헌금을 목회자의 보수에 사용하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회가 교회다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목회자 보수를 과감히 없애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들도 일반 성도들과 동일하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세상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성도들의 삶을 공감하며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 과정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목회자에게 있어 성경의 진리를 전하고 쉽게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데 이를 책상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찾아 지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편에서 계속)

 

인터뷰이: 이민우 목사 / 대담진행: 윤준식 기자

대담정리: 김혜령 기자 / 최종편집: 윤준식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연속대담으로 진행중인 "전도사 미생"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팟빵 "전도사 미생" 링크주소http://www.podbbang.com/ch/14043*제1회 "저항하지 못하는 이 시대 청년루터들 편" 링크주소 http://www.podbbang.com/ch/14043e=22276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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