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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죽음을 이야기를 통해 보는 삶의 소중함 - 연극 ‘염쟁이 유씨’

김혜령 기자 승인 2017.10.13 16:51 의견 0
‘염(殮)’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시신을 수의로 갈아입힌 다음, 베나 이불 따위로 싼다’는 명사이다. 죽은 이가 관에 들어가기까지 시신을 잘 닦아주고 곱게 천으로 싸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염쟁이 유씨’는 염하는 직업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한 늙은이가 마지막 염을 하는 과정을 그려낸 연극이다.

 

11월 5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염쟁이 유씨 포스터 <p class=()" width="393" height="550" /> 11월 5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염쟁이 유씨 포스터 (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 제공 `)

주인공 유씨는 대대로 염을 하던 집안의 사람이었다. 그도 처음에 염을 하고싶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오랜 설득 끝에 직업으로 삼아 오랫동안 염을 해왔다. 그의 인생에는 재산을 앞에 두고 다투던 가족, 조폭 두목의 죽음을 지켜보는 다른 조폭들의 이야기 등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한데 얽혀있다. 유씨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염을 하면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염쟁이 유씨’는 모노드라마 형식을 띠면서도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연극이다. 연극 안에서 관객은 극의 일부가 되어 염쟁이 유씨의 마지막 연극을 지켜보는 ‘관람자’가 된다. 연극 초반부터 등장하는 기자양반은 무대의 배우의 지목으로 결정되며 무대에서 염씨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형사로 변하며 여러 사람이 무대에 모여 유씨가 만난 상주가족이 되기도 한다. 연극 속에서 유씨와 함께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의 모습은 유씨의 친구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연극의 3요소에서 ‘관객’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유씨와 경쟁업체에 있는 '장사치'로 분장한 배우. 모노드라마 안에서도 멀티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p class=(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 제공)" width="550" height="367" /> 유씨와 경쟁업체에 있는 '장사치'로 분장한 배우. 사진속 배우는 또다른 '유씨'인 유순웅이다. (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 제공)

 

모노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유씨, 배우 임형택의 연기는 관객들을 극 속으로 불러들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한 인물을 계속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1인 다역’ 멀티배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잠깐 사이에 유씨와 경쟁업체로 있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하고, 두목의 죽음을 맞은 건달들도 분장하는 등 총 14명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표정,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각 인물에 맞춰 변화하며, 한 사람이 여러 인물을 소화하는 데에서 오는 어색함을 없앤다. 익살스러운 몸짓은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고함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마르지 않게 하기도 한다.

 

“죽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아.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

 

돌아보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든 순간이 있다. 어른들이 하는 ‘죽지 못해 산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어렸을 때는 누구나 부자를 꿈꾸고 잘 사는 삶을 바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는 생각을 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한 수 접고 세상의 무게를 묵묵하게 감당해내며 산다. 잘 사는게 어떤 것일까,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겠다는 비극적인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유씨를 통해 들은 죽음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유한성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삶을 소중히 살아가야 할 책임감을 느끼고 삶의 소중함을 느낀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는 것처럼,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하나뿐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값지게 살아내야 한다고 ‘유씨’는 우리 에게 살며시 이야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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