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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10)] 건달 떡대, 미아리를 뜨다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1.26 11:17 의견 0
미아리에 큰 시건이 터졌다.건달 떡대가 미아리를 뜬 거다.

 

빅마트 마 사장은 약 30년 전쯤에 미아리로 들어왔다. 처음엔 가스장사를 했고 근면 성실의 대가로 동네 어귀에 조그만 3층 건물을 한 채 마련했다. 미아삼거리 안쪽에서 제일 규모가 큰 슈퍼마켓인 빅마트가 부도 나자 그걸 무리해서 인수를 했고 가스장사는 동생에게 맡겼다.

 

나중에 빅마트가 장사가 너무 잘되자 패밀리 비즈니스가 됐다.온 가족이 빅마트에서 일한다. 빅마트는 그 터가 워낙 좋은 자리인지라 많은 동네건달들이 껄떡대던 곳이지만 정작 여기 주인은 따로 있었나 보다.

 

마사장이 빅마트를 인수하자 마자 그걸 배 아파하던 건달 떡대가 일부러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떡대는 마 사장이 소유한 3층 자리 건물 지하에 조그만 퇴폐 단란주점을 운영하던미아리 대표 건달 중 한 명이다. 떡대는 그 전에도 몇 명의 친구들과 그걸 헐값에 인수하려 꽤나 노력을 했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동네 건달 몇몇과 작당해서 빅마트를 손에 넣으려 했지만 일이 꼬였다. 그런데 빅마트를 마 사장이 인수하자 배알이 꼬였는지 마 사장한테 계속 행패를 부렸다.

 

가게에 불 지른다고 난리치고, 일하는 종업원들을 두들겨 패고, 또 일층에 있는 음식점에서 대낮부터 술에 취해 강짜를 부리는 등 아무튼 거의 한달 이상 마 사장을 괴롭혔다.떡대는 경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소문난 미아리 골통이었다.

 

마사장이 미아리에서 처음 장만한 건물이다. 마사장은 지금은 고향 안동으로 내려갔다. <p class=(사진: 이정환)" width="550" height="367" /> 마사장이 미아리에서 처음 장만한 건물이다. 마사장은 지금은 고향 안동으로 내려갔다. (사진: 이정환)

 

떡대가 또 한 번 술에 취해 건물에 불 지른다고 행패부리던 날, 동네가 떠들썩하게 한바탕 난리가 났다.경찰차가 3대나 출동하고서도 일을 진정 시키질 못하고 있던 중에마 사장이 큰 마음을 먹고 직접 나섰다.마 사장이 다가서며 “그만 합시다 형님. 이사 가소. 이사비용은 섭섭하지 않게 쳐줄 테니.” 라며 제안을 하자 출동한 경찰들도 '그게 좋겠다'라며 중재에 나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떡대가 허리 뒤 춤에서 뭔가를 꺼내는 거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떡대가 허리 춤에서 꺼낸 흉기는 단란주점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칼이다. 그가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로 마 사장을 찌르려 달려들었다.그 순간을 지켜 보던 동네 사람들은 낌짝 놀라 ‘대형사고가 났군!’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이고 쳐다 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닥으로 ‘쿵’ 소리를 내며 머리부터 곤두박질 쳐져 길바닥에 뻗은 건 떡대였다. 깜짝할 순간에 칼을 든 떡대의 손을 낚아채고 업어치기로 떡대를 바닥에 매친 거다. 떡대는 그만 기절을 했고 상황은 그렇게 종료가 되었다. 덩치도 크질 않고 인상마저 순하게 생긴 마 사장이라 방심한 터도 있겠지만,나중에 알고 보니 마 사장은 소싯적 잘 나가던 유도 선수였다는 거다.

 

그리고 모든 싸움 뒤에 돌아다니는 소문이 의례히 그렇듯이, 마 사장이 사실은 유명한 건달 출신인데 전과 몇 범이라느니,유명한 조직의 보스 누구의 왼팔 출신 이라느니 허튼 소문이 몇 달간 난무를 했다.그 사건 덕분에 빅마트에 장 보러 간 손님들은 그 곳 직원들과 시비가 거의 생기질 않았다.그 날의 일로 미아리 건달들 세계의 권력구조가 조금 바뀌었다. 떡대가 미아리를 떴다. 속칭 가오가 생명인 건달 세계에서, 게다가 동네 사람들과 경찰이 지켜보는 상황 속에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나가 떨어졌으니 그 얼마나 망신인가 그들 말대로 가오가 완전 똥이 된 것이다.

 

마 사장은 그 후에도 돈을 많이 벌어서 건물 지하에 있던 빅마트를 일층으로 이전했다.하지만 그 사건 이후에 마사장이 힘쓰는 걸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빅마트의 홍보 대사라 부를 정도로 빅마트의 단골 손님이다. 할머니 상을 당했을 때도 술과 음료수 등 중요한 물건들을 전부 빅마트에서 주문했다. 장례식장인 월곡성당과 거리도 꽤 되는데도마 사장은 마치 자기네 친척이 큰 일을 당한 것처럼 물건을 배달해줬다.

 

술과 음식재료가 떨어져서 주문을 하러 가니 마 사장이 말을 건다."큰 아드님이십니꺼""네""고생이 많네예, 거리가 꽤 뭔데 직접 오시지 말고 전화로 주문하세예. 물건 부족하면 연락주시고예.""고맙습니다.""한번에 많이 주문 안 하셔도 되니 필요한 만큼 주문하셔도 배달해드리겠심더."

 

순한 인상에 작달막한 체구의 마사장이 그렇게 센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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