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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투명한 캐스팅, 오디션 없이는 제2, 제3의 이윤택이 또 등장한다

김기한기자 승인 2018.02.25 17:59 의견 0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로 연일 터져나오고 있지만, 문화계 내부의 성범죄는 뿌리 깊은 문제였다.

 

이런 부조리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한 소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들과 그들을 위로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외면당했다.

 

응원을 보내기는커녕 “예술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 “이 바닥에서 함께하는 사람끼리 의리가 없다”, “니가 뭔데 분위기를 흐리냐”는 손가락질과 비난이 뒤따랐다. 불의를 떨쳐버리고자 했던 이들은 문화계에서 매장당했고, 그 판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최근 감춰오던 진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방관자, 공범자였던 이들이 SNS에서 양심선언이니, 고발이니, 심지어 "나는 OOO로소이다"를 외치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왜 전엔 침묵했고 외면했는가사태가 심각해지고 속칭 높은 자리에서 왕노릇하던 자들이 하나 둘 무너지는 모습에 이때다 싶었던 것인가

 

얼마나 윗물이 썩고 썩었으면 새파랗게 어린 대학생들도 선배랍시고 한 살이라도 어린 후배를 대상으로 이윤택만큼 저질스런운 짓거리를 일삼고 있는가

 

최근 모 예술대학의 MT에서도 선배가 후배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썩은 물이 오랫 동안 고여버린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 썩은 물이 정화되려면 많은 노력과 자성의 목소리, 권위구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자성에 들어가 근절되는 듯 보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고 나면, 잠시 동면에 들어갔던 제2, 제3의 이윤택이 등장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구조적 성범죄를 은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캐스팅 때문이다. 학연, 지연, 인맥이 없으면 연기할 수 없는 시스템이 문제다.

 

연기자에게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연, 지연, 인맥조차 없으면 연기의 기회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캐스팅 권한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불의한 일을 당해도 감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고 배운 이들이 성범죄를 용인하게 하는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서명운동만 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외압이 없는 투명한 캐스팅이 정착해야만 한다.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뒤따라야 한다. 극단이나 연기자 협회 등이 투명한 캐스팅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과 정책수립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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