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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26)] 작가와 포트폴리오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3.05 20:31 의견 0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에 대한 좋은 책이 한국에 번역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교보문고를 검색해 보니 표지가 푸른 그 책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절판이 된 모양입니다. 저의 집 서재이거나 작업실 책장 어딘가에 그 책이 꼽혀 있지만 저는 지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작가의 작업 역사를 짧은 시간 안에 통괄하게 하는 작업 이력서라고 생각 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케이스를 열면 그 제일 위에는 제목과 작가 노트가 있어야 합니다. 제목은 작업을 이해하는 턴키이고 작가노트는 그것을 보조 하는 개념 풀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제목과 작가 노트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이 그 작업의 전체 개념을 이해하고 작품들을 보게 됩니다.

이때 제공된 작품의 수가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됩니다. 일관성을 이루는 작품 20~30점 전후가 좋을 듯합니다. 단숨에 볼 수 있는 양으로 자신의 작업의 임팩트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 합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서 더 ‘보고 싶게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제작의 핵심입니다. 너무 적어 보여 줘야 할 것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 하는 것도 함량 미달이고, 너무 많아서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도 좋은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김홍희작가 제공

핵심은 ‘더 보고 싶게 만들라’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본 사람이 “혹시 다른 작업의 포트폴리오가 없느냐”고 물어 보면 일단은 성공입니다. 그 때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다른 작업의 포트폴리오를 보여 주면 됩니다. 초보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실수는 다양한 주제의 사진들을 섞어 이것도 촬영 가능하며 저것도 촬영 가능하다는 나열식의 포트폴리오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작가가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사람은 적어도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대충 보는 것 같지만 단숨에 그 작가의 능력을 알아차리는 내공과 한칼이 있습니다. 그는 여러분의 사진 솜씨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사태의 해석 능력을 보는 사람입니다.

포트폴리오는 내용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입은 옷만을 보고 우리는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짐작을 할 수 있듯이 포트폴리오는 세련되고 개성적인 자기 치장이 필요합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 간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끌 수는 없겠지요. 성의가 드러나 보이며 포맷이 일관되고 핵심을 정확히 찌른 포트폴리오 제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습관을 들여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 되는 개성과 세련미 그리고 신선미가 돋보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포트폴리오에 끝나지 않고 자신의 작업 연대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아카이브로도 작용 합니다. 이 점을 경시해서는 안 됩니다.

‘주제마다 작업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기’. 사진가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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