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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35)] 기백엄마가 뿔났다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3.21 13:02 의견 0
"어머니! '야'가 뭐에요 차라리 이름을 부르시던지요" 주말 아침에 기백엄마가 큰 소리를 낸다."아니 그러면 뭐라 부르냐 '야'가 어때서" 어머니도 지지 않고 한마디 한다."며늘아, 애미야, 아가 부를 호칭이 얼마나 많은데 나이 쉰네살이나 먹은 큰며느리한테 맨날 '야'에요"어머니가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껴들지 않고 외면하고 담배를 피러 나갔다.

 

십여 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일가친척들이 모인 자리인데 어머니가 기백엄마한테 일을 시키며"야! 고사리 좀 물에 담가 불려라."고 한 게 발단이 됐다.옆에 있던 작은 고모가 "언니, 며늘 아가한테 '야'가 뭐에요"

 

고분고분하기만 하던 큰며느리 기백엄마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 이정환)

 

그날도 어머니는 지지 않았다. "며느리한테 '야'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에요"고모가 한마디 더 한다. "정말 무식하네."

 

안방에서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거실로 나와서 호통을 친다. "시어미가 며느리한테 '야'라고도 못하냐 언니한테 무식하다고"당시엔 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때고 뭐든 당신 고집대로만 하시는 추상 같은 분이어서 누구도 입을 뻥끗 못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이 터진 거다."어머니 차라리 '승민아!'라고 이름을 부르세요. 손주들이 뭘 배우겠어요"기백엄마가 잔뜩 독이 올랐다.이제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시고 뇌경색 이후에 말투도 느려지고 어눌하셔서 할 말이 있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 눈만 껌뻑 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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