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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55)] 포토스토리와 포토에세이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5.23 10:47 의견 0

전시를 하거나 사진집을 낼 때 편집을 통해 한 장이 아니라 여러장의 사진으로 결과를 내는 포토스토리나 포토에세이를 만듭니다. 포토스토리와 포토에세이는 ‘스토리가 있으면 포토스토리, 없으면 포토에세’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스토리는 우리말로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적절한 용어는 이야기의 ‘줄거리’죠. 이 이야기와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개 시간의 순서대로 전개 됩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줄거리, 뼈대가 시간의 순서대로만 전개 되면 이야기의 전개에 리듬이 부족해집니다.

이럴 때 이야기의 앞뒤를 바꾸면 이야기에 박진감이 생기거나 이야기에 강약이 생깁니다. 이야기를 시간의 순서대로 전개하지 않고 미래가 먼저 등장하던지, 과거가 등장한 후 10년 후 이러면서 현재의 이야기를 등장 시키는 것을 말 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플롯’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구성’이라고 하지요.

플롯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조밀해지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의 흐름대로 배열 하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구성을 가지게 되어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토리와 플롯을 다 포함해 네러티브라고 합니다. 네러티브 안에 스토리와 플롯이 존재하지요. 스토리를 플롯으로 어떻게 배치하고 구조화 시키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재미있어 지기도 하고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사진을 편집할 때 시간의 흐름대로 편집해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으면 포토스토리가 됩니다. 포토스토리의 대표적인 작품은 유진 스미스 [W.Eugene Smith]의 『시골의 의사』(1948)가 있습니다. 벌써 70년 전에 라이프지를 장식했던 작품이지만 포토스토리 중 수작으로 꼽히지요.

시골 의사의 일상을 사진으로 이야기를 꾸며낸 기승전결이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첫 장면은 왕진 가방을 들고 언덕을 올라오는 듯한 느낌의 사진이 출근길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중간에는 여러 장의 환자를 치료하는 사진들이 배치되고 마지막에는 지친 모습의 의사가 진료실의 벽에 기대어 서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포토스토리가 막을 내립니다.

유진 스미스의 다른 유명한 작품 중에 『스페인의 촌』(1950)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전형적인 포토에세이입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지지 않고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문학에서는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 두가지 주제를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 양식’을 말합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포토에세이의 경우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사진으로 표현하되 사진이 이끄는 대로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습니다. 사진가가 강압적으로 사진을 편집하지 않고, 사진자신이 흘러가고 싶은 대로 편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해 보면 참 어렵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을 통해 표현 하고 싶어 하는 주제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사진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려는 욕구가 있지요. 포토에세이의 경우 사진가가 원하는 대로 편집을 하면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입니다. 사진을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기. 이것이 포토에세이를 편집하는 중요한 노하우입니다만, 오랜 동안의 숙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부산의 국제신문에 칼럼을 7년차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도 일종의 에세이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제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글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무리하게 글의 방향을 틀면 비약이 심해지고 자연스런 맛이 사라집니다. 글이 원하는 방향을 따라 가는 글쓰기. 이게 아주 중요한 노하우이지요.

큰 생각의 틀은 가지고 글을 시작하면 대개 제가 원하는 커다란 큰 생각의 틀 속에서 글이 전개 됩니다. 작은 부분들은 달라지거나 다른 이야기를 쓸 수도 있지요. 이럴 때 다른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와야 하거나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무리하게 글을 몰고 가거나 빼면 자연스러운 맛이 사라지고 구성이 엉성해 집니다.

포토에세이도 마찬가집니다. 사진이 흘러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대로 읽고 사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플롯의 변형을 주거나 앞뒤 시간을 바꾸면서 에세이에 리듬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위도 절대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사진은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배열의 순서를 스스로 주장 합니다. 사진이 원하는 소리를 알아듣기. 이것이 가장 중요 포인트입니다. 그럼 사람들이 묻지요. 사진이 하는 소리를 어떻게 하면 알아들을 수 있냐고요. 편집할 때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개인적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 이 개인적 욕심은 어떤 사진이 유달리 좋아서 꼭 쓰고 싶다든지 또는 그 한 장의 사진을 찍는데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등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이야기의 큰 틀에 사진의 흐름을 사진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진스미스의 ‘스페인 촌’이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포토스토리와 포토에세이를 잘 구분해서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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