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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63)] 살롱 사진과 현대 사진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6.08 23:56 의견 0

살롱 사진은 한 시대를 표상하는 사진의 한 유형입니다. 요즘의 아트페어나 비엔날레를 통해 사진이 전시되고 팔리는 것처럼 살롱전이라는 예술 마트의 한 종류에서 팔리던 사진의 시대적 형식의 하나죠.

당시나 그 전의 사진들은 기록을 넘어 사진이 예술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진은 그 본연의 힘인 기록과 기록을 넘어 예술로 인정받고자 하는 두 개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는 그림으로 그리던 것을 사진으로 대신하려고 한 노력들이 있지요. 그렇지만 사진은 사진의 특질이 있고 그림은 그림의 특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각은 회화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림이 하던 일을 사진이 하면 화공들이 일자리를 잃으니 사진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사조와 화풍을 만들어내기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지요. 그렇지만 사진은 당시 그림이 해 오던 영역을 사진이 하고자 하는 안일한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발전하고 수 만년의 역사가 있는 회화가 그 자신의 위치를 사진이 따라 올 수 없는 곳으로 옮겨버렸습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그럴 때 바로 살롱전이 일어나고 대규모 예술 작품이 살롱이라는 아트페어에서 팔리기 시작한 것이죠. 이 때 회화 시장은 이전의 작풍으로 가득 채웠고 살롱풍의 사진으로 채워졌지만, 사진이 따라 올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던 예술가들은 이 살롱전에 참여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살롱전 바로 앞에 ‘낙선전’이라는 대규모 전시를 열게 됐지요. 이것이 그 유명한 인상파의 출현입니다.

그렇지만 사진은 여전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 했습니다. 모네의 연꽃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난 1958년 미국에서 두 권의 사진집이 출판 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로버트 프랭크의 ‘The Americans'와 윌리엄 클라인의 ’New York'입니다.

이전의 사진들이 추구하던 세상을 묘사하거나 있는 그대로를 찍지 않고 인상이나 표현을 찍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 사진의 시작입니다. 모네가 사물의 인상을 그렸다면 고호는 사물을 본 심상을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진도 묘사나 재현을 넘어 세계를 본 자신의 심증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진들이 바로 현대 사진의 개화기를 엽니다. 우리가 통상 말하던 사진을 넘어 뭔가 사물의 인상을 담거나 그것을 본 작가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가능해 지게 된 것이지요. 로버트 프랭크의 ‘The Americans'는 구도나 사진의 완성도면에서 이전의 사진들과 현격이 차이를 보입니다. 그림 같던 사진에서 사진 같은 사진으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회화적 구도도 버리고 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보이는 것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이지요.

그저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의 내용을 읽기 어렵습니다. 유머와 위트가 있으면서 국가라는 이름하에 익명화되어 가는 개인의 삶을 적절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예를 들어 그의 사진에는 69센트에 팔리는 꽃이 등장 합니다. 그러면서 구도도 비스듬히 넘어가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 하는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사랑과 섹스가 상품화되어 버린 미국을 가리키게 됩니다.

그림이 아니고 사진으로 순간 포착을 통해 위트와 유머와 함께 우울한 미국의 한계를 드러낸 새로운 형식이 등장한 것이지요. 이 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사진 운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사진의 탄생으로 그림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 갔듯이 사진도 이제 새로운 자리를 탐색하는 혼란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스트레이트 사진과 메이킹 사진으로 새로운 모색과 긴 담론을 일으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진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습니다. 이 고유한 영역으로 자신의 시대적 요구를 넘어 새로운 자리 찾기. 이런 과정 중에 사진의 고유한 영역과 새로운 영역이 동시에 발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 중심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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