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자주포 폭발사고 생존자 이찬호 씨와의 가감없는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고로 장병 3명의 생명을 잃었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이찬호 씨는 아직도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찬호 씨가 겪은 사고는 상대적으로 드문 사건이자 특수한 사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60만 국군이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는 어쩌다 한 번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한 사건인 것처럼 치부하며 사건을 객관화하며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런 경향성이 이찬호 씨가 받아야할 장기간의 치료와 재활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 것은 물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예우하는 절차조차 신경쓰지 않도록 한 것은 아닌가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전하는 예비군 나병훈 씨와의 인터뷰는 또 다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나병훈 씨와의 인터뷰는 훈련 또는 작전 중 부상당하는 우리 장병들이 겪게 될 부실한 군 의료서비스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나병훈 씨가 예비군이기 때문에 현역 장병과는 다를 것이라고 미리 예단해서는 안 됩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목 인대에 손상을 입은 나병훈 씨가 1차 후송된 곳이 사단 의무대였기 때문입니다. 현역 장병들이 동일한 부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같은 절차를 거쳐 치료를 받았을 것은 분명합니다.
“사고 직후 전문의료진이 있는 민간전문병원으로 후송했더라면”
이번에도 저희 시사N라이프는 군 의료체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장 인근에 있는 의료기관을 놔두고 1시간 걸려 사단 의무대로 후송해야만 했는지 만일 군법에 의해 그렇게 해야만 했다면, 군 의료체계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또한 일반 민간에서는 응급으로 보았을 외상을, 군에서는 왜 응급이 아닌 일반으로 보아 1개월을 기다려야 MRI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 숙련도가 떨어지는 군의관의 진단이 민간 전문의료진의 진단과 달리 부정확해 긴급수술을 요하는 환자에게 반깁스와 약처방만하게 되었는데 이런 의료체계가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예비군 훈련 중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큰 부상을 입었던 나병훈 씨가 겪었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서도 다양한 생각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윤준식 기자(이하 ‘시사N라이프’):사고 경위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예비군 훈련 중 부상자 나병훈 씨(이하 ‘나병훈’):예비군 동미참* 훈련 마지막 날 점심 식사를 한 후 훈련을 받던 도중, 수류탄 교장으로 가는 길에 설치돼있던 간이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장마철이라 아침에 비가 많이 온 상태였고, 사고가 난 계단은 널빤지와 벽돌을 쌓아 엉성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이었습니다. 미끄덩 넘어지는 순간 발목이 90도로 딱 꺾였죠.
*동미참훈련: 동원 미지정 예비군들이 받는 훈련. 일반적인 동원훈련이 2박 3일의 입영훈련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4일간의 출퇴근 방식의 훈련으로 이루어진다. 나병훈 씨가 사고당한 날은 마지막 4일차 훈련이었다.
▶ 시사N라이프: 시설물의 상태가 좋지 않았군요.
☞ 나병훈: 그렇습니다. 누구라도 조금만 긴장을 놓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저도 거기에서 줄을 잡고 내려가던 중 ‘뚝’소리가 날 정도로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순식간에 발목이 주먹만큼 부어올랐죠.
통증이 매우 심했고 그 자리에 바로 주저앉았습니다. 즉시 교관님과 의무병 조교에게 차량 지원 등의 도움을 청했죠. 같은 조원들한테 부축을 받아 겨우 앉아 차량을 기다리는데, 차가 너무 늦게 오는 겁니다.
▶ 시사N라이프: 의무대 차량 말씀하시는 거예요 앰뷸런스
☞ 나병훈: 아닙니다. 그냥 부대 내 차량이었어요. 차가 진짜 너무 지연이 돼서 늦게 올라오는 거예요. 10분 정도 거기 앉아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조원들도 “사람이 다쳤는데 왜 차가 안 오냐”며 안절부절 했죠. 기다리는 동안 너무 아프니까 스프레이 파스라도 뿌려 달라고 요청했어요. 의무병이 파스를 가져왔는데 보급이 제대로 안 됐는지 거의 빈 통이더라고요. 빈 깡통이나 다름없는 스프레이 파스는 안 나오지... 옆에서 교관님은 “왜 다치고 그러냐 군화를 잘못 신은 거 아니냐”며 핀잔을 주시지를 않나…
위생병이 가진 스프레이 파스는 거의 빈 깡통이었다
가까운 거리의 민간병원은 지나치고
1시간 거리의 사단 의무대로 후송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런 가운데 차가 도착을 했는데요, 군의관이라고 하는 분이 오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마취통증의학과시더라고요. 정형외과와 관련이 없는 분은 아니지만 초동대처는 매우 미흡했습니다. 그리고 차가 와서 탑승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죄송하다, 괜찮냐는 얘기 한 마디가 없으셨고요. 어쨌든 고통을 참으며 낑낑대고 차 안으로 일단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가 일했던 B병원이 바로 근처에 있어 그 쪽으로 이송을 요청했죠.
▶ 시사N라이프: 원래 의료계통에 종사자이신가요
☞ 나병훈: 네, 저는 병원 행정가로 일을 했고요, 지금은 다른 꿈이 있어서 잠시 그만 둔 상태인데 이 일로 휴업보상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시사N라이프: 그 예비군 훈련장 가까이에 전에 근무하셨던 병원이 있으셨던 건가요
☞ 나병훈: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거기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민간 병원을 가게 되면 자비 부담을 해야 한다”, “원칙상 군 병원을 가는게 맞다”고 해서 “알겠다. 원칙에 따르겠다.” 비용도 있고, 군복 차림이라 수중에 돈도 없어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병원이 아닌 17사단이 있는 송내 쪽까지 한 시간 동안을 운전을 해서 가시더라고요.
▶ 시사N라이프: 17사단 의무대로 갔다는거죠
☞나병훈:가서 또 한참 기다렸습니다. 뭐 정신없이 대처가 진행되는 과정이 계속되었고 rm 과정에서도 계속 기다려야 했었어요. X-ray촬영을 마친 후에도 자리에 군의관님이 안 계셨었어요. 결국 기다림 끝에 X-ray 결과를 들으러 들어갔더니 군의관님이 “뼈에는 뭐 이상 없고, 괜찮아 보이는데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심각하다는 걸 직감했죠. “군의관님 제가 의료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이거 인대 손상이 확실하게 의심이 됩니다. 그러니 촬영할 수 있으면 MRI 촬영을 원합니다”고 했더니 군의관님께서는 “글쎄요, 응급이나 중상이 아니라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단 응급으로 촬영요청이 가능할 지 알아보겠습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건 뭡니까"
-인대가 끊어졌어도 멀쩡히 잘 사시는 분들은 잘 사십니다
응급건 아닌 MRI 검사는 1개월 기다려야 가능
“그럼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건 뭡니까”하고 여쭈었더니, “간단한 반 깁스 스플린트 처리하고 약 처방 정도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 인대가 끊어졌거나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면 어떻게 합니까” 그랬더니, “인대가 끊어졌어도 멀쩡히 잘 사시는 분들은 잘 사십니다, 통증만 없으면...”
군의관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떡합니까 저는 의사는 아니니까... 일단 알겠다고 했고 반깁스 처리를 받는데도 문제가 있었어요. 정말 간호학과 전공생이나 전문 전공생이 아니라 생명공학과 전공생이 와가지고, 이등병인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반깁스를 해주더라고요. “동생아 형이 할까” 라고 했더니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는 와중에 군의관님이 알아보시더니 “MRI촬영은 응급으로 접수해 당일 촬영 진행은 불가하나, 일반으로 접수하시면 한 달 정도 기다렸다가 가능하다며 촬영을 하겠냐”고 물어오더군요. 당시 저는 예비군 마지막 날로 퇴소까지 두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비마저 오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어떻게 촬영을 요구한다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당장에 다리가 덜렁덜렁 거리는 상황인데요.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거기 간호장교님한테 요청을 했죠 관련 차트들을 복사를 할 수 있겠느냐... 그랬더니 소견서와 처방전, 그리고 초진차트를 받아서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 시사N라이프: 17사단 의무대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서 예비군 훈련장으로 복귀하게 된 건가요
☞ 나병훈: 다시 한 시간을 걸려서 복귀했고, 일단 동원과에 있는 어떤 대위 분을 만났습니다. 교육장교라고 총 책임자라고 하시는데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으시더군요. “부대 측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느냐”고 여쭤봤더니, “이해는 하지만 부대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단, 대원의 마음은 이해를 하니 집까지 바래다는 드리겠다”
거기서도 기분이 나빴는데 제가 좀 더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하니까, “지금 직장을 다니는 상태이고 돈이 필요하면 ‘휴업급여’라고 해서 십만 원은 안 되지만 몇 만 원 지원가능한 돈이 있다. 그거라도 신청해 드리냐” 그런데 저는 거기서 순서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다친 대원에게 관리소홀로 인한 부주의를 사과 먼저 하신 후에 이야기를 하셨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중령님도 한 분 오셨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시더라고요. 간부님도 그냥 가만히 계시고... 빨리 그 자리에서 퉁 치고 보내려는 그런 심리가... 그런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아서 기분이 되게 나빴고 일단은 불편한 마음을 꾹꾹 참고 부대 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데려다 주신 간부님께 여쭤봤습니다. “간부님, 간부님 아들께서 이 일을 당하셨으면 어떠셨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그랬더니 그냥 “아, 예!”하고 마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집 앞에 내려만 놓고 ‘휙’하고 가버리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보니까 정말 발목이 주먹만큼 부어서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제가 병원 쪽에 일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급한 대로 병원쪽 지인에게 전화해서 “아무래도 이거 인대손상 같은데 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시거든요 근데 소견서하고 초진차트하고 처방전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요”, “병훈아. 그러면 내가 N병원에 이야기 해놓을 테니까 N병원으로 당장 가라. 가 가지고 접수해서 바로 진료 봐라!”
전문병원에서는 X-ray만 보고도 인대손상 의심
MRI 결과 인대파열 소견 - 긴급수술 돌입
▶ 시사N라이프: N병원이 이쪽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라서 추천받은 건가요
☞ 나병훈: 인천 남구 쪽에서 수지접합으로 굉장히 정평이 나있는 병원이기도 해요. 오자마자 스트레스뷰라고 해서 X-ray로도 인대가 어느 정도 손상 돼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X-ray 처방이 있습니다. 그런데 군병원에서는 그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죠. N병원에서 “X-ray 결과를 봤을 때도 인대 손상이 의심 된다”고 원장님께서 말씀하셨고 그 즉시 입원을 해서 그 다음날 아침 첫 타임으로 MRI 촬영을 했는데 결과를 보니까 “인대파열이 확정이 났고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시사N라이프: 이게 훈련 다음날인 금요일 상황인 거죠
☞ 나병훈: 네. 금요일 오전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죠. “인대가 파열이 난 상황에서도 멀쩡히 잘 살수 있다”는 군의관의 말도 저는 이해가 안 됐고. 뭐 그런 분들이 있다고는 저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원장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인대가 파열이 되면 발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고질병이 되고 좀 영구적인 장해가 남는다고 해요. 장애가 아니고 장해. “고질적으로 좀 통증이 있고 수술적 치료를 반드시 요하기 때문에 수술을 제가 받아야 된다고 하셨고 붓기도 좀 빠져야하고 그리고 수술 스케줄이 있으니 월요일 날 당장 수술을 하자”라고 하셔서 월요일로 수술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장해:
상해나 질병이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있는 영구적인 정신적, 육체적 훼손상태를 말함
또 그 이후에 저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여기저기 전화를 드렸죠. 국방부 민원실에도 전화를 했더니 “예비전력보상 재해담당자를 연결해준다”고 해서 계속 전화를 드렸으나 전화는 다 안 받으시고, 육군본부 등 다른 연락번호도 몇 개 받았지만 다 연결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해당부대인 17사단에다가 직접 전화를 해가지고 “이거 담당 관련자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하는 말이 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계속 “군 병원을 가야한다”느니... “군 병원에서 이거 진단을 잡아내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신뢰를 하고 가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도 저희는 원칙상으로 밖에 말씀을 못 드린다”, “지금이라도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실 수 있겠냐” 하시길래 “월요일에 수술 예약이 이미 잡힌 상태이고, 군병원에서 수술 후 잘못돼서 재수술하러 온 사람을 전에 일하던 병원에서도 자주 봤는데 어떻게 믿고 군 병원을 가느냐”고 했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해당 부대의 교육대장 그 대위분하고도 두세 차례 통화를 했는데, 계속 부대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일단 사과 먼저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 “부대 측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라는 점을 시인하시냐”고 말씀했더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뒤늦게나마 사과를 드린다. 죄송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시사N라이프: 17사단 관계자가 이야기한건가요
☞ 나병훈: 아니요. 예비군 훈련장 부대 담당자 교육장교가 저한테 사과를 하셨고, 저는 대대장님이나 여러 군 관계자분들의 사과를 먼저 받는게 순서라고 생각을 해서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일단 알겠다“고 하셨고 ..
그 이후에는 또 17사단 관계자는 계속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하고 본인이 알아보시고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17사단 관계자 하고 연락이 됐을 때도 ”5분이나 10분 뒤에 회의를 끝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 전화도 한참 뒤에 다시 걸어왔어요.
국방부 민원실 관계자는 연결이 안되고
예비군 부대 관계자는 군 병원에서 치료받으라는 같은 이야기만...
거기서도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고, 그 이후에 제가 여기 누워있는데 17사단 참모님인가 하시는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저한테 불평에 대해 이야기 하시길래 저는 불평에 대해 이야기 한 게 아니라니까 그쪽에서 ”그거에 대해서는 말실수 했다“고 이야기를 하시고 ”좋은 방법이 있어서 소개를 시켜 드리려고 한다. 수도통합병원가서 말씀을 하자“고 해서 저는 수도통합병원에서 수술 받기 싫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수도통합병원이 경기도 성남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인천과 완전 반대이고 거리가 상당해서 거기를 제가 통원을 하고, 입원을 해서 가족들이 병문안을 와서 수발을 들고 하는 건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도통합병원에서 접수를 해서 MRI 촬영을 하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는데 이 덜렁거리는 발목을 붙잡고 한 달을 기다려서 MRI 촬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국방부의 느린 일 처리에 열불이 나더라고요. 저는 경제적인 보상 뿐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사고가 있었던 교장도 수리되길 원합니다 또한 이런 부조리한 군 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언론인터뷰에 응하게 된 겁니다.
▶ 시사N라이프: 이렇게 언론에 용기를 내어주신 것이 자칫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란 오해를 살 여지는 없을까요.
☞ 나병훈: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돈 자체를 원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총대를 메고 언론에의 노출을 선택한 겁니다. 현역들은 또 얼마나 고생을 하시겠습니까 예비군인 저는 그래도 훈련이 끝나고 나서 민간병원 와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역분들은 그게 아니니까요.
군 의료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건 줄 몰랐고 정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훈련 중 부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청구를 할 것이지만, 그걸 떠나서 제가 겪었던 부조리를 고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돈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과도 없이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는 말씀을 하신 관계자에게도 유감이고, 인대파열을 단순 염좌처럼 진단한 군병원도 미흡했던 진료에 대해 스스로 아셔야 하겠습니다.
▶ 시사N라이프: 마지막으로 자랑스런 병역의 의무를 다하신 분으로서 한 말씀 더 해 주신다면요
☞ 나병훈: 열심히 군복무를 하시던 중에 아파서, 다쳐서 고생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위로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사고 당시 끝까지 남아서 저를 기다려주고, 자기 일인 것처럼 저를 들쳐 업고 차량으로 옮겨 주었던 저희 조원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불쾌했던 군 시스템, 군 간부들, 장교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끝내 사과가 없으시다가 제가 요청을 드리고 잘못이 인정된 후에야 사과를 하신 데 매우 유감이며, 저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부상당한 장병들의 치료가 더뎌지게 만드는 건가요
거기에 전문성 부족까지 더해서 말입니다.
군 생활을 해본 적 있는 모든 사람들이 “군대 가서 다치면 골병 든다”, “다치면 너만 손해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닙니다. 각종 교육훈련, 체력단련, 부대관리와 진지공사 등 국군장병들은 항상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진료-진단-처방-치료(재활) 등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골병이 든다는 말은 만성질환으로 번져 사회에 나와서도 장기간의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장애나 장해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는 의미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군 생활 중 다치고 나서 제대로 된 치료가 뒤따르지 않아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안보와 안전을 위해 몸 바쳐 복무하고 있는 60만 장병들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면서 국민 모두의 생떼 같은 자식들입니다. 군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게 하는 현행 군 의료시스템은 임무수행 중 언제라도 위험에 닥칠 수 있는 이들의 안전과 처우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병 하나하나의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낼 준비가 안된 군과 정부가 어떻게 생명을 바쳐야 하는 현장에 이들을 내몰수 있을까요
가까운 민간병원을 이용하지 못해 군 부상자를 장시간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나 환자를 전문의가 부족한 군 의무대가 떠맡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찬호 씨와 나병훈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현역병이든 예비군이든 부상 후 조치과정이 매우 석연치 않았다는 점, 사선을 넘나드는 위중한 부상인지,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인지와는 상관없이 군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인터뷰: 윤준식 기자 / 영상취재: 김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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