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를 바라보는 우연하지만 의도적인 시선

[대담] 사진을 말한다 – “미아리 이야기”의 작가 이정환

윤준식 기자 | 기사입력 2018/09/30 [18:18]

미아리를 바라보는 우연하지만 의도적인 시선

[대담] 사진을 말한다 – “미아리 이야기”의 작가 이정환

윤준식 기자 | 입력 : 2018/09/30 [18:18]

시사N라이프에서 절찬 연재되었던 <미아리 이야기>의 작가 이정환이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사진공간 비움에서 동명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비움갤러리는 사진전을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대담 프로그램 <사진을 말한다>를 통해 작가 이정환의 이모저모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대담을 진행했다. 그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해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전한다.

 

 

▶사진작가 임성호(이하 임성호): 사진공간 비움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사진을 말한다>. 오늘은 이정환 작가님 모셨습니다. 이정환 작가님은 필명을 ‘아리미’... 저도 처음에는 헷갈렸데 자기소개와 필명 ‘아리미’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아리 이야기’ 이정환 작가(이하 이정환): 지금 제 나이가 쉰다섯인데 제가 미아리에서 55년간 살고 있거든요... 10월 6일부터 2주간 하는 제 사진전의 제목이 “미아리 이야기”입니다. 동명의 포토에세이집도 출간 예정인데, 3년 전에 이 책의 출판 계약을 할 때 기분이 되게 좋아 페이스북 이름을 잠깐 바꿨습니다. ‘미아리’로... 근데 성을 ‘미’로 하고 이름을 ‘아리’로 입력했더니 페이스북이 영어 순으로 표기해서 ‘아리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괜찮은 이름이다 그래서 계속 사용 중이고 자연스럽게 필명이 되어버렸습니다. 

 

¶ 신촌블루스 공연촬영을 시작으로 입문한 상업사진

 

▶임성호: 대학생 때 처음 사진반에서 카메라를 잡으셨고, 상업사진을 처음으로 찍으신 게 27살... 신촌블루스 공연촬영부터 했다고 들었습니다. 공연촬영은 어느 정도 하셨는지?

 

☞이정환: 신촌블루스 인호 형하고 인연이 되어 3년 동안 찍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건 김중만 선생님하고 동시에 작업을 했어요. 그때는 그 사람이 김중만인줄 몰랐었는데, 좀 멋있게 생긴 사람이 저하고 똑같은 F4S를 들고 왔다갔다 그랬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분이 김중만 선생님이었어요. 

 

김중만은 김현식을 찍었고 저는 신촌블루스를 찍었죠. 김현식 형이 죽기 얼마 전 사진들부터는 제가 찍기 시작했고 김현식의 친구면서 전속 사진사인 김중만 선생은 계속 김현식을 찍어왔고요... 

 

그 후에 컴퓨터 그래픽의 매력에 빠져 컴퓨터 그래픽을 하게 되면서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수효과 이런 쪽 일을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10여 년 몰두해서 했습니다. 

CF쪽 일을 많이 하다가 <신 씨네> 신철 사장님을 만나 "너랑 나랑은 같이 할 인연이다"란 소리에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컴퓨터 그래픽의 첫 번째 영화가 구미호라는 영화였었죠? 제가 구미호에서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총괄 디렉팅을 했습니다. 

 

▲ 사진공간 비움갤러리가 운영중인 대담 프로그램 <사진을 말한다-16회> 이정환 작가 편에서     © 사진공간 비움갤러리

 

¶ 사진계로 다시 돌아와 만난 김홍희 선생님과의 인연

 

▶임성호: 그 후 다시 사진계로 돌아오셨는데 이게 실례일지도 모르겠는데 영화계를 떠난 계기가?

 

☞이정환: 아주 간단합니다. 망해서 그만두게 되고 그 후로 두 군데 더 큰 벤처기업에서 사업부 이사로 근무를 하다가 어느 순간 회의를 느끼고 떠나게 됐어요. 

 

영상업계를 떠난 후에도 같은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비주얼과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 상황에서 가장 하기 쉬웠던 게 사진이라 생각했어요. 당시에 니콘 클럽이라고 이제 필름시절에 온라인 동호회 중에 제일 큰 데 가입해 재미있게 놀다보니 제가 서울 지역 운영자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김홍희 선생을 우연히 만났죠. 술 한 잔 하다가 “니가 찍는 사진은 그냥 사진이지 진정한 사진은 아니다”라는 충고를 듣고선 사진수업을 한 번 해보자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사진으로만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마침 후배가 대학로에 ‘암실까페’를 운영했는데, 제가 항상 사람을 많이 몰고 다니니까 그 친구가 영업상 공동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때 김홍희 선생님의 사진강의를 암실까페에서 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김홍희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너! 내 사진 좀 찍어줘야겠다!” 그래서 김홍희 선생의 책 <나는 사진이다> 표지 사진을 찍어드리게 됐죠.

 

▶ 임성호: 이정환에게 김홍희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정환: 제가 잠시 그 분의 어시스트도 했고, 사진을 진지하게 시작하는 데 저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셨고, 어떨 때는 술 벗이 돼 주고... 인연을 놓고 싶지 않은 그런 관계, 어쩔 땐 형이고 어쩔 때는 선생님이고 그런 관계입니다. 

 

¶ 10년 간 연재해 온 포토에세이 <미아리 이야기>

- 20만 인간군상들이 보여주는 익숙하지만 다른 세상

 

▶ 임성호: 이번 전시회에 대해서 간략하게 한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정환: 사실 미아리 이야기 첫 번째 전시는 <갤러리 브레송>에서 했었습니다. 7~8년 전인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10여 년 전부터 SLR클럽의 에세이란을 시작으로 연재해 온 “미아리 이야기”라는 동명의 에세이에 실었던 사진 30여 장을 셀렉트해서 전시를 했었죠. 

 

이번에 출판을 앞두고 또 전시를 하게 되는데, 그때는 글을 위한 사진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아리’ 자체만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 전시될 사진들은 내가 미아리에 존재하면서 느낀 미아리에 대한 감성의 결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저도 쿠바도 가고 싶고 라사도 가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통풍성 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어디 멀리 갈 수 있는 상황이 못 됐어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심하게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마찬 가지입니다. 1시간 이상 걸으면 지쳐버리고 관절에 무리가 오고...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뭘 찍을까?” 전에도 미아리를 찍어왔으니까 미아리에 대해 찍자. 미아리 주변에 움직이는 인구, 살고 있는 인구가 거의 한 20만 정도가 됩니다. 10만 명 정도면 모든 인간의 표본산출이 됩니다. 인간들의 오욕(五慾)들이 다 포함될 것 같았어요. 

 

인도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쿠바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오는 애정과 애증과 갈등과 여러 가지 느낌은 우리가 비주얼로만 낯설 뿐 거기에 담은 사람에 대한 사진은 똑같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멀리 가지 말고, 익숙하지만 재미있게 한번 찍어보자. 

 

▲     © 사진공간 비움갤러리

 

¶ “나는 뻔한 사진을 찍는다”

- 스토리가 있는 ‘뻔하지만 뻔(FUN)’한 사진

 

▶ 임성호: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정환: “넌 무슨 사진을 찍는데?” 물으면 저는 뻔한 사진을 찍는다고 말합니다. 두 가지죠. 늘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사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사람의 표정과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어 “아, 이거 굉장히 스토리가 있구나. 재미있구나”하는 뻔(FUN)한 사진.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집어넣은, 그래서 내 사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뻔한 사진이 좋다”라는 화두로 찍습니다.

 

▶임성호: <미아리 이야기> 외의 전시회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장춘몽>, <골목은 살아있다>, <삼인삼색>, <국제 골목사진전>, <우연한 의도> 등 여러 가지 기획과 전시를 많이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나요?

 

☞이정환: 하나하나 에피소드가 있는데 일단 제1회 충무로 사진전에서 초대를 받았던 <골목은 살아있다> 그룹전입니다. 다양한 분들과 각각의 시각, 7개의 시선으로 골목을 담았습니다. 제 전시의 소제목으로 <북촌1초>라는 사진을 찍었고. 다른 분은 건축가의 입장에서, 도시재개발의 입장에서, 어떤 박사님은 노인문제에 대한 부분의 입장에서 사진전을 했어요. 

 

김기찬의 <골목>이나 최근에 골목으로 유명한 내 스승 김홍희 선생님의 <골목>하고 차별화 된 기획이었거든요. 그때 서울문화재단의 김영호 본부장이 페이스북에서 “이야말로 집단 지성에 의한 사진전이다”라고 평을 해주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요. 

 

제가 <삼인삼색>전 이후 5년 동안 사진전을 못했지만 사실 작업은 계속 하고 있었거든요. 그 사진을 모아 <더 플레이스> 시리즈라고 했는데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죠.

 

¶ <우연한 의도>, <미아리 이야기>, <더 플레이스>시리즈...

 

첫 번째 에피소드는 <표석>에 대한 부분들, 망가진 서울을... 조그마한 표석만 남겨놓고 그 터가 다  없어졌어요. 우리나라가 과거를 너무 열심히 잘 없애고 지우거든요. 그때 제가 제일 충격받았던 것은 DDP를 찍었는데, 제가 그 사진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서울운동장, 서울야구장, 서울 축구장(후에  동대문 운동장, 동대문 야구장으로 명칭변경)을 기억에서 지웠다는 굉장히 가슴 아픈 내용을... 

 

또 하나는 <더 아일랜드>라는 부제로 제주도 4.3의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 우울하고 여기저기서 혼이 나올 것 같은 느낌들... 제가 몇 년 전에 제주도에 내려가 한 달 동안 있으면서 느낀 것 때문입니다. 제가 있던 곳이 함덕해수욕장을 낀 조천면이었는데 4월 3일이 다가오니까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거예요. 그때 온 제 충격. 같은 날 마을 전체가 제사를 지낸다는 충격이 너무 컸어요. 마침 비바람이 몰아치며 날씨는 음울한데 바다는 너무 멋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하면서 제주의 비 오거나 우울한 날씨를 골라 카메라 들고 많이 돌아다녔죠.

 

또 작년 연말에 5년만에 했던 전시 <우연한 의도>도 <더 플레이스 시리즈>의 사진을 셀렉트하고 보니 “우연히 찍었는데 굉장히 의미있는 장면들이 나왔구나”해서 <우연한 의도>라는 전시제목 겸, 제 사진의 또 하나의 뻔(FUN)한 사진의 컨셉이 나온 겁니다. 

 

나는 “저기 가서 저런 장면이 나올 것 같아” 예측하고 갔는데 갑자기, 우연한 특별한 장면을 건지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냥 철수하고. 그래서 ‘우연해 보이지만 의도적인’ 이율배반적인 제목이죠.

 

¶ <사진집단 일우>를 너머 작가 이정환만의 목표로...

 

▶임성호: 김홍희 작가님 이야기도 나왔는데 <사진집단 일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작품에서 <일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지? 

 

☞이정환: 제가 <미아리 이야기>와 그 전의 <일장춘몽>전을 할 때 “니 사진을 보면 김홍희 사진을 보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은 <골목은 살아있다>부터입니다. 골목사진을 찍으면서 <우연한 의도>까지 가면 사실 <사진집단 일우>의 향기는 느낄 수 없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많이 팔리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까? 그게 참 큰 딜레마이고 다들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우연한 의도>는 다큐멘터리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아 보자고 마음먹고 의도적으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고, 소기의 목적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임성호: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미아리 이야기>가 59화까지 연재가 됐거든요. 연재는 59화까지 됐는데 써 놓은 거는 100화까지 됩니다. 이제 <미아리 이야기> 시즌 2가 시작되는데, 지금까지 써 놓은 것 말고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쓰기 시작하려고 합니다. 사진도 변화를 많이 줘가지고 찍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요. 그게 이게 곧 시작할 사진 작업이기도 합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건강이 많이 안 좋기 때문에 미아리만 찍는다 했는데, 사실 여행사진가라는 직업을 제일 부러워하거든요. 제가 건강이 회복되면 여행사진가라는 타이틀을 한 번 달고 싶고요. 

 

¶ 동학정신, 개성공단 이야기도 사진에 담고 싶어

 

그리고 이거는 제 필생의 꿈인데, 제가 동학에 미친 사람입니다. 임의단체인 <동학컨텐츠 연구회>의 대표도 맡고 있고요. 어떻게 사진 찍는 게 동학의 정신을 표현하는 걸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답은 못 찾았습니다. 개성공단이 곧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사람들의 이야기를 <개성공단의 이야기>라는 <미아리 이야기>와 비슷한 작업을 또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이 4가지가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임성호: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진가 이정환 또는 자연인 이정환. 어느 것도 괜찮습니다. 이정환을 규정하는 단어 하나를 선택해주십시오.

 

☞이정환: 조율되기 싫어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고... 하지만 마음 속에 항상 휴머니티를 가지고 있는 그런 사진가가 되고 싶고 스스로 늘 그런 사진가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저를 잠깐 봤을 때 까칠하다고 그러는데, 그건 그 사람이 예의가 부족할 때 반사적으로 까칠함을 느끼는 겁니다. 항상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 이정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성호: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지금까지 소년같은 꿈을 꾸는 이정환 작가님. 감사합니다.

 

[대담 진행: 사진작가 임성호 / 정리,편집: 윤준식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