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학모가지가 되어 횟감 들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런 모양새로
청결이 우선이라며 입구부터 이런 걸 뒤집어 씌운다.
머리는 물론 신발까지
아이슬란딕 시푸드 회사는 직원이 200명 쯤 된다는데
담당 메니저가 그날의 어획고를 보며 주며 설명한다.
오드니 슐츠(Oddeney Shultz)라는 이름의 독일계다.
- 아이슬란드 여자들은 이름 끝에 모두 도티르(dottir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뜻)가 붙는 줄 알았는데, 댁은 아닌가부죠
다 알면서 내가 능청을 섞어 관심을 보이자,
- 할아버지 때 독일에서 이곳으로 이민 왔거든요.
그런 것도 알고 제법이라며 즉각 미끼를 문다.
또르스쿠르(대구)는 11톤
이사(우리말로 뭐라하는지 모르겠는 헤닥:Haddock이라는 물고기)가 6톤
스테인비트루(생긴 건 꼭 가물친데 이 사람들은 굳이 Catfish란다. 메기라는 소린데 글쎄다)가 0.8톤
그래서 이날 잡은 생선은 18톤이 조금 넘더라구
- 이거야 원! 잡는 게 아니라 아예 줍는 거구만!
나중에 초고추장 묻은 입가를 손바닥으로 쓱 문지르며 형님이 한마디
나는 형님 말씀에 묵직한 기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덤프 트럭이 생선을 커다란 통에 부으면 툴툴툴 벨트를 타고 굴러가다가 껍데기와 알맹이가 훌러덩 벗겨져서 자동으로 나뉜다.
욘석이 이 나라 사람들을 모두 먹여살린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아이슬란드 명물 대구(Cod:또르스쿠르)다.
이 회사에서는 전량을 미국과 영국으로 수출한다고
- 큰걸로 한마리 들어봐요.
나랑 십년 연애한 사이처럼 살큰달큰하던 슐츠는 정작 카메라 앞에선 웃음기를 지운다.
형님이 한 말이 생각나서 한마리 달랠까 하다가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다.
- 이 사람은 구짜 돌림 태짜 돌림 생선은 안먹어요! 지가 생선인 주제에 비리지 않아 건방지다나요
내장과 대가리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사간단다. 껍데기는 사료공장에 팔고
이들이 말하는 Catfish인데 구글로 검색해보니
Seawolf, Atlantic catfish, Atlantic wolffish, Wolf eel.. 정말 부르는 이름이 가지가지다.
여기나 와야 보는 생선이란 얘기다. 대가리가 없어 서운해하는 눈치를 챈 슐츠,
- 머리는 자동을 떨어져나가서 갈아버립니다. 배에서요. 작은 고기들 밥으로 주는 거지요.
- 아! 그래요 근데 이거 혹시 포 떠줄 수 있어요
- 그럼요. 있구말구요.
분주한 손놀림
일에 열중인 직원들 얼굴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고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슐츠의 부탁
자기네 회사는 아이슬란드 전체에서 중간 쯤 되는 크기라며
미국에 돌아가면 선전 좀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영국으로 가는 상자 하나를 꺼내보인다.
이 회사의 전신이 북극권을 뜻하는 북위 66도였다는데
지금도 전에 쓰던 앞치마를 그대로 두르는 이유는 자기들은 쓰레기로 남기는 짓을 아주 죄악시하기 때문이라나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정신을 다른나라에서도 좀 배워야 하는데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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