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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education) 도시 NO, 학습(learning) 도시 OK :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10)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1.28 13:40 의견 0

대한민국은 작은 것 같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참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한 가지 유행이 전국을 온통 뒤덮는 것을 보면, 다시 ‘역시 한국은 작아!’라고 생각하게 된다(지난겨울에 롱패딩이 유행이었다. 전국 어디를 가도 검은색 롱패딩이 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교육의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크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교육 비용이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통계청 자 료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다). 비용 대비 성과를 기준으로 작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다(물론, 대학 진학률로만 따진다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82%를 넘는 진학률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70% 아래도 떨어지긴 했 어도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대학 진학률은 높은 편이다. ‘제4의 혁명’ 등과 같은 책에서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을 좋은 점으로 인 정한다.

그리고 아시아권을 기준으로 할 때는 10위권에 서울대, 카이스 트, 포스텍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범위를 세계 대학으로 넓히면, 2018년을 기준으로 서울대가 74위, 카이스트가 95위를 차지해 서 100위권에 2개 대학뿐이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한국의 교육 열정에 대해 극찬한 보도가 있을 정도다. 반면에 투자에 비해 성과가 없는 국가로도 유명하다(PISA의 성적은 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업의 출현, 노벨상 등으로 나타나는 성과는 저조하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수학 능력과 과학능력이 상위 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OECD 국가 학생들은 주당 33시간 정도 공부하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경우 주당 70-80시간을 넘어간다고 한다. 무한 경쟁 속에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삶의 만족도가 세계 꼴찌이고 학습 효율도 바닥이다 (물론, 수치적으로 한국의 교육을 선망하는 표현을 하는 책들도 종종 있고, 정치인들의 발언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립 서비스’이며, 저술가가 한국의 교육실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않았기에 나타나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한계에 직면했다. 타일러 코웬은1970년대 이후 주요 기술(항공기술 등)과 교육 시스 템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로봇의 부상’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은 더 심각한 불평등과 실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큰데,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 성이 크다고 부정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싱가포르, 핀란드, 캐나다 등은 경쟁력을 위해 혁신적이고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계에 직면한 현실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다른 국가들처럼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공교육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사교육이 채우고 있다.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적인 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 수학능력시험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 제도를 바꾸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을 따라했음에도(수학능력시험제도) 불구하고 그 체제를 쉽게 바꾸기 힘들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도 함께 바뀌니 지속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기고(지속성과 관련해서 김선의 ‘교육의 차이’에서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설명하면 서 잘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5년 후를 생각해야 하니(정권이 바뀌면 교육 제도의 변화를 예상해야 하는 것)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다.

▲ OECD GDP 대비 사교육비 비중 비교 ⓒ 통계청, 메리츠증권

핀란드는 교육과 관련해서 1960년대부터 종합학교 개혁을 통해 ‘공 동체’, ‘평등’을 핵심으로 교육제도를 발전시켰다(니얼 퍼거슨은 ‘위대한 퇴보’에서 핀란드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발전한 국가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말한다). 이 말은 교육에 있어서 평등은 ‘물 건너갔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사교육 시장의 확산과 확대로 인해 교육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경우가 꽤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계(百年之計)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5년도 지속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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