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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_이야기(8)] "친구는 무섭지 않아!

4살 안아의 예쁜 말, 예쁜 생각(5)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2.07 16:17 의견 0

아침 바람이 머리카락을 만지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아침이었어요.

안아는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 가고 있어요. 안아는 지금 그네가 타고 싶었거든요.

아빠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끔은 내 딛는 발걸음이 엉켜서 넘어질 뻔도 했지만, 그때마다 아빠가 잡고 있는 손에 코끼리 같은 힘이 들어가서 안아를 넘어지지 않게 도와 주었어요.

"아빠, 시원하다! 그치"

"응!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네."

아빠가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그러고는

"빨강색 그네 타고 싶어 안아 혼자 탈 수 있을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아는 바람보다 빠르게, 빨강색 그네로 달려가서 앉았어요.

작은 두 손으로는 그네의 두줄을 꼭 잡고 한 쪽 다리를 걸치고, 그리고 다른 다리를 올려서 그네에 혼자 앉았어요.

"와! 안아 혼자 그네에 앉을 수 있네."

아빠가 놀라워 하면서 말했어요. 안아가 그네에 혼자 앉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응! 난 혼자 그네에 앉을 수 있어."

"그럼, 아빠가 밀어 줄게, 아주 높이높이!"

아빠는 안아가 앉아있는 그네에 성큼성큼 다가가서 힘차게 밀어 주었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숫자를 세면서 밀어 주다가 마지막 다섯 번을 외칠 때는 더 힘차게 밀어 주었어요.

안아는 하늘과 가까워지는 발과 얼굴, 그리고 바람이 전달해 주는 시원함이 너무 좋았어요. 계속 그렇게 오래오래 타고 싶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앞에 서 있는 큰 나무를 보기 시작했어요. 나뭇잎도 크고, 키도 크고, 안아가 봤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로 보였어요.

"아빠! 저 큰 나무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

아빠는 갑자기 귀신 이야기를 하는 안아의 말에 당황했지만, 안아가 생각하는 귀신이 어떤건지 궁금했어요.

"그래 몇 마리나 살고 있어"

"10마리가 살고 있어."

안아가 대답했어요. 아빠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10마리나 살고 있다는 안아의 대답을 듣고 더 궁금해져서 다시 물었어요.

"귀신이 10마리나 있는데 무섭지 않아"

"응! 귀신이 내 친구거든."

아빠는 지난 번에도 귀신이 친구라고 했던 안아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럼, 귀신한테 안아 그네 밀어주라고 하자. 어때"

"안돼!"

"왜 귀신이 10마리나 되면 더 높이 밀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가 안아한테 말했어요.

"귀신은 팔이랑, 다리가 없어서, 그네를 밀어 줄 수 없어."

아빠는 상상했어요. 팔과 다리가 없는 얼굴만 있는 귀신. 참 무서운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왜 안아는 무섭지 않을까요

"팔과 다리가 없으면 얼굴만 있는 건데, 무섭지 않아"

"응! 친구거든, 그리고 안아가 착해서 무섭지 않아!"

안아에게 귀신은 친구고, 착한 마음을 가진 안아에게 귀신은 절대 무섭지 않은 것이었어요. 안아가 착하기 때문에 귀신이 안아에게 무섭게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친구여서 팔, 다리가 없어도 무섭지 않은 것인지 아빠는 알 수 없었지만, 안아가 신나게 그네를 탈 수 있어서 아빠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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