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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남는거(21)] “돼지력을 채울 수 있는 수제버거집” ? 합정’planet61’

박앵무 기자 승인 2019.02.21 09:30 의견 0

가려던 치킨집이 문을 닫아 헤매다가 다음 골목길에서 찾은 수제 버거집 ’planet61‘, 합정역 부근은 가게들이 금방금방 바뀌어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사라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찾아갈 맛집이 있다면 현재도 영업 중인지 한 번 더 확인하고 갈 것.

내부는 깔끔하다. 테이블이 작다는 것이 단점이고 화장실이 내부에 있다는 것이 장점. 창가 쪽에 바 형태로 혼자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Meat Cheese Planet61 Burger(미트 치즈 플래닛61 버거)가 이 집의 시그니처 버거인 듯하다. 가격은 14,500원. 소고기 패티가 무려 2장, 아메리칸 치즈, 체다 치즈, 스모크베이컨, 폴드포크, 토마토, planet61의 특제 소스가 들어간다.

나는 이태원에서 먹었던 아보카도 버거가 생각나 아보카도 버거를 주문했다. 소고기 패티, 아메리칸 치즈, 아보카도, 과콰몰리, 토마토, planet61 특제 소스가 들어간다. 가격은 9,900원인데 3,000원을 추가하면 음료와 양념감자 튀김(half)이 함께 제공되는 세트메뉴로 변경할 수 있다. 하나는 세트메뉴로 변경하고 Ale Draft를 한 잔 추가했다. 가격은 5,000원.

▲ 에일 맥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시켜먹으라고 하고싶다. ⓒ 박앵무 기자

맥주가 먼저 나왔다. 한 입 먹어보니 바로 이 맛이다 싶다. 에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는 에일 맥주를 먹을 수 있음에 행복해질 것이다. 사실 그게 바로 나다. 맥주가 너무 맛있다. 생맥주는 청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변한다는데 청소를 잘 하는 것 같다.

신나게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버거 두 개가 나왔다. 번 위에 ‘planet61’가 찍혀있다. 아보카도 버거가 먼저 나왔는데 기대했던 비주얼이 아니다. 생 아보카도라면 슬라이스 되어 나왔을 텐데 큐브 모양의 아보카도와 과콰몰리가 섞여서 올라가 있다. 뒤이어 나온 미트 치즈 플래닛 버거는 비주얼부터 온몸으로 칼로리의 맛을 내뿜고 있다. 이건 살찌는 음식이다. 절대 맛없을 수 없다.

▲ 아보카도 버거와 half 사이즈의 양념감자. 쟁반에 한꺼번에 담겨서 나온다. ⓒ 박앵무 기자

수제 버거는 역시 무너뜨려서 잘라먹는 게 제 맛이다. 절대 한 입에 베어 물 수 없다. 아보카도는 부드럽게 으깨지는 느낌을 상상했는데 중간에 단단한 아보카도가 섞여 있다. 아보카도가 듬뿍 들어있지만 부드러움이 아쉽다. 소스로도 덮이지 않는 아보카도의 특유의 풀냄새가 있으니 아보카도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패티는 부드럽고 육즙도 나쁘지 않다. 번 역시 쫄깃하지는 않지만 먹을 만하다.

▲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 박앵무 기자

기대했던 미트 치즈 플래닛 버거는 고기와 온갖 소스가 어우러져 한 입만 먹어도 이게 내 지방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고기와 소스를 다 넣어봤어’의 느낌이랄까. 고기는 부드럽고 베이컨은 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다. 폴드포크도 잘게 찢어져 있어 빵과 함께 먹기 좋다. 하지만 하나를 다 먹기에는 약간 버거운 맛이니 다른 메뉴와 함께 주문하여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한다.

▲ 이 버거에 야채라고는 카라멜라이징 된 양파뿐이다. ⓒ 박앵무 기자

감자튀김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둘이 와서 먹는다면 세트메뉴로만 추가해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위에 올린 소스만 빼면 시판 케이준 감자튀김이다. 소스도 시판 제품으로 보여 별 특별할 것이 없다.

계산 전 사장님께 냉동 아보카도를 사용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셨다. 냉동임을 생각하면 이 가격에 굳이 아보카도 버거를 먹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패티도 맛있고 기본 소스와 번도 나쁘지 않지만 다시 찾아올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칼로리 폭탄은 보장하니 내일 세상에 모든 음식이 사라져서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다면 이곳에 와서 미트 치즈 플래닛 버거와 에일 맥주를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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