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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풍경따라(13)] 부암동 골목길에서②

칼럼니스트 김호삼 승인 2019.05.18 11:16 의견 0

부암동은 종로구 청와대 뒷산, 북악산 일명 백악산 뒷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북쪽으로 북한산이 큰 울타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서쪽과 동쪽으로 인왕산과 북악산이 둥지를 이뤄 닭이 품고 있는 알과 같은 모습이다. 금계포란 지세의 명당이랄까! 풍수에 문외한 일반인이 보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부암동의 한자는 부칠 부(付), 바위 암(巖) 자다. 한자 그대로 바위가 많은 곳이다. 지금도 세종로에서 바라 본 북악산과 인왕산의 바위들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느껴진다.

▲ 윤동주 문학관 ⓒ이정환 기자

인왕산 스카이 웨이와 북악산 스카이 웨이가 맞닿은 창의문, 자하문 고개마루에서 청와대까지 느린 걸음으로 20분,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까지 25분, 세종로 사거리까지 30분이 걸린다. 부암동은 서울의 중심지 종로, 도시화의 시발점 세종로가 가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암동은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종로에서 내려 풍광과 함께 걸어서 오는 편이 좋다. 굳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겠다고 한다면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 7212, 7022번 버스를 타고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리면 된다. 문학관이 생기기 전에는 자하문 고개 혹은 창의문에서 내려 달라고 하면 됐다.

▲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길, 일명 자하문이라 불리는 창의문이 지척에 있다. ⓒ이정환 기자

창의문은 북악스카이웨이 정상, 팔각정으로 갈 수 있는 입구 중 하나로 사직공원에서 시작된 인왕스카이 웨이가 끝나고 북악스카이 웨이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팔각정은 정릉쪽에서, 평창동과 구기동 그리고 부암동과 홍은동을 잇는 신영동 삼거리에서, 그리고 이곳, 자하문 고개에서 오를 수 있다.

1988년 4월까지만해도 보안상의 이유로 북악스카이웨이를 걸어 다닐 수 없었지만 지금은 북악산, 백악마루 청와대 뒷산 높은 봉우리까지 한양성곽을 따라 오를 수 있게 됐다.

버스를 타고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리면 당연히 시인의 언덕을 가야 한다. 언덕에서 별을 헤며 북간도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조국을 걱정하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바랐던 윤동주. 그는 후쿠오카의 차가운 형무소에서 알 수 없는 생체실험의 마루타가 되어 28세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동주의 언덕에 서면 겸재 정선이 북악산에서 바라본 한양을 그린 '장안연우(長安烟雨)'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선 남산과 서울의 중심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맑은 날 야경이 아름답다. 동대문 두산 타워에서 여의도 63빌딩까지 휘황찬란한 서울의 야경이 보석을 은하수에 뿌려 놓은 듯 황홀하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 ⓒ이정환 기자

시인의 언덕 가장 윗자락에서 북한산, 상명대, 서울시가지 그리고 북악산의 오른쪽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고 언덕 바로 밑에 한옥으로 건축된 청운문학도서관으로 내려갔다. 나무 냄새가 확 풍기는 내실에 올라 잠시 밖을 내다 보면 가진 것 없지만 천하를 얻은 느낌이다.

시인의 언덕 맞은 편에 창연히 자리잡고 있는 창의문은 한양성의 4대문 사이 사이의 4소문 중의 하나로 북쪽의 숙정문과 서쪽의 돈의문 사이에 있다. 4소문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자하문이란 애칭이 있다. "자하"란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금색 안개를 뜻하는데 아마도 창의문 밖 세검정 지역 운무 위로 아침햇살과 저녁놀이 비추는 풍경이 자주 보여서 그랬나 보다.

창의문 추녀에는 목계(나무를 깎아 만든 닭)가 달려 있다. 성문 밖 지세가 지네와 비슷하다고 상극인 닭을 부착해 놓았다고 한다. 실제로 부암동에는 지네가 많다. 이곳에 머무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자다가 목을 물렸다.

창의문에서 옛 조상들을 숨결을 느껴 보고 본격적으로 걷고 싶은 길, 카페 산모퉁이, 백사실 계곡으로 걸었다. 창의문 앞 고개마루 삼거리에는 자하 손만두집, 식당 늘품, 치킨으로 유명한 "부암동 가는 길", "사이키킨", "계열사"가있다.

이들 집을 지나 러키슈퍼에서 생수를 준비하고 바로 옆 "동양방아간"에서 떡을 샀다. 부암동에 와서 이 집 떡을 맛보지 못한다면 그것도 크게 후회할 일이다. "동양방아간"의. 떡은 외국국빈들이 방문했을 때 제공되는 떡이라고 한다. 떡을 먹고서 대한민국 대표, 걷고 싶은 길로 들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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