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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한 성도와 '주님의 종'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12)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11 11:15 의견 0

교회에 무관심한 성도

한국 교회 성도들은 교회에 관심이 없다. 봉사도 하고, 열심히 출석하고, 헌금도 내지만, 정작 중요한 교회 운영과 예산 활용 등에는 무관심하고, 담임 목사와 장로들로 조직된 당회에 위임했다. 물론, 교회마다 담임 목사 초빙 원칙이 있고, 당회 구성 원칙은 있지만 대부분 성도에게는 관심 밖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을 읽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은 지역주민으로서 자신이 사는 지역 조례를 읽어 본 시민, 주민은 얼마나 있을까 마찬가지로 성도들도 교회법에 대해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면 장로 등 임직 자 선출에 참여할 뿐이다. 사실, 인맥 투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선거 시 후보자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대체로 ‘먹고살기도 바쁜데’가 원인이 돼서 ‘교회에서까지 복잡하게 따지면서 다녀야 하나 어련히 잘하려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방점은 ‘주님의 종이 존재하는 교회 아닌가’이다.

가깝게 지내는 한 목사님은 교회 신임 장로 선출 당시, 예배 시간에 교회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셨다고 한다. 성도들의 반응은 교회법의 유무조차도 모르는 성도들이 대부분이었고, 혹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던 성도들이라 할지라도 처음으로 접했다고 한다.

일상 모임에서는 회비를 내면, 그 회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영수증 하나하나까지도 따져보는 사람들도 교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교회가 어련히 정직하게 했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회에 대한 믿음은 항상 발등을 찍거나 뒤통수를 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명성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시무하시던 목사님은 비자금만 800억 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아들한테 세습시킬 수 있었으며, 관련해서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자, 비판자들을 사탄의 세력으로 매도했다.

성도들의 무관심은 교회를 게토화(Ghettoization) 하고, 세속화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온 권위가 아니라 인간의 세속적 권력이 교회를 지배하고, 그 권력은 철저히 부패한다.

'주님의 종'

교역자는 목사, 전도사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거부, 혹은 거절하고 하나님의 종으로 살기로 다짐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신학대학교에 입학해서 신학을 공부한다(목사 안수를 위해서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평생 수절하는 가톨릭의 사제나 수녀와 유사해 보이지만, 개신교의 목사나 전도사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결혼을전제로 안수를 준다(종교개혁 결과의 연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루터도 종교개혁 이후에 혼인했다).

최근 교역자들의 삶을 보면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특별하지 않다. 일반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며, 자녀 교육에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대형교회 목사님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길에 오른 경우가 많다). 그저 직업인으로서의 교역자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먹사’라는 말이 등장도 다 이와 같은 이유다. 물론, 현세대의 청년들이 취업하기 힘든 것만큼이나 신학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목회자의 길을 꾸준히 걷기 힘들다. 개척하지 않으면 시무할 교회가 없다.

과거에 들은 이야긴데, 교회 외부에서 신앙인 모임을 하면, 장로라 할지라도 목사에 대해서 열등감 혹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성경에는 목사도 하나의 직분으로 기록돼 있을 뿐인데, 현실 속에서 목사의 위상은 일반 성도와 다름을 느낀다. ‘주님의 종’으로 떠받들어지면서 일반 성도들에게 대접받는데, ‘종’이라는 표현과는 모순적이다.

이러한 부부은 20대 시절부터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30대를 지나면서 오히려 목회자 신분으로 사역하면 더 대접받고 수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럴 때마다 평신도 사역자로서 느끼는 착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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