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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각지대 보살폈더니...” 서울시교육청, 교육복지사 임금삭감안 들이밀어

윤준식 기자 승인 2020.12.10 13:10 | 최종 수정 2020.12.10 14:04 의견 0
임금삭감 반대 결의대회를 진행 중인 교육복지사들 (사진: 윤준식 기자)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복지사들은 교육청 측이 내놓은 황당한 제안에 고개를 떨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진행 중인 2021년 임금교섭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표하는 시도교육감협의회 측 교섭위원들이 임금 삭감을 협상안이라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교육복지사들은 조손 가정 및 한부모 가정, 빈곤층 가정, 가정 폭력에 시달리거나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찾는 이른바 ‘위기학생’들을 돌보는 일을 도맡아 왔다.

이들은 위기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한 전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공교육의 기본이 되는 등·하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아침식사를 챙겨준다든지 하는 세심한 일도 이들의 업무영역에 포함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큰 폭의 임금상승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교육청 쪽에서 예상치 못한 임금 삭감안을 제시하자 현장의 교육복지사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복지사들은 각 교육지원청 근무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다양한 교육복지 대책을 현장 수요에 맞게 조정해 거점 학교에 전달하고, 거점 학교 근무자들은 위기가정에 방문하여 원격수업 참여에 필요한 전자기기와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나눠주는 한편, ‘위기 학생’들과 연락망을 구축하여 수시로 학생과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환경까지 보살피는 일까지 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임금 삭감안은 이와 같은 위기학생들과 교육복지사들의 현실인식의 부족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2019~2020년 통합 임금협상 당시에도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교육복지사들의 기본급 인상률을 반영하는 대신 임금이 아닌 일시적 금품이라고 못 박은 ‘조정금’을 지급하며 사실상 임금을 2년 간 동결시켜 왔다.

2021년 임금 삭감 시도가 일시적인 행위가 아니며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왔다는 의미로, 다양한 학교비정규직 직종을 단순한 임금체계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교육청 측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깔려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1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한겨레> 2020.11.16. “지난 6년 혁신교육 성과 바탕으로 교실혁명 완성하겠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70192.html)에서 “교육 양극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써 다양하고 지속적인 교육복지 서비스의 제공을 약속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은 위 인터뷰에서 “‘한 아이도 빠뜨리지 않는 촘촘한 학습 안전망’ 구축이 서울시교육청의 핵심목표”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교육양극화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데, 위기학생을 찾아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교육양극화 해소의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육복지사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이번 임금삭감안은 조 교육감의 발언과 모순되는 내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교육 분야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 속에, 이번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복지사 간 임금협상 결과는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어떤 방법으로 교육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것인지의 의지를 확인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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