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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우의 인물채집]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군 졸병 '차수빈' 편

칼럼니스트 오치우 승인 2021.03.09 10:19 의견 0
래퍼 '베니 차' (차수빈) (칼럼니스트 오치우)

'그래미상'을 예약한 '버클리 음악 셰프', '베니 차'

2020년 가을, Soundcloud.com에 ' lock down'이라는 노래가 떴다. 그리고 그 노래는 어느날 갑자기 백만 뷰를 훌쩍 넘어버렸다. 이어 전에 발표한 'Runaway', 'Spotlight'까지 집중 조명 받기 시작한 2주일만에 이 세 곡의 누적 조회수는 현재 2백만을 넘어서며 쾌속항진 중이다.

세계 정상급의 가수들도 신곡 음원을 공개한 뒤 긴장하며 반응을 주시하는 음원사이트 soundcloud.com! 이 곳의 조회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기 조회수가 통상 100만을 넘어서야 세계 정상급 가수로 대우 받기 때문이다.

주목 받기 시작한 2주 동안, 통합 200만 뷰를 돌파한 '베니 차!'.

그가 그 곳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유명해서가 아니라 아직 무명해서다. 그는 아직 세계적인 가수는 커녕,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고. 현재 그는 한국군 쫄병으로 생활 중이다.

화제가 된 노래 'lockdown'을 직접 만들고 부른 래퍼 '베니 차' (한국명 차수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미국인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군에 입대했다. 그래서 그의 현재 신분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대한한국 정규군 '차수빈'이 됐다.

국적과 상관없이 자신을 대한민국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한국 나이 스물 일곱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유명 음악 대학인 '버클리'에서 태어난, 운명같은 탄생비화를 지니고 있다.

27년 전, 버클리에 유학중인 그의 부모가 '버클리 교정에서 애를 낳아 그 곳에서 키웠다.'는 이야기는, 그냥 '설'이 아니라 '팩트'였던 것이다.

''부모님이 '버클리'에서 유학하면서 제가 태어났고, 수업 중인 부모님을 따라서 버클리 교정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그 영향 이었을까요? 저도 음악의 바다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는 8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20살까지 살았다. 고등학교 시절,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기타를 들고 음악의 바다에서 표류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기타 독학을 시작한 그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 건 고교시절 교내행사 '탤런트쇼' 에서였다.

''내가 앤디 미키(Andy Mckee)의 "드리프팅"이라는 곡을 연주 하겠다고 말했을때, 그 곡을 끝까지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나 혼자 였을겁니다.''라고 말했다.

프로 기타 연주자도 어려워하는 그 곡을, 악보도 볼 줄 모르는 15살짜리 아이가 완벽히 연주해 낼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유튜브를 독선생으로 연마한 기타 실력을 본 주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반응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타의 신세계를 경험한 건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나였다!''고 말하는 '차수빈'은, 바로 그 때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바다로 첫 항해를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Mr. Ganus 선생님의 특별한 메시지와 지속적인 관심이 나침반이자 등대였습니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는' 그의 단독 항해에서 지표가 되어준 mr.Ganus의 조언으로 '버클리'유학을 결정한 차수빈은 보스톤의 '버클리 베이비'가 아니라 진짜 강호의 고수가 되기위해 '버클리' 수련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버클리에서 재즈 작곡을 공부한 어머니 (곽능희 교수)와 '락과 재즈'를 공부한 아버지( 차효송 교수)는 제가 음악가가 아닌 다른 '가'가 되기를 원하셨지만, 두 분을 음악가로 만드신 버클리 교수님들은 그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버클리 베이비'를 다시만난 교수들이 '네가 바로 그 놈이구나!'라며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는 그는, 이제 세계적인 뮤지션을 능가하는 내공을 갖춘 강호의 무사가 되어soundcloud.com 에 달빛을 베어내는 고수의 검광을 슬쩍 내 비쳤다.

(물론 그의 어머니인 레이첼 곽과 음악작업을 해온 '재즈의 거장이고 힙합의 큰형' 으로 추앙되는 '밥 제임스'의 피처링이 주효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수준이 안되는 작업은 아예 무시하는 냉혹한 프로 '밥제임스'의 검증 통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lock down!''

그가 '코로나의 바다'를 건너기 위한 내공을 암호로 심어 세상에 띄운 '출사표'이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 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군대에 자원 입대했고 군입대를 준비하며 만든게 'lock down!'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저지른게 처음은 아니다. 2015년 'Genesis''라는 음반을 처음으로 발표하고 지금까지 총 21곡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의 바다에서 표류 중인 그는, 이제 21발째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번엔 순식간에 2백만명이 응답한 것이다.

하필 그가 대한민국 군사 훈련소에서 진짜 '쎄가 빠지게!' 달리고, 구르고, 악쓰고 있을 때! 작년 겨울, 군사훈련이 끝나고 Soundcloud.com에서 확인한 메시지는 그야말로 은하수 별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버린 것과 같았다.

''와우! 빌보드 차트 랭킹 1위를 했던 BTS수준 이라니까요. 전 세계엔 싸이, 봉준호, BTS , 그리고 '베니 차' 열풍이 불어 올 겁니다. 버클리 패밀리의 음악적 DNA가 돌출하기 시작 하네요. 정말 축하 합니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칭찬에도, 동문 선배이자 음악가인
그의 부모들은 '설마 그럴리가!'하며 얼떨떨한 표정인데, 속으로는 '좋아 죽겠다!'는 마음을 감출 길 없어, 봄바람에 동백 꾳잎 터지듯 삐죽거리는 웃음을 참고 있다.

래퍼 '베니 차' (차수빈) (칼럼니스트 오치우)

이제, 군사훈련을 마치고 신병 생활을 시작한 차수빈 병사. 군인이 여섯시에 기상하는 이유와 군인이 눈을 떠서 군복을 입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해 뜨기 전에 눈을 떠야 적을 먼저 발견 할 수 있고, 내가 군복을 입는 이유는 오늘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명예롭게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 입니다. 청바지를 입은 국민과 군복을 입은 군인인 내가 다른 겁니다.''

''너의 한국군 입대로 대한민국의 전투력은 얼마나 상승했을까?''라는 우스운 질문에 빙긋이 웃는 '베니 차'의 표정에서 '미션 임퍼서블' 시리즈 초기에 보였던 '탐 크루즈'의 서늘한 아름다움이 오버랩 된다. 참 '단호하게 예쁜 남자'다.

그의 현재는 군인이지만 그는 천상 래퍼이고 프로듀서이며 기타리스트이고 작사,작곡가다. 그의 현재신분인 군인으로서의 삶이 아티스트인 그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

''예, 통제 받고 구속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한 통제와 명예를 지키는 구속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이 제 인생에 중요한 가치를 더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까!' 로 묻고 '다!' 로 답을 하는 군인 차수빈은 '단아하고 강한남자' 라는 느낌을 준다.
그의 음악은 한편 거칠고, 또 한편 흐르는 강물처럼 여여하다.

음악은 흐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흐르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방향과 속도를 정한다.

그의 마음은, 그의 음악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싶은걸까? 그리고 어디에서, 달리고, 어디에서는 머물며, 또 머물렀던 그 힘으로 어떤 계곡을 후벼파며, 얼마나 높은 폭포에서 욕구를, 환희를 쏟아내고 싶은걸까?

그의 답은 의외로 경쾌하다.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맛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lock down'의 예를 들면, 저절로 몸이 가는 댄스 버전의 그루브로 도우를 삼고, 레트로의 향을 위해서 디스코를 살짝 얹었습니다. 거기다 '삼바 토핑'을 넉넉히 올리니까 정말 맛있습니다.''

'맛있다!' 는 게 '아멘!' 만큼 위대한 단어라는 걸, 약관의 나이에 어찌 알아 버린 걸까? 그럴 줄 알았다! '버클리 베이비'는 이제 '버클리 주니어'를 넘어, 벌써 '버클리의 맛'을 창조할 수 있는 '셰프'의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

''부모님을 가르치신 교수님들의 열정이 제 음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음악가이신 부모님의 DNA가 저를 음악의 바다로 인도했고, 저는 이제 대양의 고래처럼 헤엄치고 솟구치면서 바다를 느껴보려 합니다.''

거친 계곡이 보이게 하고, 가슴 후련한 폭포를 느끼게 하며, 벌판을 가로지르는 희망과 바다의 평화를 안겨주는 그의 노래 ''lock down''. 그 속에서 '코로나시대'를 유유히 관통할 수 있는 '암호'를 발견할 수 있다. Sound cloud.com의 2백만 명처럼,

대한민국의 현역 쫄병, '미션 임파서블' 초기의 '탐 크루즈'를 많이 닮은 차수빈에겐 '파서블한 미션'이 또 있다.

스물 일곱의 그에게 충분히 '파서블한' 미션! '마흔 일곱 살에 그래미상 수상'이다.

스물 일곱, 그의 나이에 정할만 한 미션이고 그가 충분히 이룰만 한 미션이다. 우리는 믿는다. 그 미션은 누가 정한 것이 아니라 '차수빈' 자신의 것 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미션 수행을 위한 첫 단추 'lock down'을 열어,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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