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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겹겹이 쌓여가는 실망감, 끓는 물속의 개구리 되어 가는 KBO 리그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7.17 13:15 | 최종 수정 2021.07.19 11:3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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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인기 스포츠라 자부했던 프로야구의 위상이 나날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외적 요인과 함께 내부의 요인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팬들의 인내심도 점점 한계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 강력한 혁신이 없다면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을 이끌어갈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구단, 선수, KBO 모두 당장의 소나기만 피해 가면 된다는 분위기다.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 악화의 주원인인 최근 코로나 감염 사태와 리그 중단, 그 후에도 이어지는 관련 사건들에 있다. 사건의 발단은 NC의 주력 선수 4인의 방역수칙 위반과 코로나 확진이었다. 이후 두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두 팀은 다수의 선수단이 방역 수칙에 따라 자가 격리를 해야 했고 1군 선수단 상당수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에 두 팀은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렵다는 명분으로 리그 중단을 주장했고 관철시켰다.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등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 여론도 존재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애초 NC와 두산의 확진과 발생과 관련하여 여러 추측이 난무했고 해당 선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양산됐다. 사건의 경위나 관련 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리그 중단 후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사건의 실체와는 거리가 있는 두리뭉실한 문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조사가 진행됐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NC 선수 4명이 외부인들과 원정 숙소에서 밤부터 새벽까지 음주 회식을 했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 감염이 발생했다. 이를 주도한 베테랑 박석민은 급히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차갑기만 했다. NC는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은폐 축소하기에 바빴다. 감염법 위반이었고 전 국민적으로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여러 불편함과 생업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과 이를 관리하지 못한 구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이 신뢰를 크게 잃은 NC의 뒤늦은 사과와 사건 경위 발표로는 성난 여론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리그 중단까지 몰고 온 사건의 발단이 심야 음주회식이었다는 사실에 팬들은 분노했다. 그 후폭풍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고 연루된 선수가 국가대표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NC 역시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고 단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의 징계를 했지만, 구단에 대한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NC 감염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제공한 외부인이 키움, 한화 선수와도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프로야구 전반으로 확산됐다. NC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한화 선수들은 은퇴한 전직 선수의 권유로 잠깐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키움은 원정 숙소에서 이탈해 심야에 해당 장소를 이탈해 술자리를 가졌다. 즉,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들과의 만남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보여준 일이었다.

한화와 키움은 자체 징계를 하기로 하는 등 나름 조치를 했지만, 해당 선수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고 사건의 경위 역시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키움 선수 중 한 명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의 대체 선수 선발이 불가피하게 됐다. 가뜩이나 이번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이 전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그나마도 그 전력이 더 약하되는 상황이 연달아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적절한 만남이 과연 앞서 언급한 팀들만의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 상황에도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했고 성공적인 방역을 했다고 자부했던 KBO 리그였다. 이에 관중 수 증가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방역 노력이 곳곳에 허점이 있었고 감염자 발생이 없었던 건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일련의 사건들은 보여주고 있다.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었다.

한 사건이 발생할 때 한 가지 요인과 이유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누적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사건이 발생한다 의미인데 프로야구의 코로나 확진자 사태는 일부 선수들의 일시적인 일탈 때문이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누적된 부조리가 터진 결과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한 이후 최고 인기 스포츠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시장 규모는 초기 6대 구단에서 10개 구단이 경쟁할 정도로 커졌고 경기장 등 야구 인프라도 크게 개선됐다. 우리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치어리더가 주도하는 팬들이 함께 하는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응원문화는 우리 리그만의 특징이다. 야구장에서 즐기는 치킨과 맥주의 치맥도 야구장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선수들에게 직업 영향을 줬다. 선수들의 연봉은 우리 프로스포츠 최고 수준이다. FA 계약금의 규모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함께 부와 명예를 거머질 수 있었다. 해외 리그 진출을 통해 더 큰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부분에서 프로야구는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태생적으로 정부 주도로 재벌들이 참여하며 시작한 리그는 그 자생력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아마부터 저변이 넓고 깊고 리그가 단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상위리그에서부터 하위 리그까지 각 팀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미국, 일본 리그와 달리 KBO 리그는 그 시작부터 급조된 리그였다.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최근 자체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되고 있지만, 모기업이 지원이 없다면 구단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가 있지만, 관중 수익과 중계권 수익 등 자체적인 돈벌이로 구단을 운영할 수 없고 메인 스폰서의 지원이 재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주력 선수들의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구단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야구단을 지원하는 모기업들이 손일 뗀다면 리드 존립마저 위태롭다. 프로야구는 여전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고 손익 측면에서 기업에 큰 이익이 없다. 그동안 프로야구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 건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에 따른 마케팅적 이익과 최고 인기 스포츠에 투자하는 데 따른 기업 이지 제고, 사회적 책무 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KBO의 운영은 재벌기업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리그 혁신에 큰 제한을 받았다. 리그 돈줄을 손에 쥐고 있는 이들에게 리그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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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안정성과 함께 프로야구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쌓아왔다. 이는 메인 스폰서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돈 안되는 사업이 프로야구에서 손을 떼고 싶어가는 기업들의 분위기에 또 다른 명분을 가져다줄 수 없다. 지속적인 프로야구 지원의 이유인 강력한 팬층의 와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야구는 그동안 흥행 면에서 내림세다. 최근에는 여자 프로배구에도 시청률이 밀리는 일도 있었다. 프로야구의 중요한 소통 통로인 경기 중계 등 미디어에서 프로야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기력, 특히 마운드의 질적 저하가 뚜렸해지면서 사사구가 남발되고 있고 경기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하고 있다. 최근 미디어의 소비층은 긴 시간 한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층은 그 경향이 강하다. 유튜브를 비롯해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는 통로도 늘었다.

프로야구는 초창기 많은 이들이 흥미롭게 보는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상항이 달라졌다. 평균 3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경기를 끈기 있게 지켜볼 시청자들이 많지 않다. 냉정히 프로야구 경기의 모습이 흥행 영화와 같이 흥미롭다 할 수도 없다. 이는 메이저리그도 같은 고민이다.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어려 노력을 하고 있다. 7이닝 더블헤더와 연장전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야구의 정통성의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과 경기 흥미요소 배가 등의 의미가 더해지며 명분을 얻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이지만, 위기의식이 변화를 이끌었다. 이 외에도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 단축과 흥미 유도를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시행하려 하고 있다. KBO 리그는 그런 변화에 대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변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팬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야구팬들은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 경기에도 익숙하다. 보다 수준 높은 경기와 선진화된 야구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인원을 늘리는 등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리드는 이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 선수 가용폭을 늘리기로 했지만, 부족함이 있다. 프로 축구에서처럼 아시안 쿼터제를 도입해 대만리그 선수들도 수용하고 리그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소수의 선수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FA 제도를 개선하고 선수 이동을 촉진하는 방안도 공감대가 있지만,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FA 등급제가 도입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FA 제도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

보상 선수 제도는 아직 존재하고 있고 1군에서 일정 기간 활약을 하지 못하면 FA 기회 자체가 없다. 우리 리그 특유의 FA 계약 시 과도한 계약금과 계약 기간의 제약 등 문제는 여전하다. 메이저리그처럼 2군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선수들에게 FA 자격을 보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FA 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쓸만한 선수가 없다고 하면서 항상 선수 부족을 호소하면서 가용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제도나 시스템 개혁은 조금씩 진전이 있지만, 선수들의 프로의식과 구단의 운영에 있어서는 프로라는 말이 무색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 선수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고 구단들의 파행적 운영도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감염 사태는 그동안의 선수 일탈 뉴스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프로야구는 이전에 병역 비리와 승부조작과 도박, 음주운전과 폭행 등 각종 좋지 않은 뉴스들이 잊을만하면 나왔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소식이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하는 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구단 역시 구단주의 갑질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특정 구단의 경영권을 둘러 싼 비상식적인 갈등과 범법 행위가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폐쇄적인 구단 운영과 모기업의 부당한 개입 등의 문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선수들과 구단은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프로야구는 내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상황을 모면하기만 했고 각종 부조리가 쌓이고 또 쌓였다. 외적 성장에 취해 내부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선진화하는데 소홀했다. 그 사이 프로야구는 점점 그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 끓고 있는 가마솥 속에 개구리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익어 죽는 것처럼 프로야구는 그들의 배가 점점 침몰해 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는 잠재된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당장 관중 입장이 제한되면서 열악한 재정은 더 악화됐다. 중계권 등으로 이를 메워야 하지만, 프로야구 콘텐츠가 부실함을 크게 느낄 뿐이다. 구단들은 관중 입장객 증가에만 매달렸지 그들의 콘텐츠를 알차게 하는 데는 소홀했다. 여기에 코로나 감염과 리그 중단 사태는 프로야구를 팬들로부터 더 외면받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야구팬들은 더는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프로야구는 비판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선수들의 포함한 구성원들은 프로선수로서 가지는 부와 명예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룬 성과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저런 문제에도 경기장을 찾아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관심을 가지는 팬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이제는 하기 어렵다. 이제는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잘못을 숨길 수 없고 매서운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대중들의 판단은 냉정하고 한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제 프로야구 외에 대중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요소는 곳곳에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지만, 그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래 고객인 젊은 층에서 프로야구는 더 이상 흥미로운 콘텐츠가 아니다. 모두가 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 점에서 이번 코로나 감염과 리그 중단 사태의 수습과 해결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하고 단호한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프로야구는 높은 인기만큼 사회적 책무 또한 가지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그들 머리 위에 쓰인 왕관의 무게와 의미에 맞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쌓은 나쁜 기억들은 프로야구를 망가뜨리고 있다. 각각의 작은 이익에 메몰되 프로야구의 파이를 더 키우고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모으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 프로야구의 취약성을 드러나게 했다. 과연 프로야구가 가마솥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것인지 적극적인 변화와 자구책으로 그 가마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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