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본을알자] 여론에 취약한 기시다 내각의 방향은?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1.10.12 09:15 의견 0

9월 29일 기시다 후미오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다는 것은 일본의 총리가 된다는 의미다. 기시다 후미오는 10월 4일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하였고 10월 14일에 중의원 해산, 10월 31일 총선거를 치른다고 공표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언론은 “기시다 내각이 자민당의 가장 큰 파벌인 아베·아소의 괴뢰정권이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노선을 걸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도 일본 국민 여론(TV-Asahi, 8월 21~22일)은 이시바 시게루(19%), 고노 타로(15%), 고이즈미 신지로(11%) 순이었지만, 아베·아소 파벌 등의 도움으로 기시다는 총재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의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본정치가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중의원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항상 강한 것 같지만, 정권이 취약할 때의 자민당은 아베 정부 초기처럼 국민들의 시선에 맞추어 왔다. 즉, 아베 정부 초기와 같이 지지기반이 약할 때는 여론을 의식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다, 정권이 안정되면 자신들이 추진하고 싶은 안보법 제·개정 등 국민여론과 다른 정책을 추진한다.

통상적으로 신정부 출범후 3개월 동안은 언론과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6%에 불과하다. 2006년 아베 1차 내각 출범 시 70%, 후쿠다 내각 58%, 아소 내각 50%, 스가 내각 70% 등을 감안하면 2006년 1차 아베 내각 이후 2번째로 낮은 출발이다.

게다가 자민당의 표를 침식할 도쿄도 지사 고이케 유리코가 사실 상 당수가 된‘도민퍼스트’당도 출범할 예정이다. 때문에 기시다 정부은 ‘도민퍼스트’가 완전체가 되기 이전에 중의원선거를 조기에 치르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또한 작년 코로나19 유행 패턴을 고려하면 올해 겨울에 6차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다. 6차 확산 이전 선거를 조기에 치른다는 것 또한 기시다 내각의 전략이다. 경제살리기 일환의 여행권장 정책었던 고투트레블(Go to Travel)과 올림픽 개최 등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이 지금은 상당히 호전된 상태이며, 10월 1일부터는 전국의 긴급사태 선언과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해제되었다.

백신접종 완료 비율도 63.43%(한국 59.1%)이고, 최근 7일간 인구 100만 명 당 신규감염자수는 53.1명(한국 271.2명)이다. 올림픽 직후 신규확진자가 일일 2만 명 대였던 일본이었지만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거의 반년 만에 긴급사태를 해제했다. 올해는 지난 1월 7일부터 3월 18일의 기간에도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한 바 있어 1년 내내 긴급사태 기간 속에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긴급사태선언 해제와 관련된 수치는 스가 정권의 노력의 결과다. 그들의 지지율 하락과 총재선거로 몰린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19 영향이었다. 또한 국민 여론은 아베·아소파들과 같은 구태의연한 파벌정치로 부터 벗어나길 원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권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각지지율은 높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자민당이 실시한 중의원 선거 정세 조사는 이대로 라면 60석±10석이 감소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었다. 그러므로 자민당은 지금 비록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총리를 바꾸면서 리셋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

10월 31일에는 총선거(중의원 선거)에서는 과반수인 233석을 획득해야 안정된 정권이 될 수 있다. 2009년 민주당에게 정권을 빼앗겼을 당시 119석(민주당 308석)이었던 자민당이다. 아베 전 총리의 재등장과 함께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294석으로 정권을 탈환한 이후 지금은 276석을 유지하고 있는데, 60석이 감소한다면 과반수 유지는 어렵게 된다.

한편으로 기시다 총리는 아베·아소의 괴뢰정권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고치카이(宏池会)의 회장이기 때문에 자민당의 온건 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특기이고, 수첩 속에 국민들의 의견을 적는 것이 장점이라는 기시다 총리는 사람들과 술 마시길 좋아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선거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중시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중의원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가급적 국민들의 목소리 청취를 염두하여 활동할 것이며, 아베·아소의 괴뢰정권이라는 색을 빼내는 것이 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아베 전 총리를 포함한 자민당 극우 지지자들과의 대립구도를 만든다. 최근 아베 전 총리는 총재선거가 끝난 후 기시다 총리에게 다카이치 사나에를 간사장으로, 하기우다 문부과학대신을 관방장관으로 추천하였지만 이것이 성사되지 않아 기시다 총리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岸田氏、甘利氏を重視 要求通らぬ安倍氏、人事に不満―清新さ乏しく・自民”, 지지통신 2021.10.1.)한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베 전 총리에게는 앙금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뒤집어 보면 기시다 총리도 1993년 국회의원 당선 동기인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총재 선거에는 기시다 총리대신 스가 전 총리를 지원했고, 이번에도 다카이치 사나에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보도는 “바야흐로 일본 민주주의 위기”(9.29.)라고 주장했던 기시다 총리가 아베·아소의 괴뢰정권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기시다 내각은 월말 중의원 선거에서 지게 되면 최단 내각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선거 때까지는 국민 여론을 의식할 것이고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내년에 참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무난한 대내외 정책만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CCpzG0__4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