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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명장과 작별 택한 두산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2.10.12 13:22 의견 0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 프로야구는 하위권 팀을 시작으로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전력 외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방출 소식이 들려오고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에 대한 평가와 재계약과 관련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9위를 기록한 두산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출 선수 발표와 함께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 포기가 결정됐다.

김태형 감독은 2015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8시즌 두산을 이끌었고 그 중 7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7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프로야구 역사 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두산은 2015, 2016, 2019 시즌은 한국시리즈에 우승에 성공했고 2016년 과 2019년은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한 통합 우승이었다. 당연히 김태형 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2014 시즌 두산팬들에게는 금기어 중 하나인 송일수 감독 체제 속에서 망가진 두산의 분위기를 빠르게 긍정적으로 전환했다.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2015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 당시, 넥센과 NC, 삼성을 차례대로 연파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은 5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에 도전했던 당시 삼성 왕조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두산 왕조시대를 열었던 사건이었다. 이후 프로야구는 두산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두산은 해마다 FA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상황에도 내부 전력 육성과 효과적인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전력 누수를 메웠고 강 팀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 프랜차이즈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두산을 잘 아는 감독이었고 선수들에게는 대선배, 큰 형님이었다. 이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했다.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 선수도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경기중이라도 강하게 질책했고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선수 팀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두산의 지난 7시즌 동안의 성과에 있어 김태형 감독은 분명 큰 지분을 차지한다 할 수 있다.

하지만 2022 시즌 두산은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지속적인 선수 유출에도 든든히 팀을 지탱할 수 있었던 내부 육성이 한계에 봉착했다. 두산의 2군 팜은 사실상 붕괴됐다. 두산의 2군은 올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32승 66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북부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수가 부족하기도 했고 1군의 지속적인 전력 누수로 2군 선수들의 잦은 차출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그렇게 1군에 올라간 선수들이 기존 주전들을 대신할 수준은 아니었고 2군은 2군대로 전력이 약해지고 말았다. 두산은 1군과 2군 모두 전력 약화를 실감해야 했다.

여기에 두산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예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팀 상황에 맞는 최적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해왔던 두산이었지만, 올 시즌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미란다는 190만달러의 거액에 재계약하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했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어깨 부상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시즌 중 교체되고 말았다.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역시 타격 파워와 타점 생산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중심 타자로서 역할이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 이하 활약에 더해 중심 선수들 역시 예년에 비해 성적 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FA 계약을 체결했던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 모두가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중심 타선에서 활약해야 할 양석환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성적이 하락했다. 팀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이 팀을 이끌지 못하면서 두산은 팀의 구심점이 사라진 듯 보였다.

여기에 베테랑 선수들의 노쇠화도 두산을 더 약하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전력 외 선수가 된 오재원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택했고 주전 유격수 김재호도 한계를 보였다. 마운드에서도 장원준, 이현승 등 베테랑 투수들이 은퇴를 고민하게 하는 시즌을 보냈다. 이현승은 시즌 후 은퇴를 택했다.

이렇게 두산의 빛나는 시간은 저물었다. 김태형 감독은 꺼져가는 빛을 살려보려 했지만, 지속적인 전력 누수를 더는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부임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감독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그는 피할 수 없었다.

두산은 시즌 후 대대적인 팀 개편을 예고했다. FA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구단 여건이 아닌 만큼 젊은 선수들의 대거 기용하는 강도 높은 리빌딩 가능성이 크다. 팀 우승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에서 리빌딩의 임무를 맡기기는 분명 부담이 된다. 리빌딩에는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과의 이별이 불가피하다. 코치진 역시 새로운 얼굴로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김태형 감독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그들과의 이별은 두산에게는 한 시대와의 이별을 의미한다.

두산으로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정을 빠르게 했다. 벌써 새로운 감독 후보군에 대한 이런 저런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8시즌을 두산과 함께 하면서 쉼없이 달렸다. 그에게도 두산과의 이별은 재충전의 시간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50대인 김태형 감독이라면 언제든 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이력도 쌓았다.

그 점에서 김태형 감독은 휴식기를 가지겠다고 했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시즌 후 다수의 구단에서 현 감독의 계약이 만료된다. 구단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감독이 필요한 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이라면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FA 감독 후보라 할 수 있다.

올 시즌 중 감독이 교체되고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한 NC와 삼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두 팀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전력의 팀들이다. 김태형 감독의 이기는 리더십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감독 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 NC와 삼성이 호평을 받았다는 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있는 팀들 역시 포스트시즌 결과가 감독 평가가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상위권 구단들의 감독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 편에서는 외국인 감독들의 임기가 내년 시즌까지인 롯데와 한화를 주시하기도 한다. 구단주의 결정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두산의 색채가 강하고 프런트가 중심이 되는 야구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거물급 감독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이 오랜 기간 야인을 머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경험은 성적을 원하는 팀들에게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화려했던 두산에서의 8시즌이었다. 그 마지막이 아쉬웠지만,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성과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그 성과가 내부 육성을 통해 이룬 결과라는 점이 더 가치 있다. 그런 두산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이 명장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태형 감독 이후 두산이 어떻게 변모할지 김태형 감독이 그의 지도자 이력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어떤 방향이 될지 궁금해진다.


사진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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