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할 ‘사랑경영학’은 명칭만 놓고 보면 ‘사랑’과 ‘경영학’의 합성어다. 이 둘은 조화를 이루기가 힘든 단어라 볼 수 있다. ‘사랑’과 ‘경영학’은 과연 융합이 될 수 있을까?
◆경영학 구루가 말한 경영학의 미래 ‘사랑경영학’
필자가 사랑경영학을 연구해야겠다는 모티브를 얻은 것은 경영학의 구루(guru)라 불리는 조동성 이사장님의 강의를 통해서다. 조동성 이사장님은 주체 기반 이론, 환경 기반 이론, 자원 기반 이론을 통합한 ‘메커니즘(mechanism) 기반 관점’을 제시한 분이다.
경영학 박사과정 가운데 조동성 이사장님의 지도를 받았는데 메커니즘 기반 관점 강의 중간에 누군가가 플로어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메커니즘 기반 관점 다음의 경영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조동성 이사장님은 이후의 경영학을 “사랑 경영”, “사랑경영학”이라는 놀라운 답변을 하셨다.
‘사랑’과 ‘경영학’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경영학을 연구하는 나의 미래의 방향성에 큰 획을 그었다. 수십 년 동안 경영학 연구를 매진하신 조동성 이사장님이 기업의 지속가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서 “사랑 경영”, “사랑경영학”을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 내가 과거에 살아왔던 여정에 대한 해석,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명이라는 영감이 강하게 밀려왔다.
◆경제영역 선교에서 태동한 ‘사랑경영학’
필자는 10여 년 전 목회자로서 10년간 화려하게 승리를 거두었던 지역교회 목회를 뒤로 하고 기존의 목회 영역과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스스로를 ‘경제영역 파송선교사’로 정의하고 경제영역에서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을 누비며 수없이 많은 CEO, 임원, 직장인들을 교육하고, 코칭하고, 컨설팅하며 달려왔다. 이 모든 여정이 바로 사랑경영학을 체계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음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더 나아가 10여년의 경제영역 선교사로서의 삶을 정리하며 느꼈던 한계점이 바로 이 사랑경영학을 정립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가 부족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나의 사명은 사랑경영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사랑경영학을 확산하여 보다 많은 경영인들이 사랑으로 기업을 경영하여 함께하는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다짐하며 약 1년 전 『사랑경영학 프롤로그: 조직구성원의 행복(이론편)』과 소책자 『아가페사랑 경영 관점에서 본 품위있는 일자리(SDG 8)』을 출간했다.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이 읽게 될 『사랑경영학 가능성』의 본론 또한 『사랑경영학 프롤로그: 조직구성원의 행복(이론편)』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경영 현장에서 필요한 아가페사랑
사랑경영학에서 말하는 사랑은 성경에 나와 있는 ‘아가페’ 사랑을 의미한다. 여기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가페의 사랑에 근거하여 경영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영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정말 올바른 경영을 하려면, 정말 정도(正道)로 경영하려면, 정말 윤리적으로 경영하려면, 더 나아가 정말 조직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경영을 하려면 여러 경영기법을 뛰어 넘어 초월적 사랑으로 경영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즉 경영현장에 인간의 사랑이 아닌 아가페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서 어려운 문제는 경영학의 시각에서 사랑(아가페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다. 사랑경영학의 사랑에 해당하는 아가페사랑의 조작적 정의가 사랑경영학을 논의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할 부분이다.
기독교 신앙심이 깊고 성경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도 아가페사랑을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신의 사랑’, ‘희생적인 사랑’ 정도로만 정의할 뿐이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아가페사랑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아가페사랑의 특징과 정의
성경에서 아가페사랑에 관한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고린도전서 13장이다. 너무 유명해서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분들도 알고 계실 정도다. 가장 핵심은 고린도전서 13장 4~7절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문구만 언뜻 보면 아가페사랑의 정의를 ‘오래 참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고린도전서 13장의 구절은 아가페사랑의 정의라기보다는 아가페사랑의 특징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린도전서 13장은 추후 사랑경영학을 실천하는데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되는 매우 중요한 성경구절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아가페사랑의 정의를 에베소서 5장 28~29절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28절은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같이 할찌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
28절은 남편과 아내 간의 사랑을 언급하고 있다. 남편들이 자기 아내를 아가페사랑으로 사랑하기를 자기 몸을 사랑하는 것 같이 하라는 것이다. 자기 아내를 아가페사랑으로 사랑하는 자는 자기 자신, 즉 자기 몸을 아가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더 나아가 29절은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제 육체를 미워하지 않고 오직 양육하여 보호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보양함과 같이 하나니”
누구든지 언제든지 자기 육체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몸을 양육하고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몸을 사랑하는 자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보양함과 같이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양한다’는 것은 ‘보호’하고 ‘양육’한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28절과 29절을 연결하면 자기 자신, 자기 몸을 아가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몸을 양육하고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아가페의 사랑으로 교회를 사랑하여 ‘보양’, 즉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아가페사랑의 정의를 심플하게 규정할 수 있다. 성경이 말하는 아가페사랑은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가페사랑 경영 관점은 경영 실천의 대상을 ‘보호(protection)’하고 ‘육성(nutrition)’하는 기독교 전통의 보양(保養)의 관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울러 현실에서 아가페사랑과 가장 유사한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parenting’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아가페사랑의 관점은 ‘parenting leadership’과 유사하며 보호와 육성이라는 핵심요소를 가지고 있다. 자녀를 양육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의가 매우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자녀를 보호한다. 동시에 양육한다. 왜 그렇게 하는가? 사랑하기 때문이다. 너무 보호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양육 즉 육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도 안 된다. 너무 보호하면 자녀는 유약해지고, 너무 육성시키려고만 하면 자녀는 견디기 힘들어하고 일탈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적절하게 보호하고, 적절하게 양육 즉 육성시켜야 한다.
◆아가페사랑의 조작적 정의: 보호와 육성
이러한 맥락에서 사랑경영학을 논할 때, ‘사랑’의 조작적 정의를 “(대상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보호하고 육성(양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경영학과 연결시키자면, 경영자는 경영자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조직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하고, 모든 조직구성원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러한 보호와 육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해 나간다면 기업이 지속적인 이윤을 내어서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기업이 정도(正道)로 경영되고, 기업이 윤리적으로 경영되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적인 전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행복하게 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 아가페사랑으로 모든 조직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더욱 정도(正道)를 향해 나아가며, 더욱 윤리적이며, 더욱 지속가능한 기업들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SG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가페사랑으로 경영하는 “사랑경영학”은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가페사랑의 관점은 경영자들이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이행함에 있어서 핵심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아가페사랑의 관점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인 ‘SDGs’의 실행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경영자의 시각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인 SDGs를 이러한 사랑경영학의 관점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보호와 육성이라는 아가페사랑의 관점에 근거하여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들을 각각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UN SDGs의 실천을 위한 근본적인 동기로서 ‘아가페사랑경영 관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마스터플랜 박종욱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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