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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내부 승격으로 새 감독의 대안 찾은 NC와 삼성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2.10.20 12:32 의견 0

당장 새로운 감독 선임이 필요했던 하위권 3팀의 결정이 마무리 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에 마무리됐다. 정규리그 9위에 머문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전격 선임하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고 정규리그 6위로 시즌을 마친 NC는 강인권 감독, 7위에 머문 삼성은 박진만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외국인 감독의 임기가 남아있는 9위 롯데와 최하위 한화를 제외하고 하위 3개 팀은 모두 새로운 감독과 함께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이 중 NC와 삼성은 시즌 중 성적 부진으로 감독을 경질하고 감독 대형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 공통점과 함께 그 감독 대행들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는 공통점을 함께 했다.

이 두 팀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 두산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FA가 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의 거취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김태형 감독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그만의 성과가 있다. 또한, 지속적인 전력 누수가 있었던 두산을 이끌고 그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성과의 가치가 매우 크다.

그가 두산에 처음 부임했던 2015 시즌 두산은 2014 시즌 두산 역사에서 최악의 감독으로 손꼽히는 송일수 감독 체제에서 팀 케미가 크게 망가진 상황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오랜 선수 생활을 했지만, 초보 감독으로 크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빠르게 팀을 정비하고 그 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은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업셋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두산은 2021 시즌까지 매 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리그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했다.


이런 김태형 감독은 재도약이 절실한 NC와 삼성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NC와 삼성은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상위권에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전력이다. 감독의 리더십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반전을 이를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다. 이 점에서 김태형 감독이 어느 팀과 연결이 될지가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 어느 팀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NC와 삼성의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NC 강인권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은 모두 감독 대행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NC와 삼성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멀어졌고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결정을 해야 했다. 침체한 팀 분위기 속에 감독 대행 자리에 오른 두 감독은 빠르게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이기는 팀으로 팀을 변모시켰다.

두 감독이 대행을 맡은 이후 NC와 삼성은 높은 승률을 유지했다. 포기하다시피 했던 5위 경쟁에도 나설 수 있었다.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르지 못했지만, 두 팀의 후반기 선전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보나마나가 될 수 있었던 프로야구 순위 경쟁을 흥미롭게 했다.

또한, 두 감독은 구단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NC 강인권 감독은 2007년 두산을 시작으로 긴 세월 코치 경험을 쌓았다. NC에서는 2012 시즌부터 2014 시즌까지 배터리 코치로 2020 시즌부터는 수석코치를 역임했고 올 시즌 중 감독대행을 하기도 했다. 풍부한 코치 경험은 그의 큰 자산이고 티 나지 않고 온화한 리더십은 선수들에게 구단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새로운 감독이 필요한 팀들이 나타나면 강인권 감독은 자주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내부의 강인권 감독에 대한 호평을 구단은 외면할 수 없었다. 감독대행으로 상당한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두산 출신 선수와 코치진이 역대로 많았던 NC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설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지만, NC는 강인원 감독에서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NC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선수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강인권 감독을 통해 NC는 기존 팀 운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전 포수 양의지를 포함해 다수의 주력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으면서 전력 누수를 막아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NC다. 신임 감독에서 약해진 전력으로 시즌을 준비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박진만 감독 선임은 그가 가장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라는 말이 안팎에서 강하게 있었지만, 예상외로 결정이 늦어졌다. 삼성 구단은 복수의 후보를 결정권자에 보고했다고만 밝히고 마무리 훈련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결정 상황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각종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 사이 삼성의 레전드 이승엽 감독의 두산행이 발표되면서 삼성 팬들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했다. 외부 인사의 깜짝 영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삼성은 박진만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했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쳤고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로서 현대와 삼성에서 다수의 우승 경험을 했고 국가대표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이는 그를 프로야구 40주년 레전드 40인에 선정되도록 했다.

2015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박진만 감독은 2016 시즌부터 착실히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2017 시즌부터는 삼성에서 수비코치로 작전 코치로 2군 감독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코치로서 이력을 더했다. 이런 박진만 감독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올 시즌 후반기 삼성은 성적 부진으로 허삼영 감독을 경질했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시즌 삼성을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까지 이끌었다. 삼성은 아쉽게 그 경기에서 패해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지만, 긴 하위권 터널을 벗어난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전반기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고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허삼영 감독은 시즌 중 팀을 떠나야 했다. 박진만 감독이 대행을 맡게 된 시점에 삼성은 최하위권까지 순위가 밀린 상황이었다. 박진만 대행의 역할은 성적보다는 무난히 잔여 시즌을 마무리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에서 삼성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역량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했고 침체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아닌 온화하지만,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팀을 정상화했다. 후반기 삼성은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매우 높은 승률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진만 감독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졌다. 특히, 선수단에서 박진만 감독에 대한 지지 여론이 강했다.

결국, 삼성은 이런 박진만 감독과 외부 인사 영입을 저울질하다 박진만 감독 선임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얼마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박진만 감독은 2군 감독을 거쳐 1군 감독으로 새롭게 기회를 잡았다. 다만, 올 시즌 약화된 삼성의 전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후반기처럼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를 지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강인권, 박진만 감독 선임은 구단 내부 여론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감독 선임은 구단 또는 모기업 고위층의 의사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외부 인사 영입은 구단 고위층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NC와 삼성 역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하위권으로 쳐진 팀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나름의 명분도 있었다. 이는 그동안 하위권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팀들의 전형적인 감독 교체 패턴이기도 했다.

특히, 감독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마무리하고 감독을 승격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기존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역임한 인사 역시 성적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여론이 많았고 그렇게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한 당사자의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강인권, 박진만 감독은 내부의 의견을 구단이 수용했다. 팀 분위기를 오히려 더 깨뜨릴 수 있는 외부 지도자 영입이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최근 프로야구가 감독 개인의 역량이 아닌 각종 데이터와 이를 근거로 한 과학적 분석이 중요시되면서 감독과 프런트의 조화와 소통이 중요시된다는 점도 결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인권, 박진만 감독은 오랜 코치 생활로 구단 사정을 잘 알고 구단 시스템과 소통에 장점이 있다.

강인권, 박진만 감독의 선임은 달라진 프로야구 구단 운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흐름과 함께 두 감독은 감독대행으로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감독 대행이라는 한계에도 내년 시즌을 대비한 리빌딩에서 벗어나 이기는 팀으로 팀을 이끌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제 남은 구단 안팎의 지지를 바탕으로 감독에 오른 강인권, 박진만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도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다. 두 감독이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팀들의 감독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두 감독이 이끄는 NC와 삼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 NC 다이노스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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