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이 육지에 오르기 전 바다에서 해치운다”는 의미의 ‘미즈기와(水際)’. 코로나19 대책으로 중단되었던 외국인의 일본 방문은 2022년 후반부터 완화 조치와 더불어 회복하면서 지금 일본의 주요 관광도시는 ‘오버투어리즘’(특정 관광지로의 방문객이 증가함에 따라 지역주민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거나 관광객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교토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 절정의 단풍 기간인데,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민들이 시내버스를 타지 못하는 상황과 택시도 잡을 수 없는 등 주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교토시는 9월부터 1일 700엔(어른)을 내고 시내버스를 얼마든 탈 수 있는 ‘버스 1일권’ 판매를 종료하고, 11월 행락철에는 버스 승객들에게 지하철 환승권을 나눠주거나 택시 혹은 버스보다 지하철 이용을 권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관광청은 2018년 6월 “증가하는 관광객의 요구와 관광지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의 조화를 도모하고, 양자의 공존·상생에 관한 대응책의 방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추진한다”는 목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 추진본부'를 설치하기까지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교토시의 노력과는 별도로 일본 관광청(JTA)도 지난 10월 16일 오버투어리즘 방지 및 통제에 관한 제3차 회의를 개최하면서 대책(초안)을 마련했다. 이어 10월 18일 관광 지향국가를 위한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①관광객 집중에 따른 과도한 혼잡과 에티켓 위반 대처, ②지방으로의 관광객 유치(11개 모델 지역 관광지역 만들기 실현), ③지역주민과 연계한 관광진흥(전국 약 20개 지역에서 실시하고 모델화) 등 3가지의 핵심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지방으로의 관광객 분산 차원으로 ‘Japan Explorer Pass’라는 제도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만 국내선 항공편 가격을 10,800엔으로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철도도 신칸센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JR패스’ 제도가 있는데, 7일간 전국을 이용 가능한 ‘JR패스’의 가격이 특실(그린 객실) 기준 70,000엔에 이용 가능하다. 교토-도쿄구간의 513Km(약 2시간 15분)를 일본인이 이용할 경우 특실이 38,080엔(왕복)이므로 훨씬 저렴하다. 이 제도는 2019년 방한 일본인의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최근 3년 내 재방문율은 73.7%이고, 서울, 부산에 치중되어 있는 우리에게도 교훈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제주 우도, 여수 낭만포차 등이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같은 목소리는 일부 배부른 목소리라는 지적과는 달리,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10여 년 전에는 2,300여 명이었던 거주민들이 2018년에는 1,200여 명으로 감소했다는 결과(한국 문화관광연구원)도 있어 거주민에게는 절박한 문제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일 양국의 오버투어리즘 대책은 ①관광객이 집중하는 장소로의 이동수단(관광버스, 전철, 택시 등)을 분산시키거나, ②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 개장시간을 조정한 관광객 분산, ③관광으로 발생한 지역사회 이익환수, ④도시 인프라 및 시설개선 등의 지역특성에 부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특정하면서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에티켓 위반에 대한 대책강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와의 차이라고 보여지며, 이는 강경보수 정치인들과 우익들의 혐중 감정 부추기도 한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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